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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윤택 안마 거부하면 극단 내 '마녀사냥'…구조적 문제도"

입력 2018-02-19 21:45 수정 2018-02-20 00:00

피해자 분노 키운 '이윤택 회견'…또 다른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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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분노 키운 '이윤택 회견'…또 다른 폭로

■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손석희

[앵커] 

오늘(19일) 또 힘든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연출가 이윤택 씨에 대한 '연극계 미투'가 지금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데 이윤택 씨가 오늘 기자회견을 했지만 피해자들의 분노를 오히려 더 키운 분위기죠. 저희 뉴스룸 쪽으로도 제보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지금부터는 이 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분과 전화인터뷰를 잠깐 진행하겠습니다. 앞서 1부에서 전한 리포트에서도 일부 내용은 언급이 됐습니다. 인터뷰하시는 분의 의견에 따라서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음성도 약간 좀 변조를 하겠습니다. 나와계시죠? 
 

[제보자 :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앵커]

말씀드린 대로 음성은 조금 변조를 했습니다. 먼저, 이윤택씨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지금 굉장히 많이 나오고 계신 상황인데, 이윤택 씨가 뭐라고 얘기했냐면 발성연습처럼 교육 훈련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얘기…그러니까 '물리적 강제는 없었다'고 항변한 것입니다.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제보자 : 선생님이 말하는 '물리적 강요'라는 게 어떤 의미로 생각해서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장의 자기의 상황을 면피하기 위해서 지금 그 피해를 받고 힘들어하고, 정신적 피해 때문에 약까지 복용해야 하고 모든 삶들이 힘들어져 있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그런 식으로 자기 면피식으로 그렇게 넘어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고요. 그 물리적 강요라는 게 꼭 강압적으로 신체적으로 폭력적으로 행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렇게 자신의 어떤 그런 요구를 거부했을 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그다음에 그 여자 단원들을 폭언한다거나, 면박을 준다거나 그리고 협박을 한다거나 '연극 역할을 다 자르겠다'고 한다거나, 그렇게 하는 게 물리적 강요가 아닌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고요. 그리고 물리적 강요가 아니라면 정말 사랑해서 했는지 그 여자들이, 그러면 그 여자 단원들이 전부 이윤택 선생님을 사랑했는지 거기에 대해서도 좀 되묻고 싶은 정말 납득이 안 되는 저는 그런 입장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 질문을 드리기가 주저스러운 부분들이 솔직하게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상황이라는 것이 글쎄요. 이거를 다 그대로 얘기하기에는 너무 좀 상황이 심각한 경우가 많아서…그래서 지금 제가 질문을 드리려고 하면서도 자꾸 주저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그럼 방금…여보세요?

[제보자 : 네.]

[앵커]

지금 말씀하신 내용 중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실례로 그런 사례들이 많이 있었습니까?

[제보자 : 네. 안마를 거부하면 소위 말하는 극단 안의 '캐스팅룰'이라는 게 이루어져요. 그래서 전체 단원들 다 모아서 그 한 명을 두고 거의 마녀사냥하듯이 거부한 여자 단원에 대한 안 좋은 점을 막 이야기하면서, 다시 캐스팅보드에 작품명과 역할명을 적으면서 그 전에 캐스팅되어 있었던 역할들을 다 배제시키는 작업이 진행이 되는 거죠.]

[앵커]

그런데 말이죠. 지금 저희가 인터뷰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비단 이윤택 씨만의 문제만 놓고 얘기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들도 있기 때문에…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연극계 내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냐 하는 문제죠. 그런데 지금 말씀 들어보면, 매우 구조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제가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윤택 씨가 오늘 이 문제를 얘기할 때 '관습'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시 말하면 연극계 내 이런 것들이 단지 이윤택 씨 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예 구조적으로 또 그 말 그대로 빌려서 '관습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까?

[제보자 : 좀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연극계라는 게 너무나도 그 바닥이 좁고 그리고 그 인맥들이 다들 연결돼 있다보니까 이렇게 갓 입문한 배우들 같은 경우는 소위 말해서 '찍힌다'라고 표현을 하며 '다른 곳에 가서 다시는 연극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그걸 약점으로 삼아서 '네가 나를 거부하거나 이 말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내 말을 잘 따르지 않으면 네가 다른 곳에 가서 연극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도 있다'라는 어떤 그런 무언의 협박, 그런 것들이 그런 관습을 만들어내는 그런 힘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앵커]

이미 다른 유명 연출에 대한 얘기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것이 정말 만연한 문제냐'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만연'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너무 과합니까?

[제보자 :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많은 분들이 정말 많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조심스럽게…]

[앵커]

혹시 직접 목격을 하셨다든가 아니면 그러한 피해 사례를 들으셨다든가 하는 것이 많이 있는 모양이죠?

[제보자 : 네, 제가 극단 내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고, 그런 성폭행 때문에 임신을 해서 힘들어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그것 때문에 낙태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것이 다 알려지는 게 '더 선생님에게 누가 되는 것'이고 '네가 잘못한 일이고' 그래서 여자 선배들은 더 여자 후배들을 질책하고 비난하고 그런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

이윤택 씨 개인에 대한 문제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오늘 제기된 또 다른 문제는 그것을 '조직적으로 가려왔다'라든가 아니면 '동조했다라'든가, 최소한 '모르는 척했다'라든가 하는 문제…혹은 심지어는 '조력했다'라든가. 그러니까 '그러한 성폭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얘기도 맞습니까?

[제보자 : 저는 SNS에 모두 이윤택 선생님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거의 대부분 올라오는데 저는 오히려 여자 선배님들과 남자 선배님들 때문에 더 큰 2차적인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이윤택 선생님이 안마를 원하는 데 들어가라'라고 얘기하는 것도 여자 선배님이었고, 그리고 아까 기자회견에 김소희 대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라고 얘기했지만 '그걸 모르고 있었고, 그거를 오히려 막았다'라고 얘기를 했지만 제가 있었던 2000년 중반부터 2010년까지 그 시기에는 대표는 아니었지만 기수가 높은 선배였고 그 안마를 '조력자'처럼 시키고 후배들을 '초이스'하고 그런 역할을 했었고, 저에게 '과일을 들고 선생님 방으로 가서 안마를 하라'고 했을 때 제가 거부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 과일을 들고 있던 그 쟁반으로 제 가슴팍을 밀면서, 치면서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이냐. 너 하나 희생하면 다 편해지는데 왜 너만 생각하냐. 빨리 들어가라'고 더 종용하고 그래서 그러고 나서 그게 더 저에게는 더 큰 상처로 남았고 아직까지도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성추행이나 그러한 행위를 당한 것보다 그 옆에서 더 그것을 부추기고 종용하고, 그리고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위로하지 않고, '너는 그까짓 일로 그러니 너는 사회 나가면 여자가 더 힘든 일도 겪는데 그걸 가지고 이렇게 문제를 만들어서 너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계속 저에게 더 면박을 주는 그 여자 선배님들이 더 원망스러웠던 적이 더 많았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명백한 권력관계에 의한 구조적 문제라고 쉽게 판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 다시 말하면 연극계 내부적으로 풀 수 있는 걸까요? 지금 마지막 질문인데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제보자 : 저는 다른 연극계는 잘 모르겠지만, '연희단거리패'가 좀 특이한 경우, 좀 더 아주 심한 경우라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에 대해서…저 또한 '피해자면서 가해자'라는 죄책감이 있거든요, 알면서 모른 척했던, 그리고 내가 무서워서 내가 숨었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런 피해를 받았을 때 제가 숨을 수밖에 없었던, 저도 겁이 났었던 그런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고 서로서로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운동을 당장은 쉽게 되지 않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해 나간다면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이런 한 극단의 문제로써만, 일단은 거기가 좀 더 심했다라고 말씀하셨는데…동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사실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더 많으실 텐데…이렇게 '연극계' 해서 뭉뚱그려서 얘기해버리면 그 안에서 선의의 피해자도 많이 발생하는 법이니까요. 옳게 행동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으시라고 믿고 다만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봐야 되지 않나 싶어서 오늘 연결을 했습니다. 목소리 변조를 해서 혹시 중간에 들으신 분들은 남성 목소리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분은 여성입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좀 변조했습니다. 어려운 인터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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