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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현백 장관님, 동료 교수의 성폭력 피해 호소에 무엇을 했나요?

입력 2018-02-09 10:45 수정 2018-02-09 11:54

뉴스의 숨은 뒷얘기! JTBC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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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숨은 뒷얘기! JTBC 취재수첩

[취재수첩] 정현백 장관님, 동료 교수의 성폭력 피해 호소에 무엇을 했나요?

JTBC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폭력 실태를 연속 보도를 통해 고발하고 있습니다. 서지현 검사가 용기를 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과 나눈 뒤,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매체가 문제 의식을 갖고 이 사안에 대한 보도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모습도 바람직해 보입니다.

좀 처럼 바뀔 것 같지 않던 한국 사회에 모처럼 찾아온 '미투' 운동. 우리는 소중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꾸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해 나가야 할 바로 이 시점에 한 분이 걸립니다. 바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입니다.

정 장관이 성균관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성폭력에 시달리던 동료 여교수가 상담을 위해 당시 교수였던 정 장관을 찾아갔던 날입니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는 일년 전인 2014년 소속 대학원 원장 이00교수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남 전 교수는 비정규직 대우전임교수였고 원장이었던 이 교수와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갑을관계였던 겁니다. MT자리에서 참을 수 없는 추행과 희롱이 이어졌다고 남 전 교수는 말합니다. 당시 학교에선 진상 조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학교와 동료 교수들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참아라'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남 전 교수는 학교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입니다. 학내 비리를 고발하고 교직원 인권을 보호하는 민간 단체입니다. 민교협 본부에선 당시 성균관대 지부의 여성 회원이었던 정 장관(당시 사학과 교수)을 추천했습니다. 민교협에 따르면 정 장관은 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약 20여년 동안 성균관대의 유일한 여성 회원이었습니다.   

남 전 교수는 2015년 5월 6일 정 장관과 민교협 성균관대 지부장이었던 통계학과 홍00 교수를 만나 학교의 부당한 처사를 호소했습니다. 남성이었던 홍 교수는 듣고 남 전 교수와 정 장관이 주로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 전 교수는 상담 과정에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도와달라'며 찾아갔는데, 정 장관은 '덮자'는 쪽으로 얘기했다는 겁니다. 당시 정 장관은 문제가 커지는 걸 꺼려했다고 남 전 교수는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여성가족부 대변인을 통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런데 정 장관은 '왜 학교측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었던 홍 교수는 정 장관이 '외부 여성 단체를 알아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지만 남전 교수는 그런 말 조차 듣지 못했다고 맞섭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명확한 사실은 남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동료 여교수를 한시간 동안 면담했던 정 장관이 학교에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성가족부는 지난주 '학교 징계위가 열리고 있어 따로 항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정 장관의 해명을 JTBC에 알려 왔습니다.  학교에 의한 2차 피해(회유, 압박)를 호소하러 갔는데 다시 '학교 절차를 따르라'고 한 겁니다. 여가부는 반 나절 만에 '위의 해명은 없었던 걸로 해 달라'고 번복했습니다.

결국 좌절한 남 전 교수는 민교협 본부에 강력히 항의했고 본부에선 남 전 교수에게 사과한 뒤 직접 성균관대 총장에게 '철저한 조사를 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민교협 관계자는 "당시 남정숙 교수가 매우 화가 났었고 본부 차원의 유감을 표시했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그후 학교 징계위원회는 남 전 교수에 대한 이 교수의 성추행, 성희롱을 모두 인정해 이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징계위원회는 동시에 남 전 교수가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면서 학교에 보고했습니다. 6개월 뒤 학교는 남 전 교수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정 장관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 장관은 '동료 남성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메시지를 대변인실을 통해서 줬을 뿐입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판 미투 운동이 막 불붙어 오른 이 순간, 여성 인권을 총 책임져야 할 분의 그것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 장관의 진솔하고 상세한 해명을 듣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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