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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 단독인터뷰]①'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이상민과 우지원, 누가 더 인기가 많았냐고?"

입력 2019-09-25 06:02 수정 2019-09-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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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왼쪽부터)문경은·김훈·서장훈·우지원·이상민. 김민규 기자

25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1994년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해로 기억된다. 실제 여름 기온만 높았던 게 아니다. 명문대 꽃미남 5인조가 눈부시게 코트를 누볐고, 소녀팬들은 열광했다. 실력도 최고였고, 소녀팬들의 함성도 최고였다. 농구대잔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학팀이 정상에 올랐던 해. 연세대 농구팀 독수리는 신드롬을 넘어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시켰다.

한국 스포츠 소녀팬덤 문화의 시초. 단언컨대 이들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소녀팬들의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였다.

경기장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고, 숙소에는 소녀팬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연세대 농구팀 전담 우체부가 있었을 정도였다. 드라마 '마지막승부'와 만화 '슬램덩크'가 기폭제 역할을 하며 독수리 5인방은 소녀팬들의 아이돌이 됐다. 라이벌은 없었다. 독보적 실력과 독보적 인기를 따라올 자 존재하지 않았다. 스포츠문화 대통령이었다.

일간스포츠 창간 50주년. 한국 스포츠 반세기를 말하면서 빠질 수 없는 장면이 바로 독수리 5인방 열풍이다. 일간스포츠는 50주년을 맞이해 이 뜨거웠던 열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자 독수리 5인을 한자리에 모으는 상상을 했다.

날씨도 뜨거웠던 8월의 어느날. 상상은 현실이 됐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있는 연세대 체육관. 이곳에 거짓말처럼 5명이 모였다. 함께 모여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이었다.

90학번 문경은·91학번 이상민·92학번 우지원과 김훈 그리고 93학번 막내 서장훈까지. 1994년 우승 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를 맞이하는 순간. 인터뷰가 시작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만난 5인조는 서로에 대해 묻고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 또 많이 변한 체육관을 그윽하게 바라봤고, 농구공을 잡고 슛을 하며 추억을 떠올렸다.

5인방이 추억을 되새긴 시간이 끝나자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문경은과 이상민은 각각 서울 SK 감독, 서울 삼성 감독으로 농구 현장에 있다. 우지원과 서장훈은 방송활동을 하고 있고, 김훈은 수원에서 유소년을 가르친다. 저마다 다른 직업과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날은 연세대 농구팀 선수로 호칭을 통일했다.

25년 전 뜨거웠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창간 50 단독인터뷰]①'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이상민과 우지원, 누가 더 인기가 많았냐고?"





-5명이 함께 모인 건 얼마만인가.

문경은(이하 문) : 이렇게 5명이 함께 모인 건 정말 처음같다.

이상민(이하 이) : 2012년 YB와 OB 경기에서 모였다. 하지만 인터뷰로 모인 것은 처음이다. 좋은 취지로 이렇게 모였다.

우지원(이하 우) : 아 YB, OB 경기 때 봤구나.

김훈(이하 김) : 그때 장훈이는 없었어.

서장훈(이하 서) : 나도 있었어.

-연세대 체육관에 모인 느낌은.

: 체육관에 에어컨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우리가 훈련할 때는 에이컨이 없었다.

: 겨울에 난방도 된다고 한다. 들어오는데 은희석 감독을 만났다. 후배다. 여름에 추워서, 겨울에 더워서 운동을 못한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우리가 훈련할 때는 위층에 창문밖에 없어서 겨울에는 정말 춥고, 여름에는 정말 더웠다.

: 지원아. 너네는 선풍기 있었나?

: 있었지.

: 우린 없었어.

: 처음에 왔을 때 나는 더위 먹었어.

: 매달리기 하던 쇠봉이 없어졌네. 장훈이가 키가 크니 매달리지 못하고 막 그랬는데.

: 나는 일부러 차를 대놓고 체육관까지 걸어왔어. 독수리상 위치도 바뀌었더라.

: 우와, 형 그것까지 봤어?

: 예전보다 상민이 형이 말을 정말 많이 하네. 놀라워. 예전에는 진짜 한 마디도 안했는데. 예능 나와도 되겠는데?

: 내가 과거 인터뷰를 꺼려한 건 맞지. 근데 그때는 장훈이도 말 하는거 너무 싫어했어. 방송 나오는거 보고 놀랐다.

[창간 50 단독인터뷰]①'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이상민과 우지원, 누가 더 인기가 많았냐고?"

-선·후배 사이가 엄격했다고 들었다.

: 경은이 형이 4학년 때부터 조금 약해졌던 것 같다.

: 다들 잘 모였지. 내가 말하면 잘 들어주고.

: 우리가 처음 만난게 연세대가 아니야. 청소년대표 등 어릴 때부터 알던 사람들이었어. 또 친했지. 그래서 우리끼리는 엄격한 문화는 없었어.

: 후배가 4명이나 있는데 어째 존댓말하는 애가 한 명도 없냐? 그나마 훈이가 나를 제일 어려워하는 것 같다.

: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고대와 정기전 앞두고 응원가 외우는 거였어. 그때 응원가가 한 30개 정도 됐나? 그거 외워서 출발할 때부터 경기장 도착할 때까지 노래를 불러야 했어. 문제는 악보도 음원도 없다는 것.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래를 따라해야 했어. 운동시간 외에 노래 외우느라 힘들었다.

: 선배들이 노래를 가르쳐주는데 선배들마다 노래가 다 달랐어. 상민이 형이 한 번 노래를 가르쳐 준 적도 있다. 나와 지원이가 함께 배웠는데 상민이 형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 참 노래도 고급스럽게 배웠다. 나는 그렇게 친절하게 노래를 알려준 선배가 없었다.

: 쉽게 말하면 우리 팀은 감독님이 너무 무서웠다. 감독님에게 혼나는 것이 더 무서웠기 때문에 선배들이 후배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다.

연세대 시절 문경은과 서장훈의 모습. 중앙포토

-소녀팬덤의 시초다.

: 경은이 형이 인터뷰한 기사를 최근에 봤는데 자기자랑만 엄청 해놨어.

: 여전하시구나.

: 나도 그 기사 봤어. 운동선수하면 우락부락한 이미지인데 우리 팀은 눈에 쌍커풀도 있다고.

: 쌍커풀 이야기하니까 나도 그 기사 본 거 같다. 그런데 우리 중에 눈에 쌍커풀 있는 사람은 경은이 형밖에 없었어.

: 아니야.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야. 운동선수라면 덩치가 좋고 우락부락하게 생겼는데 멋진 우리 후배들이 이렇게 나와서 그랬다고 했어.

: 혼자 인터뷰 했을 때랑 지금 달라. 나 기사 있어.

: 1학년 때 농구대잔치 경기 때문에 대구체육관에 갔는데 깜짝 놀랐어. 플래카드가 전부 문경은인거야. 연세대 농구팀 인기의 시작은 나부터였지.

: 인정.

: 상민이가 들어와서 내 팬 반을 가져가고, 지원이와 훈이가 와서 또 가져가고, 장훈이 들어와서 또 가져가고 그렇게 된거지.

: 경은이 형 잘생겼잖아. 당시에도 허재 형, 이충희 선배 등 인기가 많은 선수들은 있었어. 그런데 대학생이 실력도 좋고 잘 생겼으니까. 객관적으로 나 빼고 그 당시 이 형들을 봤을 때 여중생, 여고생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비주얼이었을 거야. 보통 운동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생긴 애들이 많았어. 우락부락하고. 그런데 이 형들은 다 잘생겼지. 또 당시에는 체육 특기생인지 잘 모르고 연세대를 다니는 오빠들로 봤어. 명문대 학생이었지. 마지막승부와 슬램덩크가 힘을 실어줬고, TV에도 자주 나오니까 전국적으로 불이 붙은거야. 운도 많이 따랐어.

-폭발적 인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나.

: 없었지. 어릴 때니까. 지금은 프로에 있으니 팬들을 위한 마인드가 강하지만. 그때는 많이 알아봐주고 소리 질러주는게 마냥 좋았어. 소리가 클수록 슛이 더 잘 들어갔던 것 같다. 관중이 없으면 경기가 하기 싫을 때도 있었어. 꽉 차면 점프도 더 잘되고 흥분도 되고.

: 인기를 의식하는 건 인기 있던 사람들이었지. 나는 인기랑 크게 상관이 없었어. 나는 농구를 한 거지.

: 우린 그럼 축구했냐?

[창간 50 단독인터뷰]①'25년' 만에 뭉친 연세대 농구 5인방 "이상민과 우지원, 누가 더 인기가 많았냐고?"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논쟁, 이상민 VS 우지원 누가 더 인기가 많았나.

: 내가 볼 때는 팬들 숫자로 보면 지원이 형이 인기가 제일 많았어. 그 다음이 상민이 형이었고. 경은이 형, 훈이 형 비슷비슷했고.

: 내가 방금 이야기했잖아. 대구체육관에 문경은 플래카드로 꽉 찼다고.

: 절대적인 수를 얘기하는 거야. 지원이 형 책받침사면서 지원이 형 보러 경기장에 오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숫자가 많았어. 그때 팬레터 오는 거 보면 알지. 지원이 형이 많아.

: 진짜? 지원이가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인기로 봤을 때는 내 바로 밑의 후배 상민이 팬이 더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 후배가 보는 관점이 맞겠지.

: 장훈이 말이 맞아. 나는 말을 잘 안하는 스타일이라 팬들이 어려워했어.

: 농구 팬들에게는 상민이 형 팬이 더 많아. 장훈이가 얘기한 건 대중적인 거고. 농구쪽에서는 나보다 상민이 형 팬이 확실히 더 많아.

-팬레터와 선물이 엄청났다.

: 내가 선물을 정리했다니까. 그래서 내가 잘 알아. 평균 하루에 다섯 자루 정도 왔어. 아무도 정리를 안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몰래 다 정리했어. 편지는 다 보지도 못했어. 하루에 1000통이 넘게 오는데 어떻게 다 봐.

: 편지와 선물 합치면 하루에 많으면 쌀포대 열자루 정도 왔다.

: 상민이 형이 포장도 안 뜯고 무슨 선물인지 잘 맞췄어. 선물이 오면 상민이 형이 흔들어. 그러면 이건 초콜릿, 이건 옷, 기가 막히게 맞혔어.

: 기억력 좋네.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하나 기억에 가장 남는 건 지원이 형 팬이 보낸건데 밑에 트럭이 왔다고 하는거야. 가서 보니 어떤 팬이 지원이 형에게 조그만 트럭에 선물을 꽉 채워 보낸거야. 비디오 등 가전부터 옷까지 한 트럭을 보냈어. 너무 신기해서 우리 모두 내려가서 구경한 기억이 나.

: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 한 두 달 전에 상민이랑 봉사활동을 갔는데 상민이가 커피 먹고 싶다고 하니까 커피 트럭이 오더라.

: 내가 그랬잖아. 상민이 형 팬들이 충성심이 높다고.

: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말 그려진 명품(폴로)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 말? 난 조다쉬인줄 알았어.

: 그때는 종이학이 많았지.

: 선물은 내가 제일 많아. 종이학만 20억 마리 정도 있어. 20억 마리를 놔두면 2년 지나서 알을 낳는다고. 그래서 30억 마리로 늘어났어. 이사갈 때 버리지도 못해. 팬들이 주신 건데 어떻게 버려. 벌 받지.

: 종이학이랑 음악 CD를 많이 받았어. 휘트니 휴스턴 이런 가수들이 유행하면 다 보내줬어. 숙소가 좁은데 CD가 밟힐 정도였지.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서 보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CD였다고 생각해.

: 공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 모아서 녹음해서 주고 그랬지. 우리도 그래서 봉고에서 노래 많이 들었고.

: 봉고. 하하. 조다쉬랑 맞먹는다 진짜.

: 내 팬 중에 이민 간 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내 생일 때 꼭 한국에 와서 축하를 해줬어. 너무 고마운 친구들이야.

: 소녀팬들이 집에도 많이 찾아왔지.

: 집에 가면 엄마랑 아버지랑 팬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

: 지원이 형 집 앞에는 텐트치고 기다리는 팬들도 있지 않았나.

: 지원이 집인가? 상민이 형 집인가? 애들이 하도 낙서를 해서 도화지 큰 거 붙여놓고 거기다 낙서하라고.

: 페인트값까지 물어주고 그래야 했으니까.

: 니들 정말 나보다 인기가 많았구나.

연세대 시절 서장훈의 모습. 중앙포토

-방송 출연도 많이 했다.

: 한 마디로 얘기하면 그때는 너무 어설픈 시절이었어. 방송을 많이 나갔지만 주먹구구식이었지. 감독님한테 연락와서 방송에 나와달라고 하면 나가고 그랬어. 방송도 막 한 것 같아.

: 운동하기도 버거운 시절이었는데 방송에도 나갔어. 기억나는게 운동 끝나고 최희암 감독님이 차 키를 주시는거야. 쏘나타였어. 내가 면허증이 있으니까 차 타고 방송국 다녀오라고. 감독님 차 끌고 혼자 촬영을 갔다오곤 했지.

: 체계적으로 하는 시대가 아니었지. 인기 있다고 하면 불러서 방송하고. 느닷없는 상황이 많았지. 케어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운전도 우리가 직접하고.

: 내가 운전 다 했잖아. 운동하러 갈 때도 내가 하고.

: 경은이 형이 운전 제일 많이 했을거야. 타이어 펑크날 정도로 탔을거야.

: 너네는 행복했는 줄 알아. 나 때는 봉고도 없었어.

: 하긴 장마철이 정말 힘들었어. 이동 중에 옷 젖고 또 말리고.

: 광고도 많이 찍었는데 수익을 낼 수는 없었다. 그때는 우리가 한 푼도 받을 수 없었어. 그것뿐 아니라 책받침에 들어간 사진 초상권도 없었지.

: 정말 착했던 시절이지.





최용재·김희선·김지한 기자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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