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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부 떠나 듣고 싶은 뉴스만…유튜브에 갇힌 노인들

입력 2018-07-23 08:27 수정 2018-07-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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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노년층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보다 이런 곳에서 나온 뉴스가 더 믿음이 간다는 분들, 얘기인데요.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난무하는 곳입니다.

먼저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일 저녁, 강변북로를 달리는 택시 안입니다.

택시 기사가 라디오 대신 유튜브를 틀어놨습니다.

[유튜브 방송 : 뭐 알다시피 촛불혁명은 뭡니까. 문재인 등 종북 좌파 세력들이 일으켰던 체제 전복입니다. 체제전복.]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거침없이 쏟아내지만, 신뢰는 남다릅니다.

[택시 기사 : (방송 이름이 뭔가요?) 000이라고, 말그대로 까는 거죠. 근데 거짓말은 안 해요. 이 사람들이. 거짓말 하면 잡혀가거든요.]

노인종합복지관입니다.

대부분 70대 이상인 회원들 사이에 최근 대한항공 오너의 갑질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유튜브 방송 : 대한항공이 공격받는 진짜 이유를 보니…]

종북 세력이 미군 항공기를 정비해오던 대한항공을 중국에 팔아넘기기 위해 계획됐다는 것입니다.

[유튜브 방송 : 중국 공산당의 돈줄에 기생해 사는 종북좌파XX들 조심해라, 아마 대한항공 이대로 넘어갈 거 같은데…]

[김모 씨/73살 : 그렇죠. (신문 방송에서는) 이런 거는 숨겨요. 왜냐하면 이런 거를 팔아먹어야 되잖아? 자기네들이 지금.]

이들은 카카오톡으로 이런 '가짜뉴스'를 공유합니다.

재향군인회 회원인 63살 김모 씨가 활동하는 한 단체 카톡방입니다.

김씨의 하루는 새벽 6시 카톡 알림으로 시작됩니다.

지난 대선 당시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입니다.

아침 7시 반에는 기무사 개혁이 북한의 음모라는 등 오전에만 카톡을 통해 가짜뉴스 16개가 날아옵니다.

[김모 씨/재향군인회 회원 : (열댓 건씩? 아~그럼 계속 알람이 이렇게 오는 건가요? 오는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무음으로 해놓죠. (아 무음으로, 너무 많이 오니까?) 네.]

북한이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탓으로 여론을 선동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부터, 북한이 ICBM을 발사한다는 게시물 등 오후에도 가짜뉴스는 쉴새 없이 날아옵니다.

김 씨 자신은 물론, 주변에도 신문이나 방송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합니다.

[김모 씨/재향군인회 회원 : 나이 든 사람들(끼리) 얘기하면 야 나는 요즘 뉴스 아예 안 봐 그럼 뭐 보냐고 그러면 뭐.]

취재진은 이 단톡방을 직접 만든 64살 박 모 씨를 만나봤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계기였습니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듣고 싶은 얘기를 공유하며 단톡방 인기가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박모 씨/단톡방 개설자 : 자기가 생각하는 거 하고 같은 성향의 그 글이 올라오면 더 믿게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에서 생긴 결속력은 오프라인에도 이어집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서울역 광장, 참석자 대부분 60대 이상인 이른바 '태극기 집회'입니다.

취재진이 다가서자 곧바로 욕설이 터져나옵니다.

[야이 xxx들아, 너희들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됐어.]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고 경찰관이 취재진을 피신시킵니다.

[경찰 : 그만 가시죠. 그만 가세요.]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옛 서울역 고가도로입니다.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반발로 촬영이 쉽지 않아 이곳으로 올라왔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300명 가까운 참석자가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뉴스의 사실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 박근혜가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양 왜곡보도해서 그렇게 많이 했잖아요.]

(영상취재 : 김지웅 / 영상디자인 : 황선미 / 인턴기자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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