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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중국발 해조류 습격…김 양식장 '쑥대밭'

입력 2021-01-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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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서해안과 남해안이 누런 해조류로 뒤덮여 있습니다. 중국에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입니다. 몇 년째 어민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올해는 두 달 정도 빨리 찾아왔고, 작년 1년 치보다 많은 양이 한 달 만에 쌓였습니다. 김 양식은커녕 하루종일 이걸 치워야 하는 어민들을 밀착카메라가 만났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관광객이 찾아오는 해안가에 온통 괭생이모자반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관광객들은 낯설어합니다.

[저기서 이렇게 오는데 '아, 이게 미역 냄새인가 보다' 그랬는데 이거였나.]

[치웠는데 또 이렇게 온 거예요? 아 심각하네.]

그물처럼 생긴 탓에 쓰레기도 주렁주렁 달려옵니다.

여기를 보시면, 이런 나뭇가지나 밧줄은 물론이고요.

스티로폼 그리고 슬리퍼까지 있습니다.

특히 외국어가 쓰여있는 각종 쓰레기가 많이 보입니다.

치우는 것도 일입니다.

물을 머금은 상태라 꽤 무겁습니다.

그리고 길이가 상당히 긴데요. 한 번 재 보겠습니다.

3미터가 훌쩍 넘습니다.

주민들이 나와 삽으로 한 쪽으로 모으는데, 며칠 만에 다시 쌓입니다.

[백순애/신안군 자은면 여성단체협의회장 : 어마어마하게 밀렸어요. 난 처음 봤어요. 이게 너무 올해는 길어요.]

이렇게 땅에서, 바다에서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은 처리도 어렵습니다.

퇴비용으로 쓰기 위해 일부는 한적한 땅에 모아두는데, 쓰레기가 많이 섞여있으면 퇴비로도 활용을 못해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냅니다.

또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겁니다.

인근 욕지마을로 가봤습니다.

김 양식으로 1년에 평균 50억 원 정도 매출을 올립니다.

바다에 나가 작업을 마친 배가 선착장으로 돌아와 묶여 있습니다.

안에 뭔가 많이 실어둔 모습인데요,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미역이나 톳처럼 보이지만, 괭생이모자반입니다.

자루마다 가득 담겼고 주위로 파리가 꼬입니다.

그물을 들춰보니, 괭생이모자반이 김과 한데 섞여있습니다.

[김인란/어민 : 피해가 많죠. 미역, 다시마 같은 거 막아 놓으면 싹 닦아 (없애) 버려요. 많이 감기면 질겨가지고 손이 무지하게 아파요.]

[박숙자/전남 신안군 자은면 : 파리가 파리가 거기에서 겁나게 나와 버리대. 모자반 문제가 몇 년 됐어.]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김 양식을 하는 어민과 함께 바다로 나가봤습니다.

-STD- 제 뒤로 보이는 곳이 전부 김 양식장입니다.

가까이에서 보시면 김발에 괭생이모자반이 엉켜있는데요.

배를 타고 좀 더 멀리 들어가보겠습니다.

10분을 더 가니 양식장 상황이 자세히 보입니다.

김발을 들어올리니 온통 괭생이모자반이 붙어있습니다.

작업자들이 일일이 칼로 잘라내고 있는데요.

배 바닥에도 괭생이모자반이 잔뜩 쌓였습니다.

보통 10월에 김 포자를 뿌려, 지금쯤이면 한창 김이 자라야 합니다.

당장 다음달부터 수확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김발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김 포자의 80%가 괭생이모자반 때문에 떨어져 나간 겁니다.

[고모 씨/선장 : (모자반이) 김을 다 문지르면서 김이 떨어져 나가요. 하루 종일 해도 티가 안 나요. 또 있으면 또 몰려들어 붙어 버리고 또 붙고…]

어민들은 아침 7시에 나가 저녁 5시까지 종일 괭생이모자반을 떼어 냅니다.

남은 김이라도 살려보자는 마음입니다.

[황성호/어민·욕지어촌계장 : 바다 일 하다 보면 변수가 워낙 많으니 감수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하는 범위를 넘어간 거죠. 자포자기할 수도 없는 일이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올해는 참 암담하죠.]

괭생이모자반은 보통 3월부터 중국 산둥반도에서 우리나라로 옵니다.

그런데 올해는 강한 북서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왔습니다.

이번 달 국내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이 9천여 톤인데, 지난해 수거한 양의 1.4배 수준입니다.

이번 달 신안군에 밀려온 것만 4200여톤.

이로 인한 양식장 등 피해 금액은 234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 어민들에겐 포자값이 지원 됩니다.

한 책, 즉 40m당 만 원입니다.

어민들은 막막합니다.

물가가 올라 한 책당 4만 원이 들었고, 코로나로 1.5배 오른 외국인노동자 인건비와 장비값 등으로 이미 빚 더미라는 겁니다.

[황성호/어민·욕지어촌계장 : 5천책이면 (지원금이) 5천만원인데 우리 종자값만 2억400만원 들어갔거든요. 올해는 거의 소득은 못 하니까 저도 빚내서, 대출받아서 월급 줘야 하는 입장이죠.]

신안군은 현실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현민/전남 신안군 해양수산과장 : 양식이 수확량이 감소되고 감소된 부분에 대해 보상해 달라고 전라남도하고 해양수산부에 건의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해양수산부는 피해 규모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다각적인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합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 융자를 얻어서 양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상환 연계라든지 또 필요하면 이자 감면도 할 수가 있습니다.]

5년 전 해양수산부는 '괭생이모자반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어민들에게 주는 피해가 워낙 큰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올해 미리 찾아온 괭생이모자반에 손도 못 쓰고 당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5년이 지나도 반복되는 문제라면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VJ : 박선권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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