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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기약 없는 '4대강 보 해체'…논란의 현장 가보니

입력 2021-01-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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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녹조라떼와 큰빗이끼벌레는 2017년 초까지만 해도 4대강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입니다. 정부가 작년부터 일부 보를 해체하겠다고 했지만, 찬반 갈등 속에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오늘(18일) 정부에서 같은 결론이 최종 확정됐는데, 지역마다 사정을 고려해서 적절한 때에 해체하라고만 했지, 시기를 못 박진 않았습니다. 밀착카메라가 4대강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여기는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건물 앞입니다.

공무원들이 지나다니는 문 앞으로 피켓을 들고 계신 분이 있는데, 시위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정인 건지, 제가 가서 좀 물어보겠습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기로 예정됐던 게 거의 2년이 지났거든요. 너무 지연되니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4대강 자연화 사업,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 강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이 보입니다.

4대강 사업 당시 흐르는 강물을 담아두려 만든 공주보입니다.

수문을 연 지 약 3년, 수풀로 우거진 풍경은 비슷하지만 강변의 모습이 확 달라졌습니다.

수문을 열기 전에는 여기까지도 전부 강이었습니다.

지금은 수문을 열어두면서 이렇게 땅을 딛고 설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빠졌습니다.

바닥에는 이렇게 고운 모래가 남았습니다.

원래 깔따구 유충이 살던 녹색 진흙이었습니다.

금빛 모래를 덜어내면 금방 흔적들이 나옵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진흙 같은 걸 까보면 구멍이 나 있어요. 실지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살았던 거죠.]

강의 상류에 있는 세종보도 보를 개방하고,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세종보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게 수문인데, 저 수문을 개방한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그 뒤로 물이 맑아졌습니다.

한눈에 봐도 안에 있는 돌멩이들이 들여다보일 정도인데요.

직접 수중 카메라를 넣어서 비교해 보여드리겠습니다.

모래와 조약돌들이 투명하게 보이는 물, 2016년 촬영한 세종보 수중 영상과 비교하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모여있던 물이 흐르면서 강 곳곳엔 모래톱이 생겼고, 그 자리로 왜가리와 백로 등 철새들이 돌아왔습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원래는 물이 다 차 있었기 때문에 새들이 쉴 수가 없었어요. 없어졌던 새들이 돌아오는 거죠.]

진흙 위로는 동물 발자국들이 찍혀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흔적도 보입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수달 배설물 같은 경우엔 이렇게 물고기 가시나 비늘, 물고기 눈 같은 게 있어요. 이건 사냥한 것 같고.]

취재진의 카메라에도 먹이활동을 하고 앉아 쉬는 고라니가 포착됐습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과거라면) 못 오죠. 여기까지 물이 사실 다 차 있는 거니까.]

박근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3개 보를 해체하고 2개를 상시개방하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반발이 가장 심한 영산강 죽산보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천막을 펴고 보 해체를 반대하는 농성을 했었는데요.

지금 천막은 사라졌지만 현수막을 남겨뒀습니다.

보시면 죽산보를 해체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인 논리다 이렇게 써 있습니다.

죽산보가 만들어지며 영산포엔 뱃길이 열렸습니다.

이 길을 다니는 황포돛배는 나주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입니다.

주민들 사이에선 보가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영산포 인근 주민 : 해체를 안 하는 것이 맞지, 강을 살리려면. 해체를 해 버리면 도로 똥물만 흘러가지.]

보를 없앨지 고민 중인 공주보와 세종보 인근에서도 일부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나옵니다.

농민들은 보를 없애면 농업용수가 줄어들 거라고 걱정하고, 물이 차 있어야 경관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최영락/세종보 해체 반대위원장 : 예전에는 물이 항상 차 있기 때문에 경관이 굉장히 좋았죠. 이걸 해체한다면 저희는 결사투쟁을 해야 되는 거예요.]

환경단체는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강이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원래 저기서 흐르니까 이렇게 가야 되는데 이쪽으로 이렇게 쏟아지고 있는 거예요.]

올해 긴 장마와 태풍에 물난리를 겪은 보 주변 마을 사람들은 보를 놔둬 강물이 또 넘칠까 걱정입니다.

[이건창/전남 나주시 죽산리 농민 : 여기 죽산보 수문이 있잖아요. 저기서 정체되니까 물이 이렇게 돌아 흐르는 거야. (반대하는) 그분들은 여기 와서 살아 보지 않았으니까.]

오늘 물관리위원회에선 4대강 조사위의 권고와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시기는 지역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오늘 정부 발표가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후대에 어떤 강을 물려줄지, 이것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VJ : 박선권 /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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