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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파손주의'

입력 2019-12-24 21:35 수정 2019-12-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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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24일) 하루,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사람은 누구일까.

상상 속 하늘에는 루돌프의 썰매를 탄 산타가 구름 위를 누비고 있겠지만.

현실 속 우리의 거리에는 사각의 탑차를 타고 상품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택배를 전하는 사람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안전운전 고객님의 기프트는 소중하게 어른들의 산타 직업엔 no 귀천
- 김형준/그룹 '태사자' 멤버

20년 전엔 대중스타였으나 이제는 어른들의 산타가 된 가수 역시,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배송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총알 배송,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이 일상화된 이곳은 이름하여 '택배 공화국' 입니다.

그러나 흔한 택배 상자 하나가 내 손안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지문이 묻어있는가를 셈해보면 택배란 그리 간단치 않은 묵직함으로 다가옵니다.

가벼운 서류는 물론이고 김치와 생수, 자전거, 가전제품과 가구까지…

요일마다 물량이 다르고 계절마다 배송되는 농산물이 달라지는 그 택배 상자 위에는 '파손주의' 라는 글자가 박혀있는데…

한 젊은 택배기사는 그 네 글자를 '사람이 다칠지언정 물건은 다치면 안 되는 세상'이라고 읽었습니다.

고된 택배 일을 마친 뒤에 새벽까지 만화를 그려온 그는.

언제부턴가 사람값이 헐해도 너무 헐하여진 세상…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도리어 사람을 누르고 급기야 물건보다 사람값이 헐해지는 현대의 풍경을 작품 속에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에는 어떻게든 오늘의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사연 또한 가득 담겨있습니다.

서로가 주고받는 상자 속, 선물이 귀하고 소중한 것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더는 상하지 않기를…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성탄절 전야.

지금도 어디선가 땀 흘리고 있을 청년은 세상을 향해서 기원하듯 말했습니다.

"모두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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