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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중국-아프리카 채무함정론 실체는 '실리 외교'

입력 2018-09-09 12:22 수정 2018-09-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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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중국-아프리카 채무함정론 실체는 '실리 외교'


◇베이징의 아프리카 '풍경'

지난주 베이징의 키워드는 아프리카였습니다. 도심 곳곳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축하하는 화단과 깃발이 장식했습니다. 국가원수 40명 등 정상급 52명이 머무는 호텔마다 낮선 아프리카 국기가 걸렸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주권국가 54개국 중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를 제외한 전원이 모인 풍경입니다.

 
[취재설명서] 중국-아프리카 채무함정론 실체는 '실리 외교'

◇금전외교…채무함정외교

아프리카 수뇌부를 한 데 불러 모을 수 있었던 이유로 대부분 언론은 '금전외교'를 꼽았습니다. 3일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상원조, 무이자 및 우혜 차관 150억 달러, 신용대출 200억 달러 등 총 600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수교한 아프리카 저개발국 등에겐 올 연말 도래하는 미상환 채무면제도 선언했습니다."막대한 돈을 뿌리다"라는 중국어 "다싸비"로 불리는 '인민폐 외교'입니다. 

시 주석은 이미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지난 포럼에서도 철로·도로·공항·항만 등 10대 협력 계획에 600억 달러를 제공했습니다. 도합 1200억 달러 135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뿌려 아프리카 대륙의 환심을 사겠다는 겁니다. 

그러자 서구 언론이 '채무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란 용어로 중국을 공격했습니다. 

◇마오가 만든 3개 세계론 속 아프리카

중국의 아프리카 공들이기는 금전외교 이상의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중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중심의 1세계, 구 소련 중심의 2세계, 그 밖의 제3세계로 나눈 마오쩌둥의 '3개 세계론'에 입각해 아프리카 외교를 펼쳐왔습니다. 1971년 대만을 대신해 중국을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승인하는 유엔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 76개 중 26표가 아프리카 국가였습니다. 1991년부터 중국 외교부장은 새해 첫 순방을 아프리카로 시작했습니다. 28년째 굳어진 관행입니다.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 개발은행 총재는 지난주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의 친구"라며 중국 차관이 미국 등 구미 국가보다 조건이 좋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두 대륙의 사이는 돈독합니다.

◇아프리카도 중국 외교 좌우?

아프리카의 중국 외교도 흥미진진합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줄타기 외교입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 취임 직후였던 2016년 3월 아프리카의 인구 190만명 소국인 감비아가 중국과 수교했습니다. 감비아는 1968년 대만과 먼저 수교했지만 74년 단교 후 중국과 수교한 뒤, 95년 다시 대만과 복교합니다. 이후 대만이 무상원조와 채무탕감 요청을 받아주지 않자 2013년 다시 단교합니다. 인구 20만 명의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와 지난 5월 중국과 수교한 부르키나파소도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수교→단교→복교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챙겨온 나라입니다. 이들 국가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유엔총회에서 여느 강대국과 똑같이 1표를 행사합니다. 

 
[취재설명서] 중국-아프리카 채무함정론 실체는 '실리 외교'

◇결국은 실리외교

아프리카와 중국·대만 사이의 밀고 당기기를 '채무함정 외교'로 단순화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아프리카 외교를 긍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의 행동은 모두 부정적"이란 선입견을 조장하는 '채무함정' 논리로는 중국과 아프리카 외교의 전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외교는 철저히 국익을 앞세운 '실리전쟁'입니다. 지난달 노익장을 과시하는 93세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채무위기를 이유로 중국의 해양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NO"를 선언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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