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7월에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는 여성 단원 성폭력 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받았습니다. 오늘(26일) 이 사건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토론회 이름은 '분노가 지나간 자리, 다시 무대에 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분노도 지나가지 않았고, 아직 무대에 서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김수희/공동고소인단 : 형사재판이 끝났는데도 제게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끔찍하게 싫습니다.]
이윤택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아직 고통의 시간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가장 괴로운 건, 주변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이런 말들입니다.
[김수희/공동고소인단 : '죄는 죄고 작품은 작품이지. 벌 받고 있으니 그의 공연들은 따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난해 2월, 이씨의 범죄를 세상에 알린 뒤부터 2차 피해는 잦아들 기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무대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재령/공동고소인단 : 이 재판을 했다는 건 최소한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겨우 시작한 거고. 이제부터 진정한 치유가 시작돼야 하는데.]
모든 고통을 참아야 열정이 있다 여기고 이의를 제기하면 배신자로 낙인 찍어 쫓아내는 연극계의 그릇된 문화는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이산/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 그 사람의 경력이 높아지고 더 큰 공연이 그 사람의 몫으로 돌아오는 게 그 사람이 행하는 폭력을 믿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거예요.]
법적인 처벌만 받으면 죗값을 다 치렀다 생각해야 할까.
피해자들은 최근까지 한 출판사의 희곡집에 이씨의 작품을 넣는 일이 추진됐다가 항의가 잇달아 무산된 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