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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교사도 결과에 불만…스쿨 미투가 던진 교육현장의 고민

입력 2019-09-05 11:41 수정 2019-09-05 11:42

학생들 "성적 수치심 준 선생님 다시 만나기 두려워"…교사들 "억울해"
교육 구성원 다수 수긍하기 위해서는 절차, 기준 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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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성적 수치심 준 선생님 다시 만나기 두려워"…교사들 "억울해"
교육 구성원 다수 수긍하기 위해서는 절차, 기준 정비 필요

학생도, 교사도 결과에 불만…스쿨 미투가 던진 교육현장의 고민

불붙은 '스쿨 미투'의 기세는 잠잠해졌지만, 교육 현장은 여전히 딜레마에 갇혀있다.

많은 사건이 감사, 수사를 거쳐 징계 수순으로 접어든 가운데 피해를 본 학생도,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도 처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지역 교육계 안팎에 충격을 던진 스쿨 미투가 발생한 학교는 5곳이다.

가해자로 분류된 교사 42명 중 18명은 기소됐으며 24명은 증거 불충분, 혐의없음 등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불기소된 11명을 포함해 16명에 대한 징계는 완료됐으며 나머지 26명(불기소 13명)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은 기소되지 않은 교사 상당수에도 파면, 해임 등 교단 배제 징계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당사자인 교사들은 항변하지만, 학생 피해 진술 등을 토대로 "행정벌과 형사벌은 다르다"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른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각차가 있을 수 있지만 스쿨 미투 사안은 학생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며 "교사들이 아이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취지로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해도 학생 입장에서는 '저 선생님이 왜 그러지', '기분 나쁘다', '추행이다'고 인식하는 사안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계에서도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는 구도에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광주전남 여성단체연합은 최근 광주 스쿨 미투 1년 논평에서 "'학생들이랑 편하게 농담 한 번 할 수가 없다', '왜 교사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대하는가'라는 이야기를 토론회에서 들었다"며 "학교 현장이 얼어붙은 것이 스쿨 미투의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여성단체연합은 "교권은 교사의 직무에 대한 권위이지 학생의 인권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대립은 가능하지도 않으니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직위해제로 분리됐던 교사들이 복귀해 다시 대면하게 되는 상황은 학생, 학부모에게도 껄끄럽다.

학생 반응, 교육청 중징계 요구, 억울함을 호소하는 교사의 입장을 모두 살펴야 하는 일선 학교들은 곤혹스러워한다.

조사에서 징계까지 교육 당국의 성비위 대응 매뉴얼 적용 과정에서는 일부 반작용도 감지됐다.

스쿨 미투에 연루된 일부 교사는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해명이나 항변할 기회가 부족했고 감사 결과에 적시된 내용의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징계 요구 수위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폈다.

재심 요청, 소청, 소송 등 이의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교단에서 이뤄지는 그릇된 행동을 엄벌하는데 이견은 없지만,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가혹한 처분을 낳는 것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불기소 처분으로 법률적 멍에를 벗은 교사들의 교단 배제 징계는 논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징계는 응당한 벌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일벌백계식으로 한 사람을 벌줘 다른 사람들까지 깨우치도록 한다면 가혹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여러 경우, 상황에 맞춰 적용할 수 있고 비위 수준에 맞는 제재가 이뤄지도록 기준을 세분화,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를 봤다는 학생이나 억울하다는 교사 모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상의 원인을 제도나 절차의 미비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비위 여부, 징계 수위 판단이 쉽지 않은 사안 등을 논의하는 분쟁 조정 기구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스쿨 미투 파문에는 그동안 학교를 곪게 한 교사들의 부족한 성 인지 감수성의 책임이 크다"며 "교단의 자성과 함께 교육 당국, 교사, 학교 구성원들이 나서 합리적인 절차, 기준을 논의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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