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헤어진 남자친구가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 문자를 보내고, 공인인증서까지 도용한다면, 당사자에게는 공포 그 자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스토킹도 처벌이 잘 안 됩니다. 피해 사실을 본인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오피스텔 복도를 지나갑니다.
CCTV 속 남성은 지난해 5월 임모 씨와 헤어졌는데 그 후 매주 금요일마다 이 곳을 찾아왔습니다.
[경비 직원 : 한 20~30분 문틈 자꾸 쳐다보고 왔다갔다 한 건 봤어요.]
처음에는 집 앞에 편지를 놓거나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수준이었습니다.
[임모 씨/스토킹 피해자 : '응 나야, 네가 싫어하는 것 아는데 그렇게 됐네.' 소름 끼치고요.]
갈수록 심해져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 문자를 보내고, 임 씨의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봤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임모 씨/스토킹 피해자 : (경찰이) 금전적 손해나 물질적 손해가 없었기 때문에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담당 부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이 가해자는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여성긴급전화에 도움을 요청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성긴급전화 상담원 : 전화번호를 바꾼다거나 (저 세 번이나 바꿨어요) 죽이겠다고 그러거나 그런 문자가 아니어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스토킹 가해자에게 징역형까지 가능하게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금전적 손해, 상해 등이 발생하거나 피해자가 피해를 직접 입증하지 못하면 스토킹 사건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실정입니다.
[임모 씨/스토킹 피해자 : 칼 맞고 죽어야지 수사 해주는 건가요?]
여가부는 오늘(4일)도 후속 조치를 내놨지만 지난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런 현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