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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역 경제 살리는 '지역화폐'?…현금깡 '악용'

입력 2019-02-07 21:28 수정 2019-02-0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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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역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대표적이죠. 올해 발행될 지역화폐만 2조 원 규모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의왕사랑상품권'입니다.

지난달 경기 의왕시가 내놓은 이른바 지역화폐인데요.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사서, 이런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지역화폐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지자체 의지와 정부 지원이 맞물린 것입니다.

2006년부터 발행된 '성남사랑상품권'의 경우 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숙자/상인 : 1만원 내고 1000원, 2000원어치 사셔도 (거스름돈) 다 내 드려요. 현금하고 똑같이 쓰실 수 있는 거예요.]

농협중앙회의 성남시 지부입니다.

이곳을 비롯한 20여 개의 지점에서 상품권을 살 수 있습니다.

이쪽에 있는 구매 신청서를 작성해서 한켠에 마련된 전용 창구를 통하면 됩니다.

한 번에 구입 가능한 액수는 10만 원.

6%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9만4000원 서명해 주시면 되고요.]

지역화폐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상품권 뒤쪽에 보면 작은 글씨로 '현금과 교환할 수 없다'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과연 실제로는 어떨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업자는 10만 원짜리 지역 상품권을 8만 원에 사겠다고 말합니다. 

[A씨/상품권 업자 : (원래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라니까…) 안 되기는 뭐. 법적으로 하자 있어? 나도 공무원 것도 해주고…]

신분을 밝히고 취재 요청을 하자, 다른 업자를 소개합니다.

해당 업자는 대량으로 사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B씨/상품권 업자 : 농협에서 파는 게 지금 10% 할인이에요. 똑같이 제가 매입해드리는 거예요.]

이른바 '현금깡'이지만, 이를 단속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성남시청 관계자 : 법률적으로 모법이 없으니까 조례상으로 제한할 수가 없잖아요. 법적 제도가 마련된 다음에…]

상품권 현금화에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경남 거제시는 지난해 정부 지원을 받아 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했습니다.

법인 구매 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자, 대규모 현금깡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C씨/금융권 관계자 : 타 지역에 있는 법인들이 몇천만 원씩, 억 단위로 사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개인사업자를 통해서 다음 날 바로 깡을 하는 거죠.]

지역화폐 발행을 그만둔 곳도 있습니다.

인천 강화군의 한 전통시장입니다.

'강화사랑상품권 취급점'이라는 문구가 보이는데요.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만든 상품권이지만 지난해 발행이 중단됐습니다.

폐지 1년 전만 해도, 강화군은 지역화폐를 2년 반 동안 100억 넘게 팔았다고 홍보했습니다.

[상인 : 공무원들한테 너무 많이 강매를 했고, 월급의 몇 퍼센트가 이걸로 나갔으니까.]

대부분 공무원들에게 강제로 구입하게 해 거둔 실적이라는 것입니다.

[강화군청 관계자 : 행정기관에서 주도적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자발적으로 좀 해야 사실은 꾸준히 흘러가는데…]

결국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발행이 중단됐고, 손해만 10억 넘게 봤습니다.

지역화폐가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겹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영신/경기 의왕시 : '의왕사랑상품권이 또 필요한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온누리상품권은 전국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에 일부 지자체들은 체크카드나 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 발행도 준비중입니다.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자체는 지난해에만 66곳, 올해 도입 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120여 곳에 달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실제 수요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뛰어든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턴기자 : 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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