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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마디도 못 해"…독거노인 '비대면의 그늘'

입력 2021-01-15 20:53 수정 2021-01-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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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는 알려진 것처럼 노인들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국내 사망자 가운데 80대 이상이 절반이 넘고, 60대부터 모두 합하면 95%가 넘습니다. 더 조심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은 그나마 있던 바깥 활동 마저 거의 끊긴 상탭니다. 열흘 전, 경기도에선 홀로 살던 80대가 코로나에 걸려 숨진 채로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지요. 저희 취재진을 만난 혼자 사는 어르신 한 분은 "걸려 오는 전화로 살아있는 걸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영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91살 윤명순 할머니의 하루는 TV를 켜는 걸로 시작합니다.

앉아서도 보고, 누워서도 봅니다.

오후 2시쯤, 빵과 두유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하루 동안 누군가와 말을 나누는 건 생활지원사나, 자식들과 전화할 때가 유일합니다.

[윤명순 : 말할 사람이 있어야 말을 하지. 하루에 몇 마디나 하겠어, 나 혼자서. 혼자 말해봤자 세상 원망밖에 더해?]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엔 일도 나갔습니다.

[윤명순 : 코로나 들어오기 전에야 교회도 가고, 마실도 가고, 일도 다니고 그랬지.]

맘 편히 집을 나선 게 언젠지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윤명순 : 마지막으로 외출 다녀온 게…언젠가 모르겠네…(외식은) 한참 됐지. 코로나 들어오고 바깥에서 밥을 못 먹었으니까.]

혼자 TV를 보다 잠이 들고 밤이 찾아옵니다.

밥과 몇 가지 반찬으로 저녁을 하고 설거지까지 마치면, 윤 할머니의 하루가 저뭅니다.

78살 손계분 할머니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계분 : (오늘 식사는 어떻게) 오늘 아침에는 눌은밥 삶아 먹었어요. (반찬은) 김치하고. (김치하고만?) 네. (집에 찾아오는 분들은) 코로나 생기고부터는 찾아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복지사만 전화 날마다 해주고… 그래도 저렇게 전화해 주니까 내가 살아있는 걸 느낄 수 있잖아.]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손계분 : 정부가 그렇게 신경 쓰는데 그렇게 나돌아다닐 수는 없잖아요. 마음 같아선 전철 타고 저 남대문 시장 가고 싶은데 못 가잖아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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