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무부가 오늘(19일) 오후 2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이 현실화될지 관심이었는데요. 일단 오늘 조사는 취소됐습니다. 법무부는 대검에 수차례 협조 요청을 했지만 대검이 협조를 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밝혔는데요. 비위 감찰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다시 절차를 진행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련 공방, 앞으로도 커질 분위기인데요. 최종혁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추미애/법무부 장관 (지난달 26일 법사위 국정감사) : 검사윤리강령에 위배되는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현재 감찰 진행 중이고…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에 감찰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마녀사냥 식으로 수사한 것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감찰 및 수사가. 어느 보고 단계에서 이것이 은폐되고 했는지를 지금 감찰 중에 있습니다. 총장이 몰랐다 하는 것도 상당히 의혹이 있고 해서 감찰을 통해서 확인해야 된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여러 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는데요. 언론사 사주와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 검사 술 접대 의혹을 은폐했다는 의혹, 옵티머스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 특활비를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 정진웅 차장검사 독직폭행 기소의 적정성 의혹 등입니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에 착수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대검과 신경전이 벌어졌죠.
사흘 전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내부 메신저로 검찰총장 비서관에게 연락을 하자, 대검은 일방적인 요구라 보고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튿날 법무부는 평검사 2명을 대검에 보내 대면 조사 일정 등이 담긴 공문이 든 봉투를 제시했고, 대검은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날 대검을 찾았던 검사가 어제 오전 총장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총장과의 통화를 요구했던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일단 절차적으론 법무부 입장대로 총장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대검의 입장은 다른데요. 혐의를 밝히지도 않고 곧바로 대면 조사를 진행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아무튼 법무부는 어제 오후, 오늘 오후 2시 윤 총장을 조사하겠단 공문을 보냈는데요. 대검 측 반발이 거세다 보니 일단 오늘로 계획했던 대면 조사는 취소했습니다.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감찰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특히나 조사 일정과 협조 내용 등이 담긴 공문을 직접 전달하려고 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 :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위해서는 서류 전달도 평검사가 아니라 검사장이 해야 할 만큼 특혜와 예우가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상급기관인 법무부 장관의 감찰조사를 거부하고 특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특권 남용입니다. 예우 운운하며 감찰을 거부하는 것은 검찰의 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이에 대해선 조국 전 장관도 거들었는데요. 지난해 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당시와 비교하면서, 청와대는 검사의 직급, 청와대에 대한 예우를 따지지 않았다. 순순히 압수수색에 응했다고도 했습니다. 참고로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당시엔 부부장검사가 현장을 지휘했고 당시 조 전 장관과 통화도 했죠.
[주광덕/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9월 26일) : 장관은 압수수색을 시작한 검사 수사팀장과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시는 거지요? (예, 인정합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는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 처가 매우 안 좋은 상태라서 좀 배려를 해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해 직접 감찰에 착수하자, 채 전 총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감찰이 곧 사퇴를 종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해석되기 때문이겠죠. 국민의힘도 이번 감찰은 사실상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주장하면서 법무부과 대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벌어진 참 웃지 못할 광경을 갖다가 목격하는 걸 봤습니다. 정상적인 정부에서 과연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의심치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연말이 가기 전에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주시기를 갖다가 바랍니다.]
다만 딜레마는 있습니다. 만일 윤 총장을 해임한다면 추 장관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반대로 추 장관을 교체한다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라는 해석이 불가피하죠.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 파장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죠. 둘 사이 대립이 길어질수록 법무행정 일선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와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여권에선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요. 이번 감찰을 출구 전략으로 삼아 윤 총장이 퇴진하고, 이어 추 장관을 교체할 명분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어찌 보면 사소한 것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일부 보수 단체 등에서 응원 화환을 보내 대검찰청 청사 앞에 죽 늘어서 있었던 적이 있었죠. 이를 두고 추 장관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지난달 26일) : 제가 뭐, 저 부분에 대해서 따로 드릴 말씀은 없고요. 그러나 여러 상황이,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을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치의 늪으로 자꾸 끌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감이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6일) : 예.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시지요? (네.)]
어제 저녁에 추 장관과 관련된 소셜미디어인데요. 보시죠. 법무부 청사 내 복도에 늘어선 꽃바구니 사이를 걸어가는 추 장관, 청사 현관 앞에 놓인 꽃바구니 앞에 앉아 바라보는 추 장관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법무부의 절대 지지 않는 꽃길, 퇴근길에 또 한가득 꽃다발이 쌓였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는데요. '장관님'이라는 호칭이나 과거 게시글을 보니 비서진이 관리하는 계정으로 추정됩니다. 1년여 만에 새 게시물이 올라온 건데, 의도야 어떻든 지지해준 분들께 감사의 인사도 담겨있는데요. 앞서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을 두고 떨어지는 나뭇잎이 위험하다고 철거해야 한다고 했던 여당 의원은 이렇게 말한 바 있죠.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6일) : 지금 화환을 이렇게 대검찰청 앞에 쭉 나열하듯이, 도열하듯이 이렇게 해 놨는데 마치 본인이 이렇게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위세를 보이는 듯한 이런 태도, 저는 매우 잘못됐다, 라고 생각이 됩니다. 올바른 공직자라고 한다면 국민들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그러나 이런 것들을 보내 주는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삼가 주십시오라고 하면서 그러한 어떤 모습을 보여야 되는데…]
물론 차이점이 있다면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긴 하죠.
발제 정리하겠습니다. < 윤석열 대면 조사 놓고 '기싸움'…법무부, 오늘 방문 조사는 취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