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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믿고 입양했는데 청각 장애"…입양아-가족 '고통'

입력 2020-01-14 21:25 수정 2020-01-15 14:22

하루 1명꼴 해외 입양…'아동 수출대국' 오명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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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명꼴 해외 입양…'아동 수출대국' 오명 여전


[앵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수출 대국으로 불리지만,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떠나지 않는 오명이 있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한 명꼴로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아동 수출 대국이란 점입니다. 특히 정부가 아닌 민간이 해외 입양을 주도하면서 그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입양 기관이 아이에 대한 건강 기록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뒤늦게 치료에 나선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귀에 대고 아무리 큰 소리를 내도 아이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김모 씨/정우 어머니 (미국 거주) : 처음에 아이가 우리를 무서워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2주 정도 후부터는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김모 씨가 23개월 된 정우(가명)를 입양한 건 지난해 11월.

당시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로부터 받은 정우의 건강카드입니다.

청력은 '이상 없음'이었습니다.

[김모 씨/정우 어머니 (미국 거주) : 아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말이 좀 느리다고만 말하고 성격이 과묵하다고 이렇게만 말했어요.]

이상을 느낀 직후 찾은 미국 병원의 검진 결과는 선천적 청각 장애.

김씨는 복지회에 출생 당시 의료기록을 요청했습니다.

청각 검사 결과가 빈 칸으로 돼 있었습니다.

정우는 입양 전 모두 20차례 병원을 다녔습니다.

청각 이상은 한 번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한 위탁모가 정우를 2년 가까이 길렀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겁니다.

[표진원/소아과 전문의 : 생후 6개월이면 아이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볼 수가 있어요. 한 사람이 계속 돌봤다면 청각에 이상이 있는 게 체크가 돼야 맞습니다.]

복지회 측은 아이가 예민해서 검사를 제대로 못 받았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제 25개월이 된 정우는 뒤늦게 인공 달팽이관 삽입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수술은 보통 생후 24개월 이하 아기에게 권장됩니다.

[김모 씨/정우 어머니 (미국 거주) : 저희 아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품기로 했어요. 가족이 저녁 먹고 DVD로 아기용 수화를 보면서 하루에 하나씩 배우고 있어요. 민간기관을 믿고 입양을 했는데 너무 배신감을 느끼고 화가 나고.]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입양 기관들은 아이의 질환 여부를 양부모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문제는 기관들이 아이의 의무기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도, 이를 공유하지 않아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입양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A씨/입양 포기 미국인 : 아이 장애의 심각한 정도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거나 숨긴 게 문제입니다. 언어 발달에 대한 부분을 물었지만 어떤 기록도 주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입는 건 기존 입양인들도 마찬가지.

1974년 한국에서 태어나 3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한분영 씨.

2002년 한국에 온 한씨는 입양기관에서 작성한 자신의 기록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한분영/덴마크 입양인 : 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걸 봤을 때는 아주 건강한 아이라고 했는데 덴마크에 도착했을 때 저는 확실하게 건강하지 않았어요.]

친부모를 찾는데도 관련 정보를 받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한분영/덴마크 입양인 : 입양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민간기관에 맡길 수 없고 정부는 좀 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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