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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진·산불 멈췄지만…주민 고통은 현재진행형

입력 2020-12-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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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시간 뒤면 크리스마스입니다. 올해는 대부분 집에서 보내실 텐데요. 몇 년째 집에 못 가고 밖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종 재해를 겪고 임시 거처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입니다. 빠르게 지원해주겠다던 정부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평온했던 수요일 오후, 도시가 흔들렸습니다.

규모 5.4의 지진은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벌써 3년이 지났는데 포항은 어떻게 변했을까.

당시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아파트는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철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철거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현재는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지에는 도서관 등 공공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100미터가량 떨어진 또 다른 아파트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있고 아예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습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물이 계속 떨어지면서 보시는 것처럼 천장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문틀이 틀어지면서 방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습니다.

해당 아파트를 포함해 지역 주민 일부는 인근 실내체육관에서 3년째 머물고 있습니다.

[이춘석/경북 포항시 흥해읍 : 그냥 핫팩을 깔고 자죠. (핫팩을 깔고 주무세요?) 네. 핫팩 여기 있잖아요. 한 개. 없어서 한 개씩 깐다. 한 개씩. 없어요. 여기 스팀 틀고 그것밖에 없어요. 여기 바닥은 맨바닥이지.]

이곳 주민 상당수는 임대아파트로 옮겨야 하지만 아직 체육관에 남아있습니다.

[이춘석/경북 포항시 흥해읍 : 트라우마 이 생각에 잠겨서 한시도 내가 막 돌아다녀요. 불안해가지고 이 신경쓰는 걸 안 쓰려고 막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거예요. 집에는 잘 안 가요. 집에 가면 불안하니까요.]

[피해 주민 : 집에 가서 가만히 있으니까 우울증 자꾸 나고 이상한 생각 들고. 사람이 순간순간 자꾸 엉뚱한 생각을 하거든. 그러니까 여기 여러 사람이랑 있으면 괜찮고.]

그만큼 주민들의 정신적인 피해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포항시가 운영 중인 트라우마 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최호연/경북 포항시 흥해읍 : 지진 특별법이 어렵게 통과되긴 했지만 정신적인 피해 보상이 빠져 있어요.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피해구제 지원이 안 된다는 부분이 너무나 억울한 부분이죠.]

정신적인 피해도 좀 더 폭넓게 인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도 임시 숙소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봄 고성을 태운 산불 때문입니다.

노인이 많아 겨울 나기는 더 만만치 않습니다.

[김계옥/강원 고성군 토성면 : 추워서 에어컨이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는데 그걸 할 줄 몰라서 못 하고 있잖아. 그것 좀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제가 이거 조절을 했거든요. 지금 이게 곧 나올 거예요. 따뜻한 바람.) 조금 있으면 따뜻한 바람이 나와요? (네. 한 5분 정도 기다리시면 나올 것 같아요.)]

원래대로라면 산불로 잃은 집을 새로 지어야 하지만 피해보상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로 대출을 받거나 논밭을 파는 일도 생겼습니다.

[주유일/강원 고성군 토성면 : 세입자로 돼 있어가지고 보상 못 받았어요. 내 돈으로 사서 내가 지어서 가는 거지. 보상 받아서 한 거 하나도 없어.]

[노장현/고성산불피해주민 대책위원장 : 한전 배상금도 못 받으니까 현재 농지를 팔아서 복구하는 분도 있고 아니면 농협에 가서 대출을 받아서 우선 복구하자. 정말 (한전과) 구상권 문제를 올해 안에 해결을 정부가 해주고…]

지난 여름 물난리를 겪은 전남 구례도 비슷합니다.

강물이 넘쳐 여러 마을과 논밭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부의 피해 조사가 지지부진해 배보상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여러 달째 공설운동장 컨테이너 주택에서 숙식을 해결 중입니다.

[류명희/전남 구례군 문척면 : 내가 뼈 빠지게 해가지고 어떻게 장만한 살림인데 이제 막둥이만 여의면 나는 집만 장만하면 편히 살겠다 싶어서 해놨는데 그 많은 살림을 하루아침에 내버리고…]

재해가 났을 때는 대통령도 찾아왔습니다.

정부 관계자에 정치인들은 현장을 찾아 빠른 지원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때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주민들에겐 고통의 시간만 남습니다.

[김봉용/섬진강수해참사피해자 구례군 비상대책위원장 : 고성이나 그런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에서 배상하기까지는 몇 년이나 걸리더라고요. 적어도 정부가 언제까지 배상을 하겠다는 이런 확답이라도 줘야…]

산불이 꺼진 지도 지진이 멈춘 지도 이미 오래됐습니다.

재난이 남긴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가지만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고 절차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 피해 주민들의 삶입니다.

이들도 내년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관계 기관 등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황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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