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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염혜란, 국어선생님을 꿈꾸다 배우가 된

입력 2019-12-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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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염혜란, 국어선생님을 꿈꾸다 배우가 된


아직은 이름 석 자가 낯설 수 있다. 본인도 "엄혜란 아니고 염혜란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홍자영이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

배우 염혜란(43)이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활짝 피었다. 그간 필모그래피만 보아도 대단하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딸로 '도깨비'에서는 조카를 구박하는 극악무도한 이모로 '증인'에서는 소름끼치는 반전의 가정부로 '라이프'에서는 깔끔한 일 처리 능력의 비서를 맡았다. 이번에도 변신은 성공했다. 남자를 리드하는 똑부러진 변호사 홍자영을 연기, '국민 누나'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자가 아닌 여자들의 워너비로 불릴 정도다.

실제 마주한 염혜란은 수줍음 많지만 할 말은 하는 매력 넘치는 배우였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아직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돌아다니면 많이 알아봐준다. 그리고 커피나 음료, 과자 등 사람들이 자꾸 무얼 주고 간다. 마음의 표현이니 너무 감사하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홍자영과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 홍자영은 내가 못 가진 것들을 가졌다. 실제 가지지 못 한 것들이라 연기하면서 좋았고 뿌듯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땠나.
"4회까지 받았는데 정말 감각적이었다. 임상춘 작가의 전작을 좋아해 훌륭한 작품이 나올 거란걸 알고 있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작가의 깊이가 드러나는데 너무 좋았다."

-임상춘 작가는 역시 훌륭했나.
"작가님은 정말 천재다. 홍자영에게 주옥같은 대사를 많이 줬다. 그래서 홍자영이 많지 않은 분량에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기억될 수 있었다. 작가님이 30대라고 들었는데 나이를 가듬하기 어려운 감각적인 대사들이 많았다. '남편이 녹가락지인데 시어머니는 다이아를 준 줄 안다'는 대사는 어떻게 썼나 궁금하다. 천재다."

-홍자영을 어떻게 분석했나.
"멋진 여자라는건 알았는데 내가 잘 연기할 수 있을까 너무 걱정됐다. 정감 넘치고 미워도 밉지 않은… 그럼에도 미운 모습이 있다. 그 고장에 없는 똑똑한 매력이 잘 전달될까 걱정이 많았다. 시청자들이 나를 보고 채널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배우들 및 제작진과 공동작업이라는게 여겼고 좋은 경험을 했다."

-외로운 캐릭터다.
"동네에서 술 마실 사람도 오정세(노규태) 밖에 없지 않냐. 보기엔 센 여성이지만 고독함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술 한 잔 하자는 친구도 없는 멘트를 할 때 슬펐다."

-까불이의 정체를 알았나.
"중반까지는 흥식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그걸 감안해 여러 장치를 만들었고 누군인지 헷갈리게 하면서 압박해오는데 긴장되더라. 제작진도 현장에 시민들이 몰리니 일부러 오해하게 역스포일러를 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시어머니와 대립이 많았다. 실제 시어머니와 관계는.
"우리 시어머니 진짜 좋은 분이다. 원래 시어머니면 어려운 게 있는데 우리는 아니다. 서로 배려한다고 너무 챙긴다. 시어머니께서 '너무 재미있더라'고 좋은 반응을 보였다."

-멜빵 키스신이 화제였다.
"원래는 이름 부르고 끝나는 장면인데 무언갈 보여주고 싶었다. 홍자영은 늘 주체적인 여성이었기에 키스할 때도 멜빵을 당기는 장면을 생각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애드리브가 많았나.
"충분히 재미있는 대본이고 디테일하게 나와있어 애드리비를 할 게 없었다. 대본만 오롯이 잘 구현해내고 싶었다."
[인터뷰]염혜란, 국어선생님을 꿈꾸다 배우가 된



-결말은 마음에 들었나.
"120% 마음에 들었다. 막판에 분량을 많이 줘 과분했다. 과거가 이랬나 싶었을 정도였고 프러포즈도 놀라웠다."

-공효진·강하늘과 호흡은 어땠나.
"두 사람 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강하늘은 늘 반갑게 맞아주고 인사를 잘하더라. 정말 좋은 사람이다. 공효진은 똑똑한 배우다. 상황파악을 잘하고 객관적이다. 해야 할 것과 안 될 것을 구별할 줄 안다. 둘 다 나이는 어리지만 선배같다."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은.
"환경이 아닌 나 스스로 힘들었다. 나 스스로 '못할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규정을 짓고 내 멋대로 편견을 갖고 틀안에 가둬놓더라. 이번에 염혜란의 편견을 깨뜨린 작품이 됐다."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았나.
"홍자영 역할에 1순위 캐스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배역이 돌고 돌아 나한테 오지 않았을까 혼자 고민했다. 지금껏 해 온 작품 중 흔히 말하는 '사짜'는 처음이었다. 평소에 말도 똑 부러지게 못 하는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연극을 오래했는데 드라마가 적응이 됐나.
"무대에서는 서로 연습하는 기간도 많으니 수정할 수 있는 기간도 많다. 드라마는 그럴 시간도 없고 시간이 다 돈이더라. 한 번 더 찍고 싶어도 그걸 더 하자는 게 죄송하더라. 많은 사람을 움직여야 하지 않냐. 다른 신을 찍기 위해 세팅까지 바뀐 상황이라 더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오정세가 말해줘서 한 번 더 찍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감독님들도 왜 말을 못 했냐고 하더라."

-임팩트있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한 배우가 특정 캐릭터로 기억되기 어려운데 여러가지가 언급되는거 보면 배우로서 행운이다."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럽진 않나.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을 거란 걸 안다. 이 관심은 귀한 손님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돌려보내는 일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니 너무 감사하다."

-원래 꿈이 배우였나.
"국문과를 졸업했다. 국어선생님 아니면 배우가 되고 싶었다. 생각보다 선생님같은 면이 있다. 보수적이고 누군가에게 가르치는걸 좋아한다. 그러다 선생님이 국어만 가르치면 되는게 아니란걸 알았다. 임용고시를 준비했는데 오래 가지 못 하고 꿈을 접었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에이스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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