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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밤에 수사한 내용이 아침이면 은수미 캠프로 전달됐다

입력 2021-01-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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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뉴스룸이 단독으로 추적한 내용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캠프의 핵심 관계자가 경찰의 수사 내용을 입수해서 대책을 논의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전날 밤에 늦게 끝난 조사 내용이 다음날 아침에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실시간으로 유출된 걸로 보입니다. 취재진은 이 내용을 뒷받침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의 내용을 확보했습니다. 대화를 이끌던 사람은 지금은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먼저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지방선거가 열린 2018년 은수미 성남시장은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차량과 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재판에서 은 시장은 90만 원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당선무효형은 100만 원 이상입니다.

그런데 선거와 맞물려 경찰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5월 18일.

사업가 밑에서 일했던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습니다.

조사는 밤 10시쯤 끝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

캠프 핵심 관계자 4명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엔 전날 밤 A씨의 진술 내용이 올라옵니다.

"A씨 진술 내용이 의외였는데 지금까지의 주장을 180도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 변화'의 배경도 설명합니다.

경찰 조사가 끝나고 12시간도 흐르지 않아 피의자인 은수미 측에서 그 내용과 분위기까지 파악한 겁니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4명의 핵심 관계자는 어제 조사 내용이 은수미 후보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대책도 논의합니다.

"기자가 기사는 쓰게 할 필요 없고 상대 캠프에 들어가도록 소문만 내라" 다만 "우리 캠프와는 상관없게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은수미 캠프의 가장 핵심적인 관계자 4명이 모인 이 텔레그램 방.

수사 내용을 어디선가 입수해 대화방에 올린 건 당시 은 후보 보좌관 A씨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 A씨는 청와대에 선임행정관을 거쳐 지금은 비서관으로 승진해 일하고 있습니다.

A비서관이 당시 캠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정황은 여러군데서 발견됩니다.

은수미 캠프 출신이자 현직 경기도의원의 말입니다.

[경기도의원 : OOO하고 잘 지내. 오늘 온 애들은 다 들어오는 애들이야. OOO는 A씨 라인이야. A씨 세다.]

이에 대해 청와대 A비서관은 JTBC에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며 "당시 조사 받은 사람과도 친하고, 나와도 친한 제3자를 통해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이 내용을 은수미 후보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선거전에서 후보는 그런 내용 모르게 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러면 후보가 선거운동을 못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의 피의자는 은수미 시장 개인이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청와대 비서관은 경찰로부터 정보를 얻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 결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 간부가 최근에 당시 성남시청 관계자를 찾아와 "그때의 일을 묻어달라"는 부탁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파일을 입수했는데 직접 들어 보시죠.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수사 내용 유출은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됩니다.

선거로부터 넉 달이 지난 그해 10월, 성남 중원경찰서 김모 경위가 전직 시청 관계자와 나눈 대화입니다.

[김모 경위 : 그 사건 내일 (검찰에) 지휘 올라가요. 내일 아침에 가요. 검사가 보완하라고 했던 거, 그거 해서 내일 아침에 갈 거고.]

이후 김 경위는 수천억 규모의 사업권에 대해 묻습니다.

[김모 경위 : 4000억짜리 제안을 OO업체하고 OO업체에서 하려고. 이런 사업을 할지 안 할지를 대장님(은 시장) 방침을 아직 안 세우신 건데. 만약에 하게 되면 내가 좀 관여를 할까 해서 (만나서 얘기하시면 안 될까요? 전화로는 제가 좀…) 알았습니다.]

이런 경찰 이야기에 당시 성남시 관계자들은 상황이 은 시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며 반기기도 했습니다.

[전 성남시청 비서관 : 경(찰)에서는 못 쳐요. 다 엮여 있어요. 윗선도 다… 내부 살점 도려낼 경찰 절대 없거든요.]

[전 성남시청 비서관 : 지들 치부를 거론하진 않지…]

그런데 이 경찰, JTBC가 성남시의 대규모 부정 채용 의혹을 보도한 지난달 갑작스레 내부고발자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본인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지 않게 "묻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김모 경위 : 이 과장님,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힘드네… 나 지금 갈게요.]

사직서도 써놨다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재촉합니다.

[김모 경위 : 지금 사표 써놨거든. 자꾸 내 이름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어제 애 엄마한테 다 오픈했어요. 사표를 써놨는데 이거 제출을 해야 할지 당사자 이 과장님을 만나고 해야겠다 이렇게 해서. 나 좀 만나줬으면 좋겠어요.]

본인 이야기를 빼주면 다른 사람 수사 상황을 공유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김모 경위 : 제가 지금 (수사자료) 찾고 있으니까. 되는 대로 저기 하고. 이 과장 믿고 있고. 우리가 좋은 인연으로 됐잖아요 처음에.]

성남시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해당 경찰은 어제(18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J : 손건표 / 영상디자인 : 배장근·신재훈·배윤주·이재욱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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