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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입력 2021-01-23 10:00

지수아이앤씨, 지난해 7월 기준, LG 계열사와 694억원 계약
2019년 매출 절반 넘는 수준 "나머지 일감도 LG와 관련 있는지 따져봐야"
LG 계열사, 농성 금지 가처분 신청…법원은 농성 정당성 인정
LG 계열사 "코로나 방역 문제로 가처분 신청. 실질적 사용자란 주장 사실 아니다"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지켜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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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아이앤씨, 지난해 7월 기준, LG 계열사와 694억원 계약
2019년 매출 절반 넘는 수준 "나머지 일감도 LG와 관련 있는지 따져봐야"
LG 계열사, 농성 금지 가처분 신청…법원은 농성 정당성 인정
LG 계열사 "코로나 방역 문제로 가처분 신청. 실질적 사용자란 주장 사실 아니다"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지켜져야"

▶긴밀하게 얽힌 '고용승계'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LG 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단 이유로 해고됐다"며 오늘(23일)로 39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씨가 소유한 용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LG 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관통하는 이슈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가 고용승계, 둘째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입니다. 언뜻 보면 이 둘이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습니다.

LG는 자신들이 직접 계약한 것이 아니라며 고용승계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지만, LG와 청소 용역업체는 친족기업이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당사자로 남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JTBC 뉴스룸은 지난 5일 LG가 청소 용역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LG 자회사와 청소 용역업체의 계약서를 단독 입수하고, 복수의 용역업체와 관련 전문가들을 취재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짙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JTBC 뉴스룸 1월 5일자 보도

LG는 JTBC 보도 사흘 뒤, "고모들이 가진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의 지분을 다 팔고, 이 회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분을 파는 걸로 의혹을 덮어선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지난해 LG 계열사 일감만 694억원

위 보도에서도 강조했지만, 청소 노동자들이 속해있던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닙니다. LG 구광모 회장 고모가 소유한 회사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 계열사의 일감을 통해 올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미있는 자료가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참여한 노동법률단체 조사에 따르면, LG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은 지난해 7월 기준 총 74개 사업장의 용역계약을 지수아이앤씨와 맺었습니다. 논란이 되는 트윈타워 사업장도 포함돼 있습니다. 74건의 용역을 금액으로 따지면 694억 원에 달합니다. 지수아이앤씨의 2020년 매출액은 아직 공시되지 않습니다. 2019년 지수아이앤씨 매출액이 약 1300억원 인데, 이 금액의 절반이 넘는 수준입니다.
 
[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JTBC 뉴스룸 1월 5일자 보도

LG 자회사인 에스앤아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지수아이앤씨가 영세한 사업체로서 채권자 및 주식회사 LG에 전속되어 있거나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한 마디로 절반은 우리가 주는 일감이 아니니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법적으로 몇% 이상 이런 거래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라고 딱 정해져 있는 건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당히 높은 거래 비중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친족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단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 21 공동대표)는 "나머지 일감이 직접적으로 LG 자회사(에스앤아이)와 계약한 게 아니라고 해도, 역시 협력사 등 LG와 관련된 회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 거래 내역을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법원, LG 트윈타워 노동자 농성 정당성 인정

구 회장의 두 고모가 지수아이앤씨 지분을 모두 팔겠다고 한 뒤, 에스앤아이는 "이번 매각과 별도로 현재 트윈타워에서 농성 중인 청소 근로자에 대한 고용 유지가 보장되도록 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에스앤아이는 노동자들이 로비 농성을 시작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로비 농성을 못하도록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엠프를 켜고 발언을 하는 등의 행위를 할 때마다 1인당 200만원 씩 내라고 요구한 겁니다.
 
[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지난 1월 1일, 트윈타워 용역들이 반입을 막은 농성 노동자들의 도시락 / 제공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하지만 법원은 에스앤아이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쟁의행위는 주체나 목적, 시기와 절차 면에서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에스앤아이와 LG는 일상적인 시간대에 로비에서 이뤄지는 피케팅이나 구호제창, 선전활동의 쟁의행위는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농성의 정당성은 인정한 겁니다. "이 쟁의행위로 업무 수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던 LG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트윈타워 로비에서 야간에 농성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에스앤아이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습니다.

에스앤아이 측은 "청소 근로자들이 한 달 넘게 트윈타워 로비 한편에서 숙식을 이어가며, 이불이나 침낭 등의 침구류 등을 깔아 놓아 방역을 위한 소독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트윈타워 내 코로나19 방역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입주 상인들의 영업에도 피해가 발생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들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지켜져야"

민변 등 노동법률단체들은 LG 자회사인 에스앤아이가 제3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수아이앤씨가 친족기업이라는 특수관계 속에서 에스앤아이가 업무지시와 직원 관리를 하는 등 경영상으로 보면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여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에스앤아이 로고가 붙은 근무복을 입었고 LG 창립기념일이 이들에게 휴일이었던 점, LG그룹의 정도경영 실천 서약을 하는 등 이들을 에스엔아이의 직원처럼 취급했다고 본 겁니다.

구광모 회장의 책임도 다시 따져 묻고 있습니다. 노동법률단체는 "LG가 지분 100%를 소유한 에스앤아이와 고모의 회사 지수아이앤씨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 구광모 회장은 결코 제3자에 머무를 수 없다. 구 회장이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원상회복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취재설명서] LG계열사,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에 지난해 694억원 일감 몰아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들은 구광모 회장 집무실을 비롯해 길게는 10년 이상 트윈타워 건물을 청소해온 사람들입니다. LG 자회사 에스앤아이는 "친족회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청소를 잘해서 지수아이앤씨에게 10년간 용역을 맡겼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해고된 뒤에는 "서비스 질이 떨어져서", 그러니까 청소를 못해서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우리는 항상 열심히 일했다. 달라진 건 노조를 만들고 최저임금 수준이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노동법률단체들은 "정황상 노조활동과 쟁의행위 때문에 집단해고를 한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더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에스앤아이 측은 "에스앤아이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노동법률단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고용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던 2017년 4월, 이른바 신중년(50~60대)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청소·경비·급식 등 용역업체 근로자의 상당수가 50대와 60대 신중년"이라며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신중년 용역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은 "만약 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졌다면, 이와 같은 집단해고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와 여당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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