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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①나가지 못한 인터뷰

입력 2020-12-31 09:00 수정 2021-01-01 11:01

'은수미 캠프' 27명 성남시 대거 '공채'로 채용
'채용비리에 분노' 청년 활동가 인터뷰했다 '철회'
"좌절감 말하고 싶었지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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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캠프' 27명 성남시 대거 '공채'로 채용
'채용비리에 분노' 청년 활동가 인터뷰했다 '철회'
"좌절감 말하고 싶었지만, 무서웠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①나가지 못한 인터뷰

"죄송하지만 인터뷰 사용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머뭇거림 끝에 나온 공손하고 조심스러운 부탁.

전화 건 사람은 한 청년 활동가였습니다.

기자와 1시간 넘게 인터뷰하고 난 다음 날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정성껏 오랜 시간 한 인터뷰를 왜 하루 만에 쓰지 말아 달라는 걸까.

이 청년 활동가와 인터뷰한 건 은수미 성남 시장 캠프 관계자들이 대거 공공기관에 취업한 사실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절차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공개 채용 공고가 홈페이지에 올라왔고, 캠프 관계자들이 경쟁을 통해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캠프 출신 합격자 비중이 너무 컸습니다.

지난 2018년 성남시가 신규 채용한 310명. 이 중 캠프 관련자는 40명 가까이 됐습니다.

그래서 JTBC는 시장에게 임면권 있는 '정무직'은 빼고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그렇게 나온 인원이 27명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공채 자리에 채용된 '캠프 출신'입니다. '공정'한 '공개' 경쟁이 바로 '공채'의 취지이고, 이는 시장의 임면권이 미치는 자리가 아닙니다.

은수미 시장이 선거에서 승리한 뒤 뽑은 인원 12명 중 1명이 캠프 출신입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숫자가 많습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①나가지 못한 인터뷰

성남시는 "결과만 보고 과정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정을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은 시장 최측근인 일반인 이 모 씨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 씨는 선거캠프 상황실장이자 인수위원회 정무특보였습니다.
 
[취재설명서] 은수미에 청년이 묻습니다 ①나가지 못한 인터뷰

취재진은 이 씨가 성남 시 공무원과 나눈 녹취를 확인했습니다.

"내가 시장님에게 어느 정도 인사 권한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자기 과시나 허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이 씨가 언급한 인물들이 실제로 채용됩니다.

"캠프에서 고생한 애들은 우리가 챙겨야 할 대상"이라면서 채용하라고 말합니다. 자격이 안 되더라도 일단 합격시키라고도 합니다. "박OO이, 자격이 안 되는 거 잘 정리를 해서 한 번 해봐" 그런 뒤 합격됐습니다. 저희로서는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채용된 숫자가 27명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부정 채용 의혹 취재인 만큼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채용 그리고 취업. 두 글자는 청년들에게 당면한 가장 큰 고민이니까요.

채용 문제는 그저 뉴스에 나오는 '사회 문제'가 아니라 내 '삶' 영역에 있는 '내 문제'입니다.

그래서 청년 활동가와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처음 저희 취재 내용을 듣고 "좌절감과 배신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에 적극적이었고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건 은수미라는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은 시장이 워낙 많은 청년 관련 활동을 해왔기에 섣불리 나서서 비판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은 시장을 비롯한 성남시가 여러 청년 관련 사업을 추진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년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모인 청년들, 정작 은 시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취업을 해도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눈치에, 퇴근하면 집주인 눈치까지 봐야 하는 우리 청년들.

시민단체 활동가라면 그럴 일, 덜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보도 뒤 이 청년 활동가는 다시 기자에게 전화했습니다.

"혹시라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특정되어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보호막 없는 우리 청년들, 모두 이렇게 약하고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담담한 목소리가 안쓰러웠습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인 청년들이 정작 청년 문제에 목소리를 못 내는 현실.

그만큼 청년들에게 주어진 자리와 기회는 좁고 적습니다.

오랫동안 노동 현장에서 기득권자들과 싸워온 은수미 시장은 이들 청년들에겐 정작 기득권자 중의 기득권자였습니다.

청년들의 박탈감은 더 커졌습니다.

두려워서 할 말을 못했다는 자괴감은 깊고도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현실을 살아내기도 힘든 청년들. 마음의 상처까지 지고 가야 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운 좋게 먼저 취업 전선에서 살아남은 저로선 마음 속으로 토닥여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야. 부끄러워 하지마"

+++

<알립니다> '취재설명서' 보도 후 성남시에서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JTBC 취재진은 청년을 인터뷰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와 독자께 보도했습니다. 따라서 성남시 입장도 전문 그대로 전합니다.

▶성남시 입장 전문
이번 사안은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다시피 수사 당국에서 수사 중인 사안입니다. 현재 성남시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차분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팩트가 아닌 의혹제기, 정황 등의 취재내용을 마치 사실로 확정해 '두려웠다,무서웠다, 기득권자'라는 표현을 사용함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을 전합니다. 간곡히 요청컨대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십시오.

참고로 성남시는 신흥역에 위치한 청년지원센터 1호점에 이어 오는 3월 판교역에 청년지원센터 2호점과 창업카페의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청년위원회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청년희망도시 성남'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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