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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무죄, 연구결과 잘못 이해"…환경연구자들 비판

입력 2021-01-19 15:21

"동물실험은 인체와 달라…업체들 범행 의도·행적 안 따지고 인과관계 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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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은 인체와 달라…업체들 범행 의도·행적 안 따지고 인과관계 곡해"

"가습기살균제 무죄, 연구결과 잘못 이해"…환경연구자들 비판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 업체 관계자 전원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지난주 법원 판단에 대해 환경·보건 연구자들은 재판부가 과학적 인과관계의 논리를 잘못 이해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조사에 참여한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판결은 피해자들을 뭉뚱그려 '기저질환이 있다'는 식으로 가습기살균제의 (폐질환) 인과관계를 무시했다"면서 "서너 살 아이들이 나이가 있어야 걸리는 폐질환을 얻은 이유를 따로 설명할 수 없음에도 개인 인과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살균제 속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본 재판부에 판단에 대해 "동물실험은 옵션일 뿐 탈리도마이드, DDT 등 동물실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독성도 많다"고 반박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이날 성명에서 "재판의 대상이 피고인의 잘못에서 CMIT·MIT의 질환 발생을 입증하는 과학의 한계로 바뀐 것"이라며 "형사사건은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지만 그 대상은 과학이 규명해야 할 건강 피해가 아니라 피고인의 범행 의도와 행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실험에 대해서는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라며 "예를 들어 국제암연구소의 1급 발암물질은 충분한 증거가 인체에서 나오면 지정되며 실험동물의 증거나 기전적 증거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업체들이 ▲ CMIT·MIT가 자극성이 강한 물질임을 알면서도 직접 흡입 가능한 제품에 적용했는지 ▲ 독성·유해 불확실성을 인지하고도 나중에 문제가 되자 은폐·축소하려 했는지 ▲ 상호 공모와 책임 회피를 했는지를 재판이 따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추론과 보완·합의라는 '학술의 논리'가 통상적인 '재판의 논리'와 달리 작동하는 것임을 법원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술적으로는 어떤 사실이 반증 되지 않을 경우 받아들이게 되는데 법원에서는 입증해야 한다"며 "폐질환도 인과관계의 특성상 많은 연구자가 '반증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입증됐다'는 식으로는 이야기하지 않는데 학술집단과 법원이 서로 이해를 잘 못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 각자 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고, 재판에서는 서로 입을 맞추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불일치하는 게 있으면 (대화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찾아 봉합하는 게 연구자들의 방식"이라고 했다.

변호사인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과학에 의존해 재판한 전례 없는 사법과정"이라며 "과학의 진실추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무결점만 진실로 인정한다면 사실 대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심 재판부는 물질과 피해 간의 인과관계를 엄격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증명 정도를 낮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자로 구성된 자문패널을 구성할 필요성도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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