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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백신 막아라" 온도와의 전쟁…백신 콜드체인 점검해보니

입력 2021-01-26 21:26 수정 2021-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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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는 이제 다음 달 초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분기별로 이렇게 네 가지 종류의 백신이 차례로 들어옵니다. 가장 먼저 들어올 걸로 보이는 화이자 백신은 보관이 제일 까다롭습니다. 영하 70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변질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온도와의 전쟁'입니다. 백신을 저온으로 유통하는 '콜드체인'이 지금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봤습니다.

먼저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백신은 우선 창고로 옮겨집니다.

영하 70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은 바로 이 특수 초저온 창고에 보관됩니다.

여기서 백신을 전용 용기에 나눠 담는 작업까지 마쳐야, 접종센터로 운반됩니다.

이 온도에선 사람이 5분 이상 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로 앞, 영하 25도 작업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완충하는 공간을 두면, 문을 열 때 생기는 급격한 온도 변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김진하/초저온창고회사 대표: 화이자는 아직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냉동고에 보관하더라도 문을 여닫고 하는 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초저온 대형 창고는 전기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씁니다.

[김진하/초저온창고회사 대표: 전기를 이용해서 돌리는 방법은 (비용이 너무 들어서) 일반 냉장고 크기만 한, 작은 데서 할 수밖에 없고요.]

갑작스러운 정전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백신을 창고 밖으로 무사히 옮기려면 전용 용기에 담아야 합니다.

아직까지 운송 차량만으로는 영하 70도, 초저온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단열 처리를 한 용기 안에 백신에 필요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매를 채워줍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엔 드라이아이스를 넣습니다.

백신 전용 용기는 이렇게 온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극한 테스트'를 거친 뒤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용기 바깥의 온도를 실제 배송상황과 비슷하게 조절해보면서 용기가 백신을 잘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실험하는 겁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본사가 운송을 전담하는 안과 국내 업체와 운송을 나눠서 하는 안이 모두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강표/콜드체인용기업체 부사장 :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콜드체인이 깨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단계를 거칠수록 위험성은 높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운영체제를 구축하는게 맞지 않을까.]

[앵커]

이제 백신을 접종할 장소로 옮기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리고 백신을 차로 옮길 때가 가장 취약합니다. 독일과 미국에서도 이때 백신이 변질돼서 폐기했습니다. 백신 상자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거나, 이상이 생기면 바로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방법도 나왔습니다.

이어서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백신을 운송하는 상자에는 이렇게 센서가 붙어 있습니다.

백신 바이알(약병) 온도는 어떤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건데요.

이 정보들은 이렇게 앱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차량에 시제품 백신 박스를 싣고 주변을 달려봤습니다.

위치와 온도가 실시간 분석돼 애플리케이션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대부분 백신 사고는, 이런 센서나 냉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온도 관리에 실패해 일어납니다.

운반 차량 안에서나, 접종 장소 도착 뒤 백신 상자를 옮기다가도 상온에 노출돼 효능을 잃고 '맹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성우/한국해양수산개발원 종합정책연구본부장 : 창고에 물건을 내리는 이 순간 여기에 대한 관리규정이나 지침 이런 것들이 비어 있다면. 딱 10초 만에, 1초 만에도 변질이 될 수 있어요.]

지난달 영국과 독일, 미국 등에서도 화이자 유통 중 백신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폐기하는 일이 잇따랐습니다.

백신 유통 과정에서 즉석 드라이아이스를 뿜어내는 분사기도 등장했습니다.

[최동호/백신 용기·냉매 제조 업체 대표 : 갑작스럽게 (냉동고) 셧다운이 이뤄졌을 때라도 패키징이나 냉매를 통해서 안정적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도로 위를 달린 백신 상자들은 전국 250곳 접종처에 도착합니다.

최대한 빨리 적정 온도가 맞춰진 냉장·냉동고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정민/백신 냉동고 제조 업체 부장 : 저게 센서예요. 온도를 측정하는 구간이고요. 저기서 측정된 온도가 아까 보신 화면에 나타나는 거죠.]

전국 백신 접종 현장에 500여대 투입될 이 냉동고는 영하 90도까지 낮춰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정전 상황에서도 초저온 냉각 시스템을 별도로 장착을 해 온도를 유지합니다.

지난 5년 사이 전국 보건소가 사들인 백신 중 9만1500회 분이 폐기됐습니다.

그 중 27%가 '냉장고 고장' 때문이었습니다.

비상 시 온도 관리를 위해 접종처마다 드라이아이스 등 냉매를 충분히 쌓아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정재훈/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접종) 전문 센터보다 일반 의료기관은 보관시설이 취약할 수 있거든요. 지침을 빨리 배포해서 숙지해서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송민지 / 영상그래픽 : 박경민·김지혜 / VJ : 남동근 / 인턴기자 : 김아라·신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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