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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우산 비닐' 대신 양동이…빗물 털랬더니 쓰레기만

입력 2018-07-03 21:43 수정 2018-07-0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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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일) 밀착카메라는 비오는 서울 곳곳의 지하철역을 둘러봤습니다. 좀 달라진 풍경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역마다 제공됐던 '일회용 우산 비닐'이 이제는 없습니다. 환경보호를 위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또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세찬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일요일.

지하철역 출입구 계단과 통로가 빗물로 흥건합니다.

흘러내리는 빗물에 시민들의 발걸음도 조심스럽습니다.

출입구 통로에 놓인 파란색 양동이에는 빗물을 털어달라는 글씨가 붙어있지만, 통 안에는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청소 노동자 : 비닐이 없어지면서 빗물 털라고 한 거예요. 올 때 마다 치워야지요. 아침에 2번 치우고, 크게 우산 그려서 글씨 써놨어요 다시 붙이려고…]

관찰카메라로 지켜봤더니, 100명 넘는 시민이 오가는 동안 양동이에 우산 빗물을 터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습니다.

[지하철 이용객 : (우산 비닐 왜 여기에 버리셨어요?) 쓰레기통이 있길래요. 비닐 커버 버리는 통인 줄 알았는데…]

미끄럼 사고에 대비해 바빠진 건 지하철 청소 노동자들입니다.

[청소 노동자 : (몇 번이나 닦으세요?) 몇 번이라고 할 수가 없죠. 올 때마다 닦아야 되고 계속 비 올때는 밀어야 되는데.]

일회용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오염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5월부터 지하철역에서 일회용 우산 비닐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일회용 우산비닐 제공이 중단된 대신 지하철 역사에 등장한 것이 이 빗물제거기입니다.

우산을 기계에 넣고 좌우로 몇 번 흔들어주면 빗물이 모두 털어져나간다는 것인데요.

이 지하철 역사에는 출입구가 모두 12곳이 있지만,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2곳만 설치됐습니다.

빗물제거기를 설치한 곳은 광화문역과 시청역 등 전체 역사 300여 곳 중 6곳입니다.

하루 유동 인구만 40만 명에 이르는 한 지하철은 출구 관리 주체가 달라 빗물제거기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00역 관계자 : 저희는 지하 딱 여기만 관리하고 출구는 시설관리공단 분들이 3~6번 출구는 신분당선 쪽에서 관리하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려진 우산비닐을 다시 사용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지하철 이용객 : (비닐은 왜 가져가시는 거예요?) 이거 여기 끼우려고. 지하철 타면 옷이 젖잖아요. 물기가 많이 있으면 차라리 괜찮은데 살짝 있는 게 더 미끄러워요.]

일부 지하철역 출입구 앞에는 이렇게 카펫을 깔아놓기도 했습니다.

빗물을 흡수하기 위한 용도인데요.

이미 물을 한껏 머금고 있어서 이렇게 살짝 발로 밟아도 물이 흘러나올 정도고요.

카펫이 설치가 되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보행로인 점자블록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빗물제거기를 추가로 구입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서울시에서 지원되는 예산이나 그런 건 전혀 없대요. 빗물제거기 추가 설치는 당장 계획이 없고요.]

서울시 전체 지하철역에서 사용된 우산비닐은 연간 500만 장, 전국 공공기관의 사용량은 1억 장에 이릅니다.

특히 물에 젖은 우산비닐은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소각하거나 땅에 묻어 폐기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일회용 우산비닐을 없애는 움직임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일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지하철 이용객 : 환경 차원에서는 좋은 취지인 거 같은데 다른 대책이 건조기라든지 시설이 마련되어야 할 거 같아요.]

간편하게 사용하고 버렸던 일회용 우산비닐, 그 편리함이 사라진 현장은 당장 불편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변을 배려하고 미래사회를 위하는 시민의식, 이제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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