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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입력 2020-12-21 09:0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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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57)

또 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기초단체에 이어 국회까지 기후위기 선언을 하고,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했음에도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매우 낮았습니다. 유럽의 기후환경단체들과 평가기관들이 모여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서 지난해에 이어 하위권을 면치 못 한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여전히_하위권

CCPI는 해마다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배출 국가 등 58개 국가 및 지역공동체(EU)의 기후 정책을 평가합니다. 매우 우수한 정책을 펼치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판단에 1~3위는 비워두고 실질적인 순위는 4~61위로 구분되죠.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자료: 저먼와치)

2020 CCPI에서 우리나라는 58위로 '뒤에서 네 번째'를, 이번 2021 CCPI에선 53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섯 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이었습니다. 평가 항목은 ① 온실가스 배출, ② 재생에너지, ③ 에너지 사용, ④ 기후 정책 총 4가지로 나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앞으로의 배출 목표를 기반으로 한 첫 항목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57위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습니다. 에너지 사용량에 있어서도 59위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고요. 재생에너지 부문에선 40위로 '미흡', 기후 정책 부문에선 21위로 '보통'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경우, 종합순위 58위로 더 성적이 나빴던 지난해엔 '보통' 평가를 받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올해엔 '미흡' 평가를 받게 됐죠. 올해 평가에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외에도 석탄발전소의 신규 건설, 여전한 해외 석탄 투자, 소극적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이번 평가에서 나타난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꼽자면 바로 EU입니다.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경기부양책으로써도 적극 '그린딜' 정책을 펼치고,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욱 강화하면서 CCPI 순위가 2020 CCPI 22위에서 2021 CCPI 16위로 여섯 계단 상승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 모든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왜 평가는,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은 나라마다 이렇게 엇갈리게 된 걸까요.

#수치로_드러난_변화의_흐름

파리협정 당시만 해도 '저탄소'라는 키워드가 주로 언급됐던 분야는 전력(재생에너지), 도로·운송(전기차), 건물 난방(지열·수열·열교환)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일반 자동차뿐 아니라 트럭 운송, 농업, 토지 이용, 항공에 이르기까지 저탄소 사업은 하나의 틈새 시장으로 등장했죠. 전력 산업계에서 '저탄소'는 이제 키워드를 넘어 대형 시장화가 됐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파리협정 이후 각 산업 분야별 저탄소 솔루션의 변화 (자료: 시스테미크)

이는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로벌 싱크탱크 '시스테미크(SYSTEMIQ)'가 최근 내놓은 '파리기후협약: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었나'라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지난 5년간 파리협정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니, 이런 변화가 감지된 것이죠.

그 5년 사이, 발전분야는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014년만 하더라도, IEA(국제에너지기구)는 태양광의 평균 발전단가가 2050년은 되어야 kWh당 0.05달러가 될 걸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빠른 기술의 발달로 이미 2020년 0.05달러까지 떨어졌죠. 36년이 걸릴 거라던 일이 6년 만에 일어난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예측을 뛰어 넘는 실제(갈색) 태양광 발전시장 규모 (자료: 시스테미크, 카본브리프)

발전단가의 하락만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 아닙니다. 태양광 발전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생각지도 못 한 만큼 빨랐습니다. 이 같은 시장 규모의 성장 속도는 역대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컬러 TV의 보급과 비교할 정도로 말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저탄소 경제구조에서의 상호 선순환 구조 (자료: 시스테미크)

이 기간, 전기차의 확산 속도도 엄청났습니다. 5년 새 판매비중은 5배가 됐고, 성장 속도는 지금도 점점 더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선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이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새로운 전환의 움직임들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 속도를 가속화한 덕분이라는 것이 시스테미크의 분석입니다.

#5년의_변화_1년_만에_따라잡을_수_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것을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말이죠. 다행히 이를 위해 각 정부 부처들은 발 빠르게 각종 계획들을 발표하고, 정책들을 마련하고 나섰습니다.

가장 핵심은 LEDS와 NDC를 두 축으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입니다. LEDS는 말 그대로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장기저탄소발전전략으로 지금의 LEDS는 2050년을 목표로 하는 계획입니다. NDC는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지금의 NDC는 2030년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 (자료: 환경부)

이 두 계획은 지난 15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됐습니다. '2050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아주 멋진 표지에 담겨 배포도 됐고요.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은
주기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여야 한다.
리마총회 결정문에 따라 대부분의 당사국이
2015년에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제출한 후
파리협정에 비준하면서(2016.11월) INDC는 NDC로 등록되었으며,
파리총회 결정문에 따라
2020년까지 제출한 NDC를 갱신하거나 재제출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기 위하여
2016년에 전환(전력+열공급), 산업, 수송, 건물, 농축산, 폐기물, 공공, 산림 등
8개 부문에 대한 감축 잠재량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문별 감축 계획을 담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이하 '2030 로드맵')을 수립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기존에 수립된 '2030 로드맵'에서 이행 방안이 불확실한 국외 감축량을 최소화하고,
새 정부의 변화된 에너지 전환 정책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상향) 등을 반영한
'2030 로드맵' 수정안을 2018년에 발표하였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배경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탄소중립'이라는 제목 내 표현은 새로웠지만요.

 
[박상욱의 기후 1.5] 탄소중립으로의 여정 2018년 7월 발표된 '2030 로드맵(왼쪽)'과 2020년 12월 발표된 '2030 로드맵'

2030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 5억 3600만 톤.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진 건 그래프의 디자인과 폰트 정도뿐입니다. 2030년이라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이자 탄소중립 목표 시점으로부터 20년 전입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없던 시기의 목표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이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2050년 '넷 제로'가 가능하려면, 2030년 이후의 우리들의 삶은 전에 없던 '대 변혁'의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그 충격파를 조금씩 나눠도 모자란데 탄소 중립을 향한 감축을 2030년 이후로 미룬 것이니까요.

물론, 추가된 것 혹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데에 있어 '5대 기본방향'이라는 비전이 제시됐습니다. ①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 ②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③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및 상용화 촉진, ④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촉진, ⑤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 이렇게 총 다섯 개의 기본 방향입니다.

남들이 수년 혹은 수십년 준비한 계획을 부랴부랴 수개월만에 만들어낸 것 자체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감축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남들이 2020년부터 2050년까지 30년간 줄여온 온실가스를 '패스트 팔로잉'에 능한 우리나라라고 20년 혹은 10년 만에 줄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이렇다보니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2021CCPI 평가에서 여전히 최하위권에 남아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멋진 겉표지에 담긴 <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 >. 이런 5대 기본방향까지 더해졌는데, 그저 과거와 동일한 2030년 5억 3600만 톤이라는 목표밖에 달성 못 한다는 의미가 아니기를, 2030년에 "우리나라가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라는 뉴스를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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