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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누전이나 방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입력 2019-12-19 21:23 수정 2019-12-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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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달은 창이 없는 호실로 갑니다"
-박준 < 유성고시원 화재기>

시인 박준의 작품 속 가상의 공간 '유성고시원'은 침묵 속에 고요히 존재합니다.

"'실내에서는 정숙해주세요' 이 표어를 끼고 돌면 고시원 총무실이" 보이는 장소.

"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공동 주방에서는 부치는 달걀 냄새가 온 방실을 점유하고 있었죠"
-박준 < 유성고시원 화재기>

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고 공동 주방에서는 누군가 한밤에 부치는 달걀 냄새가 가득했다 하지요.

어느 밤, 까닭 모를 불이 났습니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은 작중 화자는 모두가 살아가고자 안간힘을 쓰던 그곳.

유성고시원 화재에 대하여 담담하게 서술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의 풍경입니다.

작년 겨울 두 시간 만에 일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일고시원 화재사건.

층마다, 두 평 남짓한 스무 칸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건물 안에는 불을 예방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년이요? 우린 한 달 만에 잊혔어요"
- 당시 국일고시원 입주자

세상은 또다시 화들짝 놀랐지만 어느 사이 시선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어제(18일) 저희 뉴스룸에서는 1년 전 그날과 달라지지 않은 오늘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든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해야만 하는 장소, 고시원… 

이 고시원을 찾는 사람의 열 명 중에 일곱 명은 청년이라는데…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 컴컴한 세상과 종부세와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들썩이는 세상의 공존.

우리는 보고 있으나 보고 있지 않습니다.

"누전이나 방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준 < 유성고시원 화재기>

시인 박준은 < 유성고시원 화재기 > 라는 가상의 그 작품 안에서 달라지지 않는 세상을 가지런히 펼쳐놓습니다. 

유성고시원에 불이 난 원인은 아마도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말했습니다.

"그건 단지 그동안 울먹울먹했던 것들이 캄캄하게 울어버린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박준 < 유성고시원 화재기>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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