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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기계처럼 혹사당하는 노동자, 아직도"

입력 2020-11-13 20:13 수정 2020-11-13 22:55

산재사망 하루 6명…오늘도 못 돌아오는 누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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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하루 6명…오늘도 못 돌아오는 누군가가 있다


[앵커]

꼭 50년 전, 22살의 청년 전태일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죽음은 반복되고, 그 숫자는 쌓여만 갑니다. 오늘(13일) 뉴스룸은 우리 사회가 놓쳐버린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문을 열겠습니다. 2년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김용균 씨. 그리고 지난해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문이 닫히지도 않은 승강기를 타고 일하다 추락해 숨진 김태규 씨. 올 봄, 광주에서 파쇄기에 끼여 목숨을 잃은 고 김재순 씨까지. 환한 사진 속 이 사람들은 모두 20대 우리의 아들들이었습니다. 산업재해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역시 18년 전, 일터에서 손가락 한 마디를 잃은 산재 노동자였습니다.

[고 김재순 노동자 아버지 :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걸 보면…권력 있는 사람이나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이 죽어 나간 그곳이 또 누군가의 일터가 되고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모두 5만1797명입니다. 그중 사망자는 1101명으로 하루 평균 6명이 일하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5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일터 먼저 전태일 열사가 일하던 평화시장부터 가보겠습니다.

박준우 기자, 평화시장 입구인 것 같군요. 뒤로 동상이 보이는데 거기가 정확히 어딘지, 50년 전 평화시장은 어떤 곳이었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저는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 서 있습니다.

22살 청년 전태일이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라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던 평화시장 앞인데요.

50주기를 맞아 이렇게 헌화 꽃다발과 피켓 등이 놓여있습니다.

50년 전 평화시장 일대는 하나의 큰 봉제공장단지였습니다.

평화시장 동화시장 통일상가 세 곳에 봉제공장 800여 개가 모여있었는데요.

당시 봉제공장의 노동자 대다수는 10대 소녀들이었습니다.

하루 50원을 받으며 16시간을 일했습니다.

일주일 최대 60시간만 일해야 한다는 당시 근로기준법은 허울뿐이었던 겁니다.

지금도 이 근처 창신동 일대에서만 봉제 노동자 9만여 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반세기가 지났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앵커]

오늘 전 열사를 기리는 행사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장에서는 다들 어떤 얘기를 하던가요?

[기자]

오늘 오전에는 전태일의 50주기 추도식이 열렸는데요.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있는 묘역에서 진행됐습니다.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건 '전태일 정신'이었습니다.

[이수호/전태일재단 이사장 : 근로기준법 밖에서 기계처럼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오늘의 우리 현실 속에서 다시 그(전태일)와 손잡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앵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요새 한창 과로사로 이슈가 된 택배노동자들도 바로 그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죠. 무슨 내용이었나요?

[기자]

오후 2시에는 이곳에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이들은 50년 전태일이 이곳에서 외쳤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이후 청와대까지 행진을 이어가며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 금지를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도 이곳에서 대형 택배사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올해만 14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했지만, 해결책은 그저 말 뿐이라며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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