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년 전태일은 골방에서 16시간씩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며 50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또 다른 전태일들이 남아있습니다. 40년간 일한 미싱사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여도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0년 전 청년 전태일은 서울 청계천의 옷 만드는 공장에서 재단사로 일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강명자 씨는 16살에 처음 재봉틀 앞에 앉았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습니다.
강씨의 시간은 3~4명이 함께 일하는 작은방에 멈춰 있습니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출근은 통보에 따릅니다.
[강명자/미싱 노동자 : 일이 없으면 문자 하나 딱, '쉬세요'. 회사 입구에 딱 들어가려고 하니까 순간 톡이 딱 와서 보면 '오늘은 일이 없으니 쉬십시오.']
바쁠 땐 주말도 없습니다.
야근도 피할 수 없습니다.
업주가 시키면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당을 온전히 보장받는 것도 아닙니다.
퇴직금은 고사하고 4대 보험도 안 됩니다.
[강명자/미싱 노동자 : 근로기준법이…그냥 글인 거죠 글. 글도 아니야. 그림이야 그림. 우리한테는 사실.]
같은 일을 했던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 노동환경이 많이 변했지만, 이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멈춰 있는 거 같습니다.
[강명자/미싱 노동자 : 노동자들이 발전이 됐느냐고 한다면 생활이…전혀 안 그렇다는 거죠.]
최근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10명 중 4명은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강씨처럼 비정규직일수록 더 높았습니다.
[강명자/미싱 노동자 : 사람이 사는 세상, 사람답게 좀 돌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