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하점연 할머니가 9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는데, 올해만 6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27분의 할머니들이 남았습니다. 평균 나이는 90이 넘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하점연 할머니가 항상 갖고 다니던 유모차에는 리모콘이 남아 있습니다.
마음 털어놓을 곳 없던 할머니에게는 텔레비전 방송이 유일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15살 때 일본 오사카에 있는 큰 언니집에 아이 돌봐주는 일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생활이 힘들어 울고 있다가 "한국에 데려다 주겠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배에 올랐습니다.
도착한 곳은 대만 팽호도의 위안소, 4년 동안 이 곳에서 위안부 피해를 입었고 구타도 당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동안 중국 하이난 섬과 홍콩, 인도네시아 등 다른 위안소도 떠돌아야 했습니다.
해방 이듬해 돌아온 하 할머니는 1993년 우리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수요 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나눔의 집에서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몇년 전 찾아온 치매 증상 때문에 가스불 끄는 것도 깜박했지만 과거의 기억은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했고, 가끔씩 일본 학자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날이면 할머니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피해자 할머니 240명 중 27분이 남았습니다.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도 90살이 넘은 가운데, 일본 정부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나눔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