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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감이여"…뒤늦게 배운 한글로 쓴 '할머니 손맛'

입력 2019-08-28 21:27 수정 2019-08-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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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리는 레시피가 아니라 '감'이다" 충청도 시골 마을에 사는 51명의 할머니들이 꼽은 요리 비법입니다. 뒤늦게 배운 한글로 풀어낸 할머니들의 요리 수첩에는 요리 뿐 아니라 삶을 마주하는 지혜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고추튀각' - 김익한
"얼른 건져야 해. 안 그럼 금방 타유~ 그냥 하면 맛이 읎어. 설탕하고 소금하고 해서 뿌려야지."

손은 알고 있지만 글로는 평생 전할 수 없던 비법이 정성스레 눌러 쓴 글자 한 자 한 자에 담겼습니다.
  
가난해서,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서 배우지 못한 설움의 시간.

[김익환/충남 공주시 (81세) : 싸리문을 잠가요. 우리 아버지가. 학교 갔다고 지지배가.]

뒤늦게 시작한 한글 공부 덕에 누군가에게 그저 평범한 일상이 할머니들에게는 빛나는 즐거움이 됐습니다.

[김익환/충남 공주시 (81세) : 자다 일어나서도 써보고 읽어보고.]

[방정순/충남 청양군 (71세) : 애들이랑 수틀려지면 (휴대폰으로) 글자 적어서 말해줄 수 있고.]

함께 공부한 51명의 할머니가 식구들 먹인다며 밥상에 부지런히 올리던 요리 비법 하나씩을 내놓자 한 권의 요리수첩이 만들어졌습니다.

손으로 삐뚤빼뚤 적어나간 요리법은 인터넷에 나온 정교한 레시피보다 짧지만 쉽습니다. 

건강을 외치는 시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학 조미료를 적당히 써보라는데, 그 안에는 웃음이 양념처럼 배어있습니다.

[김익환/충남 공주시 (81세) : 젊어서부터 배운 그 감. 그대로도 해보고 바꾸기도 하고 바꾸면 더 맛있을 수 있고.]

한마디 한마디가 제대로 된 조리법, 분명한 맛에 길들여진 시대에 던지는 지혜같습니다.

인생도, 요리도 매 순간 완벽할 필요도, 정해진 비법을 따라 얽매일 필요도 없다고 전합니다.

(화면제공 : 창비교육·충청남도교육청 평생교육원)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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