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하루 2만보 걸어 2만원…지하철 '노인 택배'

입력 2020-08-03 21:3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퀵서비스처럼 빠르진 않지만 정확하고, 한 번에 하나밖에 배송할 수 없지만 정성을 다하는 택배가 있습니다. 노인들이 배송하는 지하철 택배입니다. 만으로 65세가 넘으면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건데, 밀착카메라팀이 이 택배원들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길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들, 통화를 하며 무언가를 받아 적습니다.

곧이어 짐을 들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노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이곳,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입니다.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이 역에 짐을 든 노인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바로 지하철로 택배를 배송하는 겁니다.

역 앞에 서 있는 또 다른 노인,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김성중 : 지하철 택배입니다. 어느 역이죠? 직진 50m, 50m. 네. 왼쪽에. 좌측에 네.]

82살 김성중 할아버지입니다.

[김성중 : 제가 39년생이에요. (39년생이요?) 네 39년생.]

한쪽 어깨에 짐을 메고 달립니다. 

문이 닫힐 새라 빠르게 지하철 안으로 들어갑니다.

두 시간을 기다려 받은 첫 일거리입니다.

[김성중 : 8시 40분에 출근해서 지금 이 시간에 출발을 하는 거니까. 좀 기다렸죠. 물량이 없어, 나오는 게. 경제가 안 좋으니까.]

지하철 안에선 업무 일지도 기록하고,

[김성중 : 지금 기록을 해놔야지. 저녁에 하잖아? 입금표를 작성하니까.]

운이 좋아 자리가 생기면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합니다.

첫 목적지는 서초동.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탄 뒤 걷고 또 걷습니다.

[김성중 : 우리가 하루에 2만보가 기본이야. 걸어다니는 게 그렇게 많아요. 최고로 많이 걸어 본 게 3만6000보까지 걸었어요.]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깨에서 내려놓은 짐만큼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김성중 : 이게 오늘 첫 수입이야.]

여기서 수수료 20%를 뗀 돈이 할아버지의 진짜 수입입니다.

[김성중 : 하루에 나오면 2만원 하고, 많이 해봐야 3만원, 4만원. 그걸로 20% 떼어 버리고 나면.]

그래도 발로 뛰며 번 돈이라 뿌듯합니다.

[김성중 : 서울에서 사는 데 빠듯한데 이거라도 조금 해서 조금 여유가 생기는 같아요.]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스마트폰 교육도 해주고,

[이거 검색할 때 주소 누르고. (네 주소 누르고) 확인. 확인 누르고 그다음에. (그다음에 지도 들어가서) 지도 들어가서 또 이거 여기 있는 거 누르라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와 거리만 받습니다.

[연규자 : 노인네들이 가만있으면 무료하잖아. 활동한다는 게 너무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하지만 아직 이런 곳보다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곳들이 많습니다.

근무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건물 앞이 바로 택배 업체의 대기 장소입니다.

아직 노인들이 나오지 않았는데요.

보시면 의자도 놓여있고 짐을 싣는 수레들도 들어서 있습니다.

사무실이 따로 없다 보니 밖에서 대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대기하죠. 비 올 때는 우리가 저기 신세도 지고. 여기 파라솔 같은 거 여기다 치고.]

[A씨/택배업체 사장 : 우리는 알바로 하기 때문에 허가가 있고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리는 허가 있는 회사가 아니고 그냥 하는 거기 때문에.]

택배 배송때 무게 제한을 두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박기춘 : 10㎏ 넘어요. 8천원. 좀 더 무거우면 많이 받을 수도 있고. 2천원 더 받아요.]

[B씨/노인 택배 배달원 : 한 20㎏ 정도 되죠. 이건 가벼운 거야. 100㎏, 50㎏ 막 이런 것도 있어요. 무거워서 못 해 먹겠어. 밥 먹고 살려니까 해야지.]

수수료를 떼는 액수도 제각각입니다.

[조용문 : 40%에서부터 뭐 40% 받는 데가 꽤 있어요. 노인들을 이용해서 돈벌이하는 거죠.]

하지만 이마저도 잡기 위해 노인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조용문 : 일이란 게 참 힘들지만, 노인들한테 오직 할 수 있는 일거리거든요. 그러니까 많이들 하려고 하고 경쟁이 심하고.]

일하려는 노인들은 늘고 있지만, 일터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하철 택배는 좋은 일자리 대안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처우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정유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