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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이번엔 올릴 수 있을까

입력 2021-01-27 17:46 수정 2021-01-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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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 붙어 있는 액자. '수신료의 가치를 더욱 높이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노진호 기자]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 붙어 있는 액자. '수신료의 가치를 더욱 높이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노진호 기자]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KBS 이사회는 오늘 오후 4시 정기이사회를 열고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3840원으로 올리는 '수신료 조정안'을 상정, 논의의 닻을 공식적으로 올렸습니다.

KBS 양승동 사장은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광고수익이 몇 년 전부터 급격하게 줄었다.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재정 위기를 넘어 공영성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는 '국가 재난방송 중추 역할 확립' 'UHD방송 선도' '디지털 콘텐츠 확대 및 개방' '고품격 공영 콘텐츠 제작 확대' 등 총 12대 과제, 57개 사업을 추진해 향후 2025년까지 총 1조8145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론 ▲현재 수신료의 3%(약 180억원)를 지원하고 있는 EBS 지원을 수신료의 5%(약 500억원) 수준으로 올리고 ▲24시간 라이브 재난방송을 제공하며 ▲KBS2의 광고 수익 30%를 '미디어 상생 기금'으로 출연해 군소 미디어 업체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KBS 이사회는 향후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 심의를 통해 '긴 흐름'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KBS가 과연 수신료를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3차례 인상 추진 결과는 '흐지부지'…왜?

과거 사례를 보며 이후 경과를 예측해볼 순 있습니다. KBS에 있어 수신료 인상은 언제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1981년 수신료 인상(800원→2500원) 이후 40년간 동결 상태니 그럴 만합니다. 2000년 이후 'KBS 이사회 인상안 상정'을 기준으로 본다면, 2007년과 2010년, 2013년 총 3번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KBS 관리 감독 기관인 KBS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국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3번의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과정은 모두 한결 같았습니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KBS 이사회는 추진하고→방송통신위원회는 '찬성하되 이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서를 채택해 국회에 넘기면→ 국회에선 지루하고 지난한 공방이 시작됩니다.

늘 여당은 찬성하고, 야당은 반대하다 흐지부지 되는 겁니다. 2007년엔 여당 민주당이 찬성하고, 야당 한나라당이 반대했고, 2010년엔 반대로 여당 한나라당이 찬성했고, 야당 민주당이 반대했습니다. 19대에서도 여당 새누리당이 찬성,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대했습니다. 모두 결론을 맺지 못하고 인상안은 자동 폐기 됐습니다.

◆여당도 외면하는 수신료 인상…과거보다 더 어려워

'수신료 인상'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댓글 [네이버]'수신료 인상'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댓글 [네이버]
지금은 KBS 입장에선 더욱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졌고, 여전히 KBS 보도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큰 상황입니다. 과거와 달리 심지어 여당도 선뜻 힘을 보태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이원욱 위원장(민주당)은 "코로나 위기로 고통스런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 건은 (KBS가) 국민의 방송임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반대했습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국민의힘 과방위 박대출 의원은 오늘 통화에서 "국민 호주머니를 직접적으로 털어야 하는 문제"라며 "국민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방송'이란 인식 없이 절대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불리한 상황 속에서 KBS 양승동 사장은 새해벽두부터 '수신료'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일각에선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KBS의 수신료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OTT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레거시 미디어는 더욱 힘들어진 상황입니다(2018년 585억원, 2019년 759억원 적자). KBS 수입 중 수신료 비중(46%)은 영국 BBC(75%)나, 일본 NHK(98%), 독일 ADF(87%) 등 다른 나라 공영방송에 비해 한참 모자란 것도 맞습니다. 2014년 방통위에 따르면 1981년 2500원에 이후 단순 물가인상률만 반영해도 2012년에 이미 9025원 수준이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수신료는 강제로 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단 100원을 올린다하더라도 여론의 호응 없인 추진이 힘듭니다.
민주당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로나 위기로 고통스런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건은 국민을 타자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통상 수신료 인상안이 제기됐을 때 집권 여당은 지지해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보인다. [페이스북 캡처]민주당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로나 위기로 고통스런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건은 국민을 타자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통상 수신료 인상안이 제기됐을 때 집권 여당은 지지해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보인다. [페이스북 캡처]

◆묘수? 그런 것 없습니다


결국 묘수는 없습니다. '정공법'이 답입니다. 시청자가 수신료 인상을 적극 응원해줄 만큼 KBS가 얼마나 치열한 자구 노력을 했는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청사진을 분명하게 그리고 확약해야 합니다. 지난해 KBS 경영진은 "2023년까지 1000명 정원을 감축하겠다"며 '경영혁신안'을 냈지만 1000명 중 900명이 정년퇴직 예정자로, 자연감소분이었습니다. '말장난'으로는 결코 여론을 돌릴 수 없습니다.

역시 '과거'로부터 힌트를 얻자면, 1994년 수신료·전기료 병합 징수를 도입했던 때를 봐야 합니다. 이전까지 KBS 수신료는 내무부에서 고용한 징수원이 가가호호 방문해 징수해야 했고, 징수율은 50%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전기료에 포함해 반 강제로 징수하겠다? 반발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왜 일까요?

◆1994년 수신료 병합징수서 참고해야

KBS가 수신료를 병합 징수하는 대신 자의든 타의든 KBS는, 당시 KBS1TV의 광고를 전면 폐지하고, 농어촌지역의 수신료 면제 등 과감한 공공성 강화 방안을 함께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강력 추진했던 YMCA·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뭉친 '방송바로세우기 시청자연대회의'도 1994년 6월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우긴 했지만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안"이라고 했습니다. 학계·법조계·노동계 등 500여명이 참여해 만든 언론시민단체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도 그해 3월 '방만 경영구조 개선안'을 요구하면서도 "KBS 1TV 광고방송 폐지 결정은 적극 지지한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1994년 3월 23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KBS 재정의 수신료·광고료 비율은 현재 30대 70에서 50대 50으로 개선돼 방송공영성 구현을 위한 안정적 재정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의 KBS'도 '1994년 KBS'와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BBC나 NHK 등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은 상업광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현재 광고를 하는 KBS 구조는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가 정보를 포함해 수신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도 상세히 공개하도록 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기치로 KBS가 별도로 하고 있는 경영평가도,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엄격하게 받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강 건너 불 구경? 정치권도 책임감 가져야

또 한 가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정치권도 지난 40년간 이 문제를 방기해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에 관한 문제입니다. 집권 여당이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임명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버넌스로는, KBS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결국 정치권의 과제입니다. 정치권도 마냥 비판만할 게 아니라,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 또한 함께 트랙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도 고려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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