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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용돈 줄 테니 만나자"…여전한 랜덤채팅앱

입력 2021-01-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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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앱이 있습니다. '랜덤채팅'이라고 합니다. 이게 청소년 성범죄 피해의 창구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지난 달 여성가족부가 몇 가지 조치를 했습니다. 좀 달라졌을지, 밀착카메라가 알아봤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넷 검색창에 '랜덤채팅'이라는 단어를 넣자, 이렇게 앱 수백 개가 뜹니다.

가입하려면 휴대폰 인증이 필요한데요.

여성가족부 지침에 따라 한 달 전에 생긴 절차입니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적어도 그 상대방이 누군지는 찾아낼 수 있게 한 겁니다.

대화 저장, 그리고 신고 기능도 같이 시행됐습니다.

위험이 줄어들었을까.

만 16세가 넘으면 이용할 수 있다는 앱입니다.

쪽지가 쏟아지고, 성희롱으로 보이는 말도 내뱉습니다.

용돈을 줄 테니 만나자더니 미성년자라고 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지가 무색합니다.

성인만 가입할 수 있는 앱도 마찬가집니다.

여러 채팅방에 미성년자를 암시하는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39살 남성이 말을 걸어옵니다.

고등학생이라고 하니 2003년생인지 확인합니다.

차를 마시자더니 영화를 보자고 합니다.

반차까지 쓰고 나오겠다는 이 남성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오늘(21일) 만나기로 한 쇼핑몰에 도착했습니다.

약속 시간인 3시까지 20분 정도 남았는데요.

미리 가서 기다려보겠습니다.

약속 3분 전, 남성이 도착했다는 '인증' 사진을 보내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꿉니다.

사실 성관계를 하러 온 건데, 괜찮냐는 겁니다.

사진까지 요구하더니, 대답을 피하자 연락을 끊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해 유인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도 계속 울리는 채팅방.

이번엔 같이 놀자는 20대 남성을 만나봤습니다.

[(맞으시죠? 사실 기자거든요. 미성년자인 걸 알면서도 만나러 오신 이유가) …]

인터뷰를 거절한 남성은 "나쁜 목적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과연 앱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취재진은 랜덤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하던 15살 아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박용성/부산진구청소년문화센터장 : 지금 아예 연락이 안 돼요. 랜덤채팅으로 2차적인 피해 상황들이 생길 수도 있고.]

센터에선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연락이 끊긴 아이를 찾아본다고 하는데요.

저희도 함께 가 보겠습니다.

10대들이 한데 모여 담배를 피우고 거리를 전전합니다.

음악 소리로 가득한 길을 지나 좁은 골목도 살핍니다.

[박용성/부산진구청소년문화센터장 : 여기 모텔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16살 아이를 찾아서 집에 돌려보낸 적이 있습니다. 애들이 담배 피우는 이런 골목이 '담골'이에요. 여기 담배꽁초 많이 있잖아요. (여기 많이 모인다는 거죠.) 그렇죠.]

이날 결국 A양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경찰에도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입니다.

취재하며 만난 아이들은 랜덤채팅의 어두운 현실을 얘기해줬습니다.

[B양/17세 : 가출을 했고 돈이 없으니까. 대체로 10명 중 한 6명은 쓰죠, 6~7명. 어른들은 솔직히 어린애들을 좋아해요. 미성년자인 거 알면서도 그냥 만나요.]

[C양/15세 : 처음엔 밥 사준다는 식으로 접근해서 만나면 보통 스폰 제안을 많이 하고. 가출한 걸 협박으로 잡아서 가출한 거 다 얘기한다, 경찰에 데리고 간다 그런 식으로.]

'성인 인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C양/15세 : 성인 인증은 생각보다 쉽고, 휴대폰은 부모님 주무시는 동안 몰래 인증해 둬도 되는 거고. 성인이 (앱) 관리를 하면서 성인이 학생들을 데리고 그렇게 하기도 하고.]

D양이 랜덤채팅을 접한 건 14살 때였습니다.

같이 가출했던 또래 남자 아이와 20대 남성의 제안이었습니다.

[D양/15세 : 네가 조건해가지고 돈 벌어 오라고. 서너 번 정도 있었어요, 60만원 정도 받았어요. 근데 그 성인 오빠가 자기가 관리해주겠다면서 (돈을) 다 들고 갔고.]

몸도 마음도 너무 어렸던 그 때의 기억이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D양/15세 : (상대들은 몇 살이었어요?) 서른 살에서 40대. 괜히 집 나가서 그런 게 제일 후회가 돼요. 최대한 미성년자가 그런 앱을 못 쓰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랜덤채팅을 운영하는 업체는 어떤 입장일까.

이용자가 많은 앱 사무실을 찾아가봤습니다.

[E업체 : (성매매 유인 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조치하시는지…) 이건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요.]

다른 앱 사무실은 주소지에 사무실이 없었고, 집으로 추정돼 찾아갈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F업체 인근 부동산 : (OO라는 사무실 있나요?) 여기 다 아파트까지 OO번지예요. 요즘 가정에서도 사업자를 많이 하던데.]

[랜덤채팅앱 업계 관계자 : (방치되는 이유가) 아무래도 돈 때문이지 않을까요. 어떤 앱은 여자랑 대화하려면 무조건 돈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은 돈을 쓰니까.]

올해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첫 과제 중 하나로 랜덤채팅앱을 이용한 성범죄를 단속해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앱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수많은 어른들이 먼저 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습, 지금도 눈에 보이는 현실입니다.

익명성에 숨은 성범죄를 막기 위한 논의는 계속돼야 합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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