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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

입력 2020-08-03 08:50 수정 2020-08-09 18:05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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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7)

스마트폰뿐 아니라 PC, 노트북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 기업이 최근 탄소중립 선언을 했습니다. 2030년까지 제품 제조에서부터 공급에 이르기까지 100%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겁니다. 트렌드를 이끄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시장 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바도 큰 업체인 만큼, 이 기업의 움직임은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바로, 애플의 이야기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

지난 21일, 애플은 이 같은 내용의 선언과 함께 지금까지의 진전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을 꽤나 옮긴 상태였습니다. 애플은 "전 세계 44개국에 걸친 애플의 모든 사무실, 매장과 데이터 센터는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고 밝혔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 애플이 10년 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자료: 애플)

디지털화와 함께 데이터 센터의 규모는 점차 방대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를 운영하는 데엔 막대한 양의 전기가 쓰이고 있습니다. '굴뚝 없는 공장'처럼 데이터 센터는 온실가스 배출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는 거죠. 이 데이터 센터를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입니다, 앞으로 실제 물건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아닌 IT 기업도 '저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계획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탄소 배출량을 분석, 공개했습니다. 앞서 28번째 연재글에서 볼보의 사례를 소개해 드린바 있죠. 해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했는지, 물은 얼마나 썼는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은 얼마나 뿜어냈는지… 정확한 수치와 함께 기업이 환경에 끼친 영향을 공개해왔습니다. 애플 역시 해마다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왔는지 '2020년도 경과 보고서'를 통해 상세히 밝혔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 탄소 발자국은 2015년 자체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자료: 애플)

위의 그래프는 애플의 '탄소 발자국'입니다. 탄소 발자국은 직접적인 배출뿐 아니라 간접적인 배출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입니다.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고, 배송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죠. 2015년, 3840만 톤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 탄소 발자국은 계속해서 줄어들어 2019년엔 2510만 톤을 기록했습니다. 4년 전보다 35% 감축한 겁니다.

그렇다면, 이 2510만톤의 발자국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 2019년, 애플의 탄소 발자국을 구성하는 요소들. (자료: 애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최고치와 최소치. 먼저, 전력 사용에서 탄소 배출량이 제로(0)라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애플의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례로, 애플의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량을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 이래로 사용량은 꾸준히 늘어왔습니다. 2019년, 애플의 전력 사용량은 7년 전의 9배 수준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사과 발(發) '탄소중립' 도미노의 시작

에너지 사용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왔음에도 2013년에 이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59%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었습니다. 2015년(85%), 2016년(98%), 2017년(99%), 2018년(99.8%) 해마다 비중이 커지다 2019년엔 비로소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운영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배출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제조과정이었습니다. 사실상,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말이 '제조 과정에서의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더 쉽게 말 해, 부품 납품업체들로 하여금 '탄소중립'을 요구하겠다는 겁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애플이지만, 이는 당장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인 셈이죠.

지난 2015년, 애플은 '협력업체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출범시켰습니다. 이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이 밝힌 71개의 '재생에너지 100%' 협력업체엔 우리나라 기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상에스티와 SK하이닉스입니다. 대상에스티는 애플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용 점착 테이프를 공급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은 지난해 4월, 애플이 이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방침을 밝힌 이후 새롭게 '재생에너지 100%'를 약속했습니다.

단순히 부품을 대는 기업들의 지구를 생각하는 '선의'에만 기댄 프로그램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자사의 에너지 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 애플이 '제조 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한 만큼,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려면 반드시 재생에너지만 사용해야 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거죠.

이 같은 변화는 애플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서도 감지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0년까지 탄소 중립이 아닌 탄소 마이너스를 달성하고, 2050년엔 회사가 설립된 1975년 이후부터 배출한 전체 탄소량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LG화학도 지난 30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SK하이닉스가, 대상에스티가, LG화학이 유달리 지구를 아껴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세계 각국은 탄소국경세를 준비중입니다. FTA를 통해 관세 장벽이 없어진 상황에서 '탄소 배출량'은 하나의 새로운 장벽 또는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들에겐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을 의미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5일, 첫 연재글을 시작으로 만 8개월을 채우고 9개월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간동안 기후변화, 기후위기는 곧 경제변화, 경제위기를 의미한다고도 말씀드려왔죠.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오늘과 내일, '내 일'로 찾아왔고, '우려'와 '전망'은 이제 하나, 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저감을 빠르게 이뤄내지 못 한다면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은 그보다 더 빠르게 떨어질 것입니다. 애플의 이러한 선언에 "우와, 역시 애플!"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잠깐, 우린 어떡하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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