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피사의 사탑부터 할리우드 레드카펫, 그리고 세렝게티 초원까지. 전세계 명소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인데 어딘가 좀 어색하죠.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사람들이 이렇게 합성 사진을 만들면서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들을 알아주듯 가상 현실을 이용한 랜선 여행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동그라미를 그려 거리두기를 실천한 뉴욕의 이 공원에는 '인간 주차장'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늘(7일)도 공원에 나와 저마다 원 하나씩 차지하고 휴대전화를 보거나 스트레칭을 합니다.
외출은 여기까지입니다.
국경을 넘는 여행은 언제쯤 가능할 지 모릅니다.
아쉬움은 또다른 방식으로 달래집니다.
피사의 사탑을 오르고, 세렝게티 초원에 보란 듯이 섰습니다.
당분간 갈 수 없는 해외 여행지 사진을 합성하며 소셜미디어에서 소소한 재미를 나눕니다.
이런 랜선 여행이라면 에펠탑과 첨성대를 동시에 보는 기묘한 장면도 가능합니다.
갑자기 관광객을 잃은 도시들도 손 놓고 있진 않습니다.
런던탑 주위를 천천히 걷고, 다윈과 호킹이 잠든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바라보다 뒤돌아 큰길 가의 2층 버스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직접 올 수 없다면, 영국을 가져다 주겠다"며 영국관광청에서 만든 가상현실 영상입니다.
국내의 고즈넉한 정취도 방 안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 안동 고택에선 동틀 녘 수탉이 울고 종손은 싸리비로 마당을 쓸고 또 씁니다.
아무런 대사도, 설명도, 대화도 없는 이 영상에 이미 4만 명 넘는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감염병의 시대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