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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친환경차 사세요' 소리가 불편한 이유

입력 2021-01-11 09:0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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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0)

20년만의 강추위에 전국 곳곳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갑작스런 폭설에 전국 곳곳의 도로는 마비됐고요. 폭설과 강추위가 본격화하기 전, 지난주 연재에선 '앞으로의 추위가 불편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참고: [박상욱의 기후 1.5] 반갑지 않은 한파 속 찾아온 반가운 소식) 그저 겨울이기에 당연히 추운 것이 아니라, 이 추위엔 극지방의 온난화라는 불편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러한 '불편함'은 우리들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에서도 존재합니다. 과연, 어떤 불편함일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친환경차 사세요' 소리가 불편한 이유

#판매대수_보다_차종과_출시일정
정부는 지난해, 화려한 무대와 조명 속 멋진 연출이 가미된 프레젠테이션에서 다음과 같은 계획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5년 후, 친환경차 보급 대수를 133만대로 확대하겠다"

세부적으론, 2025년까지 전기차는 113만대, 수소차는 2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 수치는 정부가 '보급하겠다'고 목표만 세워서는 달성할 수가 없는 내용입니다. 단순히 '생산 목표'라면 모르겠지만, '보급 대수'라면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가 있어야만 가능하니까 말이죠.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려면 어떠한 정보가 필요할까요. 어떤 차종들이 어느 정도의 가격대로 언제 출시되느냐는 내용일 겁니다. 배터리 전기차야 국내외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다양한 차종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차는 그린뉴딜 계획기간(2020~2025년) 어떤 차들이 추가로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2018년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넥쏘, 단 하나의 차종만을 갖고 수소차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부디 아닐 거라 믿고 싶습니다.

#세부_대책_나왔지만
지난주, 정부는 '무공해차 대중화와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위한 무공해차 구매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내놨습니다. 친환경차 구매시 지급되는 보조금의 변화가 주된 내용인데, 시장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보조금의 '변화'라기보다 '감소'로 읽히고 있죠. 그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가격구간별 보조금 차등'이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친환경차 사세요' 소리가 불편한 이유 (자료: 관계부처 합동 `무공해차 구매지원제도 개편방안`)

정부는 이러한 변화의 목적이 "무공해차 가격 인하 유도와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의 집중 육성을 위해서"라고 명시했습니다. 자동차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궁무진하겠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금'이 해외 제조사들의 가격을 인하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요.

그래도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의 집중 육성'은 가능해지지 않겠냐는 희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6천만원'짜리 자동차에 '대중적', '보급형'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온 것일까요. 정말 대중적이고도 보급형인 전기차를 '집중' 육성하려면, 가장 낮은 가격구간은 6천만원이 아닌 3~4천만원 선이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도리어 지금도 이미 일부 브랜드에서 판매중인 3~4천만원대 전기차들이 향후 가격 인상을 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이 와중에 수소차의 경우,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단 한 차종만을 위한 정책이다보니 '수소차 정책'이라고 써도 '현대 넥쏘 정책'이라 읽힐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신차의 세제혜택 전 판매가격은 등급에 따라 7337만~7689만원에 이릅니다. 전기차였다면 '산정액 50% 지원' 구간에 해당하죠. "수소차의 경우, 보급 초기인 점을 감안해 보조금 지원단가(국비 2250만원)를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문제는_본질
수천만원에 달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는 당연히 소비자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가격에 합당한가' 디자인, 실내 내장재, 안락함 또는 민첩함, 내구성, 편의성, 조립 품질, 옵션 등등 많은 부분을 따져보게 되죠. 이러한 것들을 관통하는 표현이 바로 '가성비'일 것입니다. 2020년 기준, 가성비 만으로는 친환경차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성비의 개선은 그저 한 나라의 정부가 뚝딱뚝딱 만든 대책에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 제조사들의 연구개발과 대량생산 등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죠.

그런 상황에서 '이 정도면 정부가 최대한 쥐어짜낸 대책 아니냐'는 목소리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그널'입니다. 향후 가성비의 개선에 대한 시그널 없이 '보조금 축소'로 읽히는 정책만 나온다면 '보급 확대' 대책은 도리어 역효과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살 생각 없던 사람들로 하여금 괜히 '보조금도 줄어든다는데 뭐' 친환경차는 쳐다보지도 않게 만들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가성비가 아닌 또 다른 '본질' 역시 정부가 간과한 것 아닌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탄소 저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내뿜는 곳은 바로 제철·제강업체들의 사업장입니다. 친환경차든 내연기관차든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감축'은 과연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지.

60주의 연재를 이어오는 사이, 기후위기 이야기를 오프라인에서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고등학생,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말이죠. 1~2시간의 이야기 도중이나 그 후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 꼭 빠지지 않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를 늦추려면 우리가 어떤 것들을 실천하면 좋을까요?"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주변에 미친 영향들이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향을 더 미칠 것인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드는 궁금증이죠. 이러한 질문에 답과 더불어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개개인이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시민들은 정부와 기업들에 감축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고요.

수송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개별 소비자들,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한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부터 탄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순서입니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당연한 순서입니다. 당장 '내일부터 100% 전기차'가 안 되는 상황. 그럼, 만드는 과정에서라도 일단 온실가스를 줄여야겠죠.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공장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들여놓고, 부품 납품 업체들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고 혹은 의무화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 정부가 친환경차의 보급은 이렇게 강력하게 외치면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은 외면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소비자, 개별 시민들의 지출은 이렇게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장려하면서 개별 기업들의 탄소 저감 노력을 위한 지출은 '비용 상승'이라고만 보는 것은 아니겠지요. 제조사, 관련 기업들의 노력은 시민 한 사람의 노력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애초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단위도,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도 개별 시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IMF 사태로 온 나라가 휘청이던 시절, 시민들은 너도 나도 집에 있던 금붙이를 갖고 모여들었습니다. 우리가 모은 금으로 나라의 빚을 갚자는 시민들의 노력이었죠. 한국방송공사가 나서서 캠페인 방송을 벌였고, 여기에 동참한 시민의 수만도 350만 명이 넘었습니다. 온 나라가 하나가 되어, 시민들의 희생정신으로 환란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통합의 상징으로도 묘사되는 사례지만 동시에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칫 지금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서도 '시민들의 양해와 희생'만에 기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습니다.

#투자_따로_말_따로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이 무색하게 해외 석탄 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공기업과 공적금융기관의 모습도 이러한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제한하면서도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강행하고, 탈석탄을 외치면서도 해외 석탄 투자를 과감히 '철회'하진 않는 거죠.

이러한 '불편함'은 공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다수의 목소리 속 방법론에선 여전한 이견이 존재합니다. 특히 탈원전은 가장 극명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EU에선 이러한 갑론을박이 앞서 진행됐습니다. 치열한 논쟁 끝에 원자력발전은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부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죠. 포스트 코로나 경제 부양을 위한 대규모의 그린 뉴딜 투자에서 원자력 발전은 제외됐고요.

석탄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미련이 이처럼 남아있는 가운데 개인들의 '투자'는 정작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주식을 살 때엔 배터리, 재생에너지, 전기차 관련주를 사면서도 입으로는, 키보드로는 이에 반하는 말과 글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석탄이 아직 쓸만한 상황이고, 원자력발전이 앞으로도 꾸준히 전력 생산을 책임질 것이라면 석탄 관련주, 원전 관련주를 사는 것이 합리적일텐데 말이죠.

과거 '녹색 ○○', '그린 ○○'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비용만 싸고 그저 고매한 일"로만 치부됐던, 실제로도 최소한 경제적 관점에선 그랬던 시절은 지난지 오래입니다. '초록별 지구'를 위해서뿐 아니라 '우리의 지갑'을 위해서도 신속한 전환은 '이득'인 오늘입니다.

부디 기업들이 '펑펑' 탄소를 뿜어내며 물건을 찍어내고, 그 뒷감당은 온 국민의 '탄소 줄이기'로 감당하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랍니다. 20여년 전, 금 모으기 운동처럼 말이죠. 자동차를 만드는 데에 지금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다면, 옷을 만들고 집을 짓는 데에 지금보다 탄소를 덜 뿜어낸다면, 농작물과 축산물, 수산물을 생산하는 데에 '온실가스'를 염두에 둔다면. 시민 개개인이 '평소처럼' 살아가더라도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축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개개인이 '탄소 발자국'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러한 변화는 더 빠르고 용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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