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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빗물 새고 악취 진동…장마철이 괴로운 쪽방촌

입력 2018-07-02 21:57 수정 2018-07-0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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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흘 동안 이어진 폭우로 곳곳에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만 오면 침수 뿐만 아니라 악취와 습기, 안전 사고로 특히 불안해 하는 곳이 있습니다.

수도권 쪽방촌 주민들을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휴일 아침부터 배수구 주변을 정리하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어제(1일) 서울 전역에 시간당 20mm 안팎의 비가 내린 가운데, 이곳은 오후까지 100mm가 넘게 쏟아졌습니다.

[물이 다른 데로 많이 나가게 되면 밑으로 못 빠지니까.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그러면 침수가 될 수 있지.]

슬레이트나 기왓장으로 된 지붕은 뜯어졌고, 벽은 갈라졌습니다.

빈 방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위쪽은 이미 축축하게 젖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공간은 어른 2명만 누우면 가득 찰 정도로 좁은데요.

그나마 이 방이 큰 방이고, 이 안쪽에는 훨씬 더 작은 방이 있습니다.

벽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천장은 뜯기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은 더 좋지 않은데요.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했는데 오래돼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래서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두꺼운 방수소재의 비닐을 사용했습니다.

[임순규/서울 노원구 중계동 : 집 무너질까 봐 걱정이지. 밤에 잘 때 방 가운데에 머리를 안 두고 문 앞으로 두잖아. 혹시 무너지면 빨리 뛰어나와야 하니까. 그렇게 살아요.]

+++

서울시가 관리 중인 종로구 돈의동의 한 쪽방촌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비좁은 골목에 흡연과 노상방뇨를 금지하는 경고가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축구장 절반만 한 공간에 다닥다닥 들어선 쪽방만 700여 개.

18년째 살고 있는 한 주민을 따라 가봤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한 명씩만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3층까지 이어집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방안이 꽉 찹니다.

장마철 주민들이 더 힘들어하는 건 악취와 습기입니다.

[박동기/서울 종로구 돈의동 :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까. 지팡이 짚고 다니는 사람들이 비가 많이 오니까. 냄새가, 악취가 엄청나고 막 소변도 이런 데다 봐서.]

+++

서울시에 있는 또 다른 쪽방촌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악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도 사용하지 않고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대부분입니다.

[바퀴벌레도 많고 그래요 여기.]

천정마다 복잡하게 엉킨 전기 배선 등 장마를 앞두고 안전 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층마다 주인이 달라 수리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 층마다 다 달라요. 좌측 우측이 주인이 다 따로따로 있어요. (빗물이) 샌다고 얘기하면 집주인이 해줘야 되는데. 그런 걸 안 해주고 그래요.]

+++

수도권에 있는 쪽방촌 주민들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500년 된 느티나무가 쓰러질 정도로 폭우와 강풍 피해가 컸던 수원의 한 쪽방촌의 경우, 일부 주민들이 임시 거처를 찾고 있습니다.

[장마 되면 떠나가요 사람들이 나간다고. 자꾸 떠나. 여기 환경이 이러니까.]

서울시 등 지자체는 쪽방촌 건물 대부분 개인 소유인 만큼 시예산을 들여 보수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아무래도 건물 자체가 노후화됐고 좋지 않으니까 일반 주민들보다는 (불편을) 더 심하게 느낀다고 봐야죠. 제습기나 환풍기를 사주거나 개선하는 방법으로.]

'시청 구청 공무원들도 이곳에 살아봐라!' 주민들이 지자체에 대책을 호소하며 내건 현수막입니다.

장마와 태풍이 지나가면 쪽방촌 주민들은 이번에는 또 폭염과 싸워야 합니다.

(인턴기자 : 이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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