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제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구리시의 모 은행 창구에 남성 A씨가 찾아왔다. A씨는 돈을 인출해 달라고 했지만, 해당 계좌는 직전에 지급 정지된 상태였다. 같은 날 수백만원이 인출된 기록도 있었다.
수상하게 여긴 은행원이 묻자 A씨는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이용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A씨는 최근 한 대출업체에 돈을 빌리려 했다. 업체 측에서는 "대출을 위해서는 금융 거래 실적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며 "통장에 돈을 넣어줄 테니 현금으로 인출해 회사 직원에게 다시 돌려줘라"고 A씨를 속였다.
A씨는 업체가 시키는 대로 이날 돈을 인출에 1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이야기를 들은 은행원은 바로 112에 신고했고, 곧 A씨가 전달책과 다시 만날 계획이라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112 상황실에서 A씨와 통화 연결을 유지하며 인근 인창지구대에 상황을 전파했다. 사복 경찰관들이 A씨와 함께 은행 근처 약속 장소로 이동했고, 순찰차가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며 전달책 B(23)씨를 순식간에 검거했다.
조사 결과 A씨 통장에 들어간 돈도 대출을 빌미로 속은 제3의 피해자가 입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4일 "대출 빌미 보이스피싱은 단계를 세분화해 교묘하게 범행을 저지르는데, 피해자들이 여기에 속아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검거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B씨와 A씨 등 피해자들을 상대로 추가 범행 가담자들과 피해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