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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손잡아줄 어른 1명만 있다면"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1-23 19:54 수정 2021-01-2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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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픈마이크, '보호종료아동' 연속 기획 두번째 시간입니다. 20명 정도 인터뷰하며 아주 짧게나마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는데요. 가장 안타까웠던 건 '만 18세' 열여덟 어른의 홀로서기는 빨리 쓰러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또 나와서 도와줄 어른 한 명 없이, 그저 손에 쥔 5백만원 등이 전부라면, 그게 누구든 쓰러지기 쉬울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들의 홀로서기를 도울 방법은 뭐가 있을지,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기자]

만 18세, 떠밀리듯 세상에 나오자마자 나쁜 어른들의 '표적'이 됩니다.

정부가 준 자립지원금 5백만 원을 채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 있는 겁니다.

[어머니가 원래 연락을 안 하시다가 '여행 가고 싶다' 하면서 홀라당 다 쓰신 거예요.]

그렇게 삶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냥 쫓겨나니까… 며칠 동안 밤새우고, (지하철) 역 밖에, 계단 쪽에 있었죠.]

[말이 유흥업소지, 조건 같은 것 있잖아요. 진짜 많아요. 아는 것만 5명이에요.]

운 좋게 이런 일을 피해간 이들 역시 당장 집을 못 구해 떠돌이 생활을 했습니다.

[친구 집에요. (여러 친구집) 돌아다녔는데요. 두 달 정도요.]

[일반 국민들도 집 구하는 게 힘든데, 저희는 LH로 구할 수 있긴 있는데 전셋집이 없다고…]

[(공무원이) 다짜고짜 '안 되는데? 아직 뭐 공고 없는데?' 분명 LH 지원할 때는 된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전 재산을 빼앗겼을 때, 거리로 나앉게 생겼을 때, 도와달라고 손 내밀 어른 한 명 없었습니다.

[떠오르는 사람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고 하니까…]

[진짜 가장 힘든 게 연락이라도 다 되면 좋은데, (보육원) 나갔으니까 연락을 진짜 안 받아요. 되게 힘든 상황에서 한 거였는데.]

보호종료아동들을 인터뷰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도 이런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럴 때 손잡아주라고 마련한 제도가 있긴 있습니다.

바로 '자립지원전담요원'입니다.

이들은 아이들이 만 15세가 되면, 자립 계획을 세우고 홀로 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고, 퇴소한 뒤에도 5년간은 계속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왜 '손 내밀 어른 한 명 없었다'는 걸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딱 306명 있다 보니, 한 명이 백 명 넘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모르거나,

[(자립지원전담요원 아세요?) 아니요.]

알더라도 '별 도움 안 된다'는 반응입니다.

[(노숙할 때) 연락했어도 별 의미 없었을 거예요. 1년에 한 번 (연락) 올까 말까인데…]

이 제도가 잘 자리 잡은 나라로는 영국이 꼽힙니다.

영국에선 만 25세가 될 때까지 '개인 상담사'가 일대일 밀착 관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밀착 관리하냐면, 집을 구한다고 하면, 어느 지역에 사는 게 좋은지부터 함께 상의하고 계약할 때 따라가 줄 정도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자립지원전담요원 1명이 돌보는 아이 수를 30명 정도로 낮추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도움은커녕, 보호종료아동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되레 저희한테 물어보시더라고요. 요새 얘는 어떻게 지내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거란 말까지 나옵니다.

실제 인터뷰에 응한 보호종료아동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죽음이 '잦다'고 했습니다.

[친한 형 죽었네요. 그게 작년, 차 안에서.]

[한 달에 다섯 명 정도 (극단적 선택)…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이런 상황이 워낙 많았어요.]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문의해보니, 아직 관리 중인 보호종료아동에 한해서도, 몇 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물론, 단순 사망자 수도 '파악하고 있지 않다',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보호종료아동의 자살률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관 : 지표 중에 하나인 거죠. 자살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 '어디에 공백이 발생한 것일까?' 정책을 만들었다가 끝이 아닌 거예요. 이 정책이 어떤 효과를 산출하고 있는가를 늘 평가…]

[사회복지사 (보호종료아동) : 그냥 돈 주고 땡 이런 건 아닌가. 조금만 살펴보면, 어떤 걸 지원해주면 아이들이 잘 자립할 수 있는지 나오는데…]

보호종료아동 20명에게 '자립을 위해 어떤 걸 제일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어봤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을 좀 더 늘려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을 깨고, 대부분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제 지켜줄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

[받아줄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저를 조금 대변해줄 수 있고, 그런 어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돌아가거나 힘들었던 일은 없었겠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정수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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