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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포르노에 관대한 한국 법원…신상 공개 기준은?

입력 2019-10-23 22:44 수정 2019-10-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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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웰컴 투 비디오'. 얼마 전에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1개 나라와 공조 수사해서 적발한 아동 성착취 동영상 공유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에선 생후 6개월 된 아기에 대한 성폭력 영상까지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이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한번 내려받은 사람도 이름이 공개되고, 징역 7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사이트를 운영했던 한국인 손모 씨는 1년 6개월 징역형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미 법무부는 저희 취재진에게 "미국이라면 손씨가 최소 20년 형에서 종신형까지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웰컴 투 비디오'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 2686개를 내려받은 미국인 니콜라스 스텐걸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또 다른 미국인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영상을 단 한차례 내려 받았는데 징역 70개월을 받았습니다.

[제시 리우/미국 연방 검사 : 아동 성착취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행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이 범행은 너무 악랄해서 입에 담기도 어렵지만…]

실제 해당 사이트에선 생후 6개월 아기부터 10살도 안되는 어린이들의 성폭력 영상 수 십만 개가 공유됐습니다.

해당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한국인 손모 씨.

손씨는 위치 추적이 힘든 다크웹에서 사용자들로부터 비트코인으로 영상을 팔아 4억 원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해 구속됐던 손씨를 풀어줬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 없다"는 점을 고려했고 취업 제한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2심에선 해당 범죄가 심각하다면서도,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내렸고 이는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 대배심원이 손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손씨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열린 상황입니다.

취재진은 손씨가 미국에선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미 법무부 측에 직접 의견을 물었습니다.

미 법무부 측은 "손씨가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최소 20년형에서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JTBC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미국 양형 기준에 따라 아동 성착취 영상을 홍보한 혐의로 최소 징역 15년, 이를 배포한 혐의로 최소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청와대 게시판에선 손씨에 대한 실명 공개와 무거운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이틀 만에 17만 명 넘게 참여했습니다.

[앵커]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 이용자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검거한 사람은 337명,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에 달합니다. 상당수는 한국에서 이미 처벌을 받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이들의 판결문도 입수를 해서 분석해 봤습니다. 양형은 물론 이름을 공개할지 여부 또 취업에 제한을 주는 기준이 재판부마다 다 달랐습니다. 심지어 일부 판사들이 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다크웹에서 손씨가 유통했던 영상들은 대부분 10세 미만의 아동 성착취 영상들이었습니다.

미국 법무부에선 손씨 범죄가 중하다고 보고 보도자료에서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신상공개 대상이 될 수 있는 아동 청소년 성범죄가 아니라고 본 겁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중, 재범 가능성이 높은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성폭력 장면을 찍은 거라고 볼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걸 보고 돈 벌고 내려받고 이런 것도 사실 공범이죠.]

취재진이 손씨 영상을 내려받거나 유포한 사람들의 판결문 14건을 확인해봤습니다.

A씨는 2백 80여 차례에 걸쳐 아동 성착취 영상을 올렸지만 취업제한 명령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업로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범이고 재범 위험성이 적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187개의 성착취 영상을 보유만 했던 B씨의 경우 오히려 취업제한 1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재판부가 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동청소년보호법상 아동 성착취 영상을 보유만 하다 벌금형을 받을 경우 취업제한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판결문 중 취업제한을 적용한 5건 중 한 건은 검사가 항소해 2심에서 파기되기도 했습니다.

[김재련/변호사 : 이런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뿐만 아니라 음란물 부분에 대해서 우리 수사기관이나 법원이나 일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굉장히 안이해요.]

(영상디자인 : 최충현·곽세미 / 인턴기자 : 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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