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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앉기도 전에 버스 출발…위험한 '시민의 발'

입력 2021-01-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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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에서 잇따라 사고가 난 뒤에 올라온 국민 청원입니다. 단 몇 가지만 지켜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오늘(26일) 밀착카메라는 50차례 버스를 타봤습니다. 버스가 갑자기 멈추거나 급하게 출발하는지, 내릴 때 미리 서 있지 않고도 버스가 멈춘 상태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지, 또 승객들이 내리고 나서 문이 얼마나 빨리 닫히는지 이 세 가지를 확인해봤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버스 뒷문이 닫히고, 내린 승객이 문틈에 끼입니다.

버스는 그대로 출발했고, 승객은 숨졌습니다.

지난 19일 버스 사고로 20대 여성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버스, 그만큼 안전하게 달리고 있을까요. 버스를 직접 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모두 50차례 버스를 탔습니다.

먼저 급출발과 급정거.

[김범진/서울 창전동 : 급정거를 해서 앞으로 밀려 나갔던 적이 있었어요. 급정거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을 해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출발하는 버스.

몸을 가누며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앉았습니다.

다른 승객들도 마찬가집니다.

카드를 대자마자 출발해 발이 꼬여 휘청거리고 비틀거리기 일쑤입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합니다.

승객을 못 보고 지나쳐 급정거를 하는 버스도 있습니다.

50대 가운데 43대가 급정거·급출발을 했습니다.

완전히 멈추고 나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을까.

[이현서/서울 목동 : 늦게 일어나면 문 닫힐까 봐 빨리 일어나요.]

버스 곳곳엔 차가 멈추기 전 움직이지 말라고 쓰여 있습니다.

직접 하차 벨을 누르고 버스가 완전히 멈춘 뒤에 내려보겠습니다.

이게 쉬운 일일지 알아보겠습니다.

버스가 멈춥니다.

잠깐만요.

지금 내리자마자 문이 닫히는 바람에 간신히 내릴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정차한 뒤에 하차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앉아있다 보면 아예 정거장을 지나치기도 합니다.

완전히 멈춘 다음에 내리려고 하니까 벌써 정류장을 두 개나 지나쳤습니다.

하차 벨에 불이 들어와 있는데 또다시 정류장을 지나칩니다.

[(네 개 지나쳐서요.) 건너가서…]

결국 내려달라고 말했습니다.

미리 일어서 있지 않으면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네 개 정류장을 지나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탄 50대 가운데 44대 버스에서 승객들은 미리 내릴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차가 달리는 동안 내릴 준비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A씨/버스 사고 피해자 : 카드를 찍고 일어나서 손잡이 기둥을 잡았는데. 비가 좀 와서 미끄러웠고, 좌회전하는 바람에 뒤로 자빠졌습니다.]

위험한 걸 알지만 미리 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A씨/버스 사고 피해자 : 미리 일어나지 않으면 문이 닫히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다시 문을 열어달라고 기사님한테 소리를 쳐야 되거나 문을 두드려야 되거나 그럴 때 더 위험한 거거든요.]

마지막으로, 내리자마자 닫히는 문은 어떨까.

[이중현/서울 성산동 : 말 그대로 문을 빨리 닫는 경우도 있고 그러신 게, 실제로도 이용할 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을 직접 재봤습니다.

제 앞에 승객들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마지막 승객이 내린 다음에 몇 초 뒤 문이 닫힐지 직접 재보겠습니다.

마지막 승객이 내렸고, 2.77초 뒤에 문이 닫히고 출발합니다.

2초, 3초, 2초, 3초 대부분 금방 문이 닫힙니다.

50차례 중 39차례, 문이 3초도 안 돼 닫혔습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문틈에 낄 수 있어서 특히 위험합니다.

지난 2012년 경기도에서 뒷문이 옷에 껴 학생이 숨졌고, 2015년에도 중학생이 버스에 발이 껴 다쳤습니다.

버스에서 취재 도중 버스 문 끼임 사고의 유족을 만났습니다.

[김동현/파주 버스 문 끼임 사고 피해자 가족 :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운행만 한다면 이런 사고는 좀 덜, 확실히 덜 일어날 것 같고요. 저도 방금 전에 타면서 앉기 전에도 급정거·급출발해서 넘어질 뻔해가지고.]

모두가 조금만 여유를 갖자고 말합니다.

[김동현/파주 버스 문 끼임 사고 피해자 가족 : 누나가 생전에 제일 많이 타고 다녔던 버스가 이 버스거든요. 빨리 가는 것보다 생명이 더 중요시되어야 하지 않나.]

버스기사들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버스기사 : 보통 한 15시간 정도 일을 해요.]

[버스기사 : 밀리니까 배차 시간이 짧아질 거 아닙니까? 급하게 서두르다가 그런 면도 있죠.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민폐고, 회사에서도 지적도 하고.]

하루 건너 일하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배차 시간을 맞추려고 급한 운전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버스기사 : 승객 안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제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에 그렇게 한다는, 그 마음가짐을 가지면 괜찮을 거 같아요.]

승객이 자리에 앉고 출발하기까지, 마지막으로 내리는 승객을 확인하는 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딱 5초, 5초만 여유를 가진다면 지금보다 더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단 몇 초가 생사를 갈라놓는 일은 더는 있어선 안 됩니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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