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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김정은 "무조건, 무조건 수행"...경제부장 한 달 만에 해임

입력 2021-02-12 16:58 수정 2021-02-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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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일정으로 진행된 북한의 노동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는 내부 경제 문제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절박함이 잘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정, 신랄하게 지적된 내부 실태, '무조건'을 앞세운 다짐 등에서 김 총비서의 다급한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당대회 종료 한달 만에 당대회 '급' 전원회의

우선 이번 전원회의가 열린 시점과 기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8차 당대회는 지난달 5~12일 열렸고, 1차 전원회의는 당대회 기간 중이던 지난달 10일 진행됐습니다. 당대회 한 달 만에 다시 한 번 전원회의가 전격적으로 소집된 겁니다.

대개 당대회가 끝난 후 최고인민회의 등을 거쳐 4~5개월 뒤 전원회의가 열린 전례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입니다. 북한 전문가들 역시 1946년 1차 당대회부터 2016년 7차 당대회까지를 돌이켜봐도 이처럼 신속한 전원회의는 기억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뤄보면 예정에 없던 전원회의가 갑자기 소집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당과 내각에서 보고한 올해 경제계획 등을 점검하다가 타성에 젖은 모습을 발견하고 직접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미입니다. "내각에서 작성한 올해 인민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김 총비서의 발언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전원회의가 이번처럼 4일 내내 열린 점도 흔한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전원회의는 이전까지 모두 8차례 개최됐는데, 이틀 이상 이어진 건 신년사를 대체할 목적으로 2019년 12월 나흘간 진행된 사례가 전부입니다. 김일성 집권 시기까지 넓혀도 1990년 전원회의가 유일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총비서 좌우로 맨 왼쪽부터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용원 당 비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총비서 좌우로 맨 왼쪽부터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용원 당 비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의 강도 높은 내부 비판

무엇이 김 총비서를 움직이게 했을까요. 조선중앙통신(통신)의 보도를 뜯어보면 김 총비서가 상당한 불만을 품고 이번 전원회의를 소집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5개년 계획의 후속 추진을 이대로 두다가는 빈수레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 때문에 김 총비서가 전면에 나섰다는 해석입니다. 통신은 "(김 총비서가) 올해 경제사업계획에 당대회의 사상과 방침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혁신적인 안목과 똑똑한 책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연히 강도 높은 메시지가 전원회의 내내 이어졌습니다. 통신이 "김 총비서가 여러 부문의 사업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목표를 높게 잡은 농업 부문에서는 '관료주의와 허풍'을, 낮게 잡은 전력·건설 부문에선 '보신과 패배주의'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임명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오수용으로 교체하는 시범 경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무조건'을 6번 연발하며 간부들을 다그친 점도 눈에 띕니다. "8차 당대회 결정이 무조건 철저히 집행돼야 한다"거나 "평양시에 1만 세대의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라"는 등 결사항전의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총비서가 북한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을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기대 이상의 면모를 보였다"며 "이번 전원회의 등을 통해 당대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무조건 관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조성된 만큼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살벌한 내부기강 잡기

김 총비서는 예외 없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전당적,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려 나가기로 했다"는 겁니다. 김 총비서는 그러면서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는 부문과 단체의 모자를 쓰고 자행되는 더 엄중한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를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쳐갈겨야 한다"는 게 김 총비서의 구상입니다. 국가보위성 등 이른바 높은 조직의 자율성도 특수화로 해석해 철퇴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엄포로 읽힙니다.

국가의 경제자원을 내각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기업체들의 생산물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일적으로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신은 김 총비서가 전원회의 3일차에 "인민경제계획의 수립과 집행과정에 대한 법적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가지는 중요성을 지적했다"고 전했습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를 '중앙집권적 자력갱생'으로의 방향 전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시작으로 그동안에는 경제난으로 불가피하게 제각기 살기 위한 자력갱생을 추구했지만, 이를 지속할 경우 경제 전반에 무질서를 초래하게 돼 이 같이 전략을 수정했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1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인 김여정·현송월이 두번째 줄에 나란히 앉아 김 총비서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1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인 김여정·현송월이 두번째 줄에 나란히 앉아 김 총비서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배경에는 심각한 경제난

앞서 얘기했듯 이번 전원회의는 경제에 대부분 논의가 집중됐습니다. 대남·대미 등 대외 메시지는 이선권 외무상을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시킨 정도입니다. 이는 북한 경제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난 5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원자재 수입이 끊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외국인들도 뭔가를 사려면 코로나19 위기 전보다 3~4배 많은 돈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숨통을 트여주던 중국과의 교역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북·중 간 교역액은 5억3905만9000달러(약 6021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80% 넘게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성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양무진 교수는 "외부로부터의 자원 투입이 없는 상황에선 폐쇄적 계획경제 체제를 아무리 수정하려 해도 자력갱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임을출 교수 역시 "국가 통제가 강조되면 시장 활동이 위축되고 주민들의 생활고도 심화될 것"이라며 "국가가 통제하고 주도하는 시장화가 5개년 계획에 얼마나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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