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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입력 2020-07-09 10:45 수정 2020-07-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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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 넘게 이 의원 일가를 취재 중인 JTBC 탐사기획1팀 기자들이 취재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립니다. 방송 뉴스에선 다 말하지 못했던 세세한 것들까지 전해드립니다.>

'추경'도 '최숙현 사건'도, 국회의원의 책임 모두 외면

이상직 민주당 의원 일가의 '편법 승계 의혹'을 취재하면서 JTBC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핵심 관계자들의 인터뷰입니다.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람'을 만나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주주인 이 의원 딸 이수지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고, 2대주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이자, 이 의원의 형 이경일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인터뷰하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상직 의원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이 의원은 손사래만 치고 사라졌습니다. JTBC가 전달한 질의서엔 당연히 어떤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당의 재선 의원입니다.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통과됐지만, 예결위원인 그는 예산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폭행 사건의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문체위원인 이 의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이 의원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지난 6월 22일,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취재진을 마주친 이상직 의원.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딸 집에 전세 사는 이상직 의원, 취재진 질문엔 엉뚱한 얘기만

취재진과 이 의원의 첫 만남은 지난 6월 22일 저녁. 전주의 한 아파트 복도였습니다. 취재진은 그가 딸 소유 아파트에 시세보다 고가의 전세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잠복 취재 중이었습니다. 2015년 딸이 은행에서 1억 원 넘는 대출을 받아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는데, 누군가 1억 7천만 원에 전세를 살고 있었던 겁니다. 전세권 설정도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세. 알고 보니 아버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취재진은 때마침 집 안에 있던 이 의원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발견했고 마이크를 들이댔습니다. 그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이상직 의원과 JTBC 기자의 인터뷰 내용>

기자 = "여기 전세 들어 사신다고 얘기 들었는데." 

이상직 의원 = "오늘 집 쳐들어가고 무례하게 한 건 회사 담당자하고 사장하고 전무가 있으니 그렇게 하세요."

기자 = "여기 전세 들어 살고 계신 건가요?"


이 의원은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기자는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매일 같이 국회의원실도 찾아갔습니다. 보좌진은 "우리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JTBC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회 의원회관과 본청에서 이 의원을 계속 기다렸습니다. 이 의원은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26일은 다를 줄 알았습니다. 이 의원이 지역구에 내려갔다는 얘길 전해 듣고, 취재진은 곧장 전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이 의원 측 관계자만 있었습니다. 그는 "오전에는 전주에 있었는데 그 뒤에는 모르겠어요. 서울에 올라가신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지난 6월 26일에 취재진은 다시 전주를 찾았지만, 이상직 의원을 만나진 못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다시 서울로 갔다고 했다.

본인이 공동주최한 간담회도 불참, 의총 등 모든 국회 일정 불참

그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이상직 의원 본인이 공동주최한 전북 지역 예산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현수막엔 이 의원의 이름이 크게 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도 이 의원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안 온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진 의원총회에도 이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도부가 원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며 의원들의 참석을 여러 차례 강조한 의총인데도 불참한 겁니다. 의원실에 거듭 해명을 요구하고 여러 차례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역시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이상직 의원은 본인이 공동주최한 간담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 반포 자택서 다시 마주쳤으나, 취재진 발견하자 황급히 자리 떠 

취재진은 어떻게든 이 의원을 만나기 위해 매일 자택을 찾아갔습니다. 허탕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의원을 마주치게 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취재진은 자택 초인종을 눌러보고, 반응이 없자 차량으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갑자기 이 의원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취재진은 달려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의원은 취재진과 눈이 마주치자 도망치듯 차량에 탔습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이상직 의원이 탄 차량을 쫓아가는 취재진. 여러 차례 질문을 던졌지만, 이 의원은 묵묵부답이었다.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여러 차례 연락드렸는데 왜 연락 안 받으세요?"
"의원님!!!"


이 의원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기 중이던 보좌진 차량을 타고 그대로 떠나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취재진에게 위협적 행동한 이상직 보좌진, 민주당 "엄중 경고할 것"

지난 1일엔 아찔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추경 심사가 시작된 만큼, 예결위원인 이 의원이 국회에 갈 거란 전망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자택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중 보좌진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차량 밖으로 나온 보좌진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해당 보좌진은 취재진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고, 심지어 카메라를 치고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취재진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 이상직 의원 보좌진. 민주당은 “엄중 경고하겠다”고 했고, 의원실은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진은 민주당 측에 공식 항의했고, 민주당은 "이상직 의원실에 엄중 경고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의원실 역시 "죄송하다"는 입장을 보냈습니다. 물론, 이 의원 본인의 해명은 이때도 없었습니다. 

취재진과 이 의원의 숨바꼭질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3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때도 밤늦게까지 의원을 기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평소 이 의원의 언행에 비춰볼 때 이날만큼은 나타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국회에서 밤 10시가 넘도록 이상직 의원을 기다린 취재진

추경안 처리 위한 본회의도 불참, 국민 대표 국회의원이란 사실 기억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추경안 처리에 불참한 여당 의원은 이상직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추경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습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적극 언급하며 "합당한 책임과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문체부·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촉구해야 할 문체위 소속 여당 의원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렸습니다. 

시민단체에선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 의원이 이렇게 국회 모든 일정을 불참하는 와중에도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이상직 의원이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계속 문제제기를 해야 되는 거고, 그런 걸 위해서 지금 탈세조사요청서도 (국세청에) 넣는 거니까요. 만약 의혹을 속 시원하게 얘기 안할 거라면 저희도 끝까지 문제제기할 예정입니다." (이지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취재설명서] ⑤ 이상직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국회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비어있는 이상직 의원의 자리. 이 의원은 최근 본회는 물론 예결위와 의총 등 주요 일정에 모두 불참했다

앞서 이 의원은 주식 헌납 입장문도 측근에게 대독을 시킨 바 있습니다. 이 의원이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순 없을 겁니다. 그는 평범한 개인이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 앞에 선서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입니다. 

이상직 의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의원님 어디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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