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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발표만 써라"…전두환 정권 '보도지침' 원본 첫 공개

입력 2020-06-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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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이 발표한 내용만 쓰고, '성추행'이란 말은 빼라"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수사 결과가 나오자 정부가 언론사에 내린 지시입니다. '보도지침'이라는 이름의 이런 지시가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보도 가이드라인 원본이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앞두고 오늘(8일)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강나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연극 '보도지침'(2019) : 오늘도 모든 신문의 1면은 똑같아요. 대통령이 활짝 웃은 이 사진들까지 다 똑같아요.]

언론사에 거의 매일 날아든 전화 한 통의 힘은 컸습니다.

[신홍범/당시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실행위원 : (박정희 정권 시절) 남산(중앙정보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외신으로 무슨 뉴스 들어오지 않았냐. 그걸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비밀스레 전해지던 이 전화는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에서 '보도지침'으로 굳어져 선명하게 힘을 발휘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엔 관련 특집 기사는 물론 유가족 인터뷰도 하지 말라 주문합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할 땐 몇 % '올랐다'는 말은 빼고 결정된 요금만 쓰라고 지시합니다.

정권의 부끄러움이나 곤란함을 덮은 자리엔 민망한 예찬이 들어섰습니다.

대통령의 비행기 집무실에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란 주문은 다음 날 신문에 그대로 실렸습니다.

1986년 한 기자가 몰래 빼내온 오백여든네 건의 메모는 말로만 전해지던 보도지침의 실체를 알렸습니다.

[김주언/당시 한국일보 기자 :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와) 거의 밤새 잠도 못자고 40여 일 동안 계속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권력은 어떻게 언론을 이용했나, 월간지 '말'이 폭로한 진실은 이듬해 6.10 민주항쟁의 불씨가 됐습니다.

용기를 낸 이들은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가, 1995년이 돼서야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30년 넘게 조용히 지켜진 이 원본은 이번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됐습니다.

[신홍범/당시 민언협 실행위원 : 진실을 비틀어 버리면 미래가 달라지는 거예요.]

(화면제공 : 민언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더뮤지컬)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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