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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한 달째 국회 앞에서…갈 곳 없는 '개들의 외침'

입력 2019-06-20 21:33 수정 2019-08-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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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달 째 국회 앞 도로에서 먹고 자는 개들이 있습니다. 개 농장에서 죽기 직전에 구조됐는데 보호소가 부족해서 갈 곳이 없습니다.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들은 10만 마리가 넘지만 보호소는 300곳이 안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뜬장 속에 들어가 살아보세요' 이런 현수막이 국회 앞 대로변에 걸려있습니다.

여기 이 사진이 경남 양산의 한 개농장에서 찍힌 사진인데요.

당시 이곳에 있던 64마리의 개들은 다행히 모두 구조가 됐지만, 아직 25마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해서 이곳 도로 한가운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안쪽으로 들어가서 한번 보겠습니다.

차들이 달리는 8차로 가운데 있는 교통섬에 천막이 늘어서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안쪽으로 들어와봤는데요.

이렇게 펜스가 쳐져있고 출입문에는 잠금장치가 설치돼있습니다.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련이 된 것인데요.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나무에 목줄이 묶인 개도 볼 수가 있고요, 수십 개의 견사가 쭉 마련이 돼있습니다.

동물 활동가들이 개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은 지난달 10일입니다.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 구출했지만 갈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는 유기견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설 보호소도 대부분 꽉 차 있는 상황.

남은 개들은 동물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번갈아 돌보고 있습니다.

[구현정/자원봉사자 : 단순히 애들 보고 싶다는 생각에 왔다가. 현실이 너무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봉사자가 너무 없었거든요. (이것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관두시게 된 거예요?) 그렇죠.]

오늘(20일) 밤새 비가 내릴 예정이어서 이렇게 임시로 파란색 방수 천막을 지금 설치해 놓은 상태인데요.

하지만 금세 이렇게 쏟아질 정도로 물이 고이고 있습니다.

천막 아래에는 개들이 비를 피해서 집 에 들어가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원래 밤 11시면 당직자랑 교대를 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는 만큼 봉사자들이 조금 더 늦은 시간까지 머문다고 합니다.

이 텐트가 바로 당직자들이 밤을 지새우는 텐트인데요.

안쪽에 보시면 간단한 담요랑 침낭이 마련돼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시선은 따갑습니다.

[안소영/자원봉사자 : 취객분들도 오셔가지고 막 이렇게 흔들고 가시고. 강아지 흉내를 낸다거나 여기가 시민이 사용하는 곳이니까 빼라 이렇게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구청에서도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영등포구청 : 상당히 많잖아요. 저희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동물 단체는 대책이 마련되거나 입양이 될 때까지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애니/동물 활동가 :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 자체가 기적인데. 구조가 되면 오히려 사는 게 아니라 갈 곳이 없는…]

길거리에 버려진 개들도 갈 곳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집니다.

[금방 들어왔는데 새끼들까지 버렸어. 이렇게 들어와요.]

이곳에 들어오는 유기 동물은 하루 평균 20마리에 달합니다.

[조경/광주동물보호소 대표 :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견종들은 어김없이 대중 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었던 견종들. 웰시코기가 지금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500여 마리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수용 기준인 350마리를 훌쩍 넘긴 것입니다.

보호소를 증축하고 옆 건물 마당까지 빌렸지만 늘어가는 유기견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호소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입니다.

그런데 한켠에는 펜스가 쳐져 있는데요.

견사가 부족하다 보니까 이렇게 사무실 자투리 공간까지 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버려지지만 보호센터는 전국에 300곳이 채 되지 않습니다.

식용으로 개를 기르거나 키우던 개를 버리는 행위 모두 엄연한 동물학대입니다.

간신히 학대에서 벗어난 개들이 지금은 이렇게 갈 곳이 없어서 또다른 위기에 처했는데요.

우리 정부나 지자체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 학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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