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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쏘지마라! 맥주를 주겠다'

입력 2019-12-25 22:16 수정 2019-12-2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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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분노 대신 기쁨의 노래를, 그리고 평화의 파이프를…

1983년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는 전쟁과 평화를 배경으로 만든 곡 'Pipes of Peace'를 발표합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총성이 가득한 전쟁터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담겨 있지요.

치열한 전쟁의 와중이지만 병사들은 성탄절 딱 하루, 기적 같은 휴전을 약속한 뒤에 포탄 대신 축구공을 주고받으면서 평화를 즐깁니다.

노래에 담긴 이 영화 같은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1914년 1차 대전 당시에 영국과 독일군이 대치하던 플랑드르 지역.

조용하던 영국군 진지에서 어느 순간,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고 상대편 독일군 진지도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쏘지 마라! 참호 밖으로 나오면 맥주를 주겠다"

그들은 총 대신 맥주와 담배를 들고 상대편을 향해서 걸어갔습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 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웃고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어느 병사의 편지 속 풍경처럼 그것은 찰나의 순간으로 남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 이들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성탄절이 되면 무언가 기대를 품습니다.

물론 기대란 부질없음을 또한 함께 품고 있어서 소망하던 하얀 눈 대신 하늘을 덮어버린 잿빛의 미세먼지와 여전히 엉켜버린 채 쉽게 풀어지지 않는 세상.

단 하루 달콤한 오늘(25일)이 지난다 해도 돌아오는 현실의 내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1914년, 전쟁터의 그들 역시 단 하루의 평화를 누렸지만 그 짧은 휴전의 시간 이후에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요.

"휴전은 아무것도 변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전 이후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 크리스 베이커 < 휴전 : 전쟁이 멈춘 날 >


그렇다면 기적이란 대체 무언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한편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여기는 이유는…

세상이 심지어 전쟁 중에 있더라도 모두가 마음을 모은다면, 무언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

분노 대신 기쁨의 노래를, 그리고 평화의 파이프를…
- 폴 매카트니 < Pipes Of Peace >


현실은 비록 더디게 나아갈지라도 언젠가 분노 대신 기쁨의 노래를, 총 대신 파이프를 드는 날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소망한다면…

그러니 오늘은 총 대신 맥주를 드는 날, 서로를 향해서 먼저 손을 내미는 날…

크리스마스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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