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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 영웅' 분위기 틈타 노동의 대가 묻힐까 우려"

입력 2020-06-02 20:29 수정 2020-06-02 23:07

대구 '코로나 병동' 지켰던 8년차 간호사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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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코로나 병동' 지켰던 8년차 간호사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19:55~21:20) / 진행 : 서복현


[앵커]

바로 간호사 한 분을 전화로 연결해서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최근 며칠 전까지 대구에서 코로나 병동을 지켜 온 8년 차 간호사입니다. 이름과 소속 병원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나와 계시지요.

먼저 그동안 돌봐 온 환자는 주로 어떤 분들이었고 간호사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 '코로나 최전선' 대구…돌봤던 환자들은?


[경북 소재 A병원 간호사 : 대구에서 저는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확진 환자 중에 일반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중환자실이 준비가 안 되어 있었을 때는 거기의 중환자실에 맞는 컨디션의 환자들도 본 경우도 있었고 그리고 대구, 경북에서는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서 확진자가 많이 생겨서 거기에 있는 환자들을 주로 돌봤습니다. 그래서 식사 보조부터 기저귀도 교환하고 양치질도 시키고 머리도 감기고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다 보니까 보호자분들이 옆에 계실 수 없어서 몸이 불편하시면 등을 긁어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리고 환자분들이 저희가 이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죄송해했어요, 사실. 그럴 필요는 없으신데. 그래서 저희에게 바로 불편한 점이나 문의사항을 말씀을 못하시니까 보호자분들에게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걱정되시는 보호자분들은 또 저희에게 그런 것 때문에 문의 전화를 해 오시고 그래서 저희는 환자뿐만 아니고 보호자분들의 어떤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육체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경북 소재 A병원 간호사 : 제가 누군가를 감염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환자를 보는 석 달 때문에 그것 때문에 아예 외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분들보다는 많이 자제를 했어요. 그래서 밖에서 많이 긴장한 상태로 생활을 했고, 그 누군가랑 마음 편하게 마주 보면서 밥 한 끼 먹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많이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과도 많이 떨어져 있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저를 지지해 줄 사람이 부족해서 좀 더 정서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앵커]

그런 긴장감 속에서 몇 달을 버티신 건데요. 코로나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되는데요. 코로나 병동에 가실 때부터 수당 얘기를 전혀 못 들으신 건가요?
 
  • 대구 간호사엔 '수당 제외'…이해 안 되는데


[경북 소재 A병원 간호사 : 전혀 듣지 못했어요. 언제 준다, 얼마나 줄 거다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아예 언급 자체를 들은 적이 저는 없습니다.]

[앵커]

파견을 온 간호사들처럼 어떻게 보면 당연히 받아야 할 노동의 대가로 보이는데요. 혹시 간호사들끼리 같이 목소리를 내서 요구를 해 보셨습니까?
 
  • 동료 간호사들 사이에선 어떤 논의 있었나?


[경북 소재 A병원 간호사 : 저희는 일단 요구는 계속하고 있지만, 대답은 듣지 못한 상태고 또 저희보고 백의의 천사, 영웅 또 '덕분에 챌린지' 등 이렇게 저희 노고를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잖아요. 그래서 사실 저희는 코로나 전에도 코로나 감염이라는 상황만 다르지 계속 일선에서 환자를 똑같이 간호하고 있었어요. '아가씨'라는 호칭을 이렇게 듣는 등 전문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못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의 노고를 알아주시니까 사실 엄청 감사하고 큰 힘이 됐어요. 그런데 저희가 걱정하는 부분은 이 분위기를 몰아서 우리에게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 그 누군가가 너희는 천사고 영웅이잖아 돈 바라고 한 일은 아니잖아. 열심히 엄청 좋은 일했어, 이렇게 이야기만 하고 넘어 가 버릴까 봐, 그게 사실 저희는 되게 걱정이거든요.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은 맞죠, 환자를 돌보는 일이라는 게, 그런데 저도 병원에서 8시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랑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면서 오늘 병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게 나 되게 힘들었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제 삶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병원 근무 마치고 숙소에서 병 걱정하면서 우는 게 이런 게 저희의 일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저도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걱정해 주는 소중한 가족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단지 우리를 이렇게 영웅화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저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앵커]

말씀을 쉽게 이어가지 못하고 계시는데요. 며칠 전에 일반 병동으로 복귀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2주간 자가격리도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하셨다고 하는데요. 좀 더 말씀을 해 주시죠, 어떤 상황이었는지.
 
  • 일반병동 근무 복귀했는데…'2주 격리' 등은?


[경북 소재 A병원 간호사 : 저희 초반에는 정기적으로 코로나 스크리닝 검사를 시켜주기로 했어요. 저희는 이제 환자에게 매일 노출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했던 적도 있고. 그런데 저는 지금 이제 일반 환자를 보게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코로나 환자를 보다가 일반 환자를 보게 되면 저희는 당연히 검사를 받아야 된다, 생각하거든요. 파견 오신 분들은 2주 자가격리 기간도 있었고 그런데 저희는 단 하루의 자가격리 기간도 지금 없고 검사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일반 환자를 보기 시작했어요. 혹 인력이 돼서 며칠을 자가격리 기간을 받게 된 부서도 있지만 그분들도 개인의 연차를 사용해서 들어갔다고 들었고 그런데 사실 저희가 이게 쉬고 싶어서 쉰 게 아니고 환자랑 우리의 안전 때문에 꼭 필요한 시간인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현실은 이렇습니다, 지금.]

[앵커]

알겠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전이 된다면 누구보다도 현장 의료진이 버텨줘야 할 텐데요. 알겠습니다. 어려운 인터뷰였는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구 코로나 병동에서 일해 온 간호사분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경북 소재 A병원 간호사 : 네,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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