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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단 전체 매도해선 안되지만 방관자는 아니었나 반성해야"

입력 2018-02-07 21:01 수정 2018-02-08 00:54

상처를 말할 자유…문화계 '미투 운동' 탁수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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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말할 자유…문화계 '미투 운동' 탁수정씨


■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손석희

[앵커]
 
이렇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맞고소가 피해자들이 말할 자유를 막고 위축시킨다, 이런 얘기죠. 이런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서 나선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중에 한 분을 저희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2016년 문화예술계 미투운동에 앞장섰고 그 뒤로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탁수정 씨인데요. 제가 며칠 전에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해 드렸던 < 참고문헌 없음 > 이라는 책을 함께 펴낸 분이기도 합니다.
☞ [앵커브리핑] 피해자 고통의 기록서…'참고문헌 없음' (http://bit.ly/2nxY5EA)

탁수정 씨,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안녕하세요.]

[앵커]

이런 일로 이렇게 저희들하고 늘 이렇게 만나러 나오신 분들께는 우선 좀 감사한 말씀을 더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어제 최영미 시인이 이 자리에 나와서 사실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는데. 그 이후에 문단 내의 반응들을 좀 보니까 물론 대부분의 분들이 최영미 씨의 그런 뭐랄까요, 고발일까요. 거기에 대해서 많이 힘을 실어주고 계셨지만 일부 분들은 굉장히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또 계셔서 좀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이게 그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일단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지금까지 많은 젊은 친구들이 자기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이야기를 했지만 원로분들이나 자리를 잡으신 분들 중에는 자기가 당한 일에 대해서 폭로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바로 지금 최영미 시인님에게 가해지는 어떤 보복이나 그런 것들, 그게 두렵기 때문에 이제까지 원로분들이나 그런 자리를 잡으신 분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셨던 거죠, 그렇게 될 걸 아시니까.]

[앵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금방 와닿았습니다. 출판사 마케터로 일을 하셨었죠, 탁수정 씨께서는. 그런데 문화예술계 성폭력 폭로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랄까, 배경이랄까 어떻게 설명을 하실까요?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저는 한 5년 정도 전쯤에 출판계 내 성폭력 피해자였고 또 폭로자였어요. 그래서 이미 예전에 지금 문단 내 성폭력이나 다른 해시태그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했던 것을 이미 4~5년 전에 한 번 한 적이 있어서요. 기자회견이나 시위라든가 그런 것들, 제 경험이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법에 도움을 받아야 되는지 그런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친구들에게 길을 제시하면서 같이 싸워야겠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함께하게 됐습니다.]

[앵커]

어제 최영미 시인의 얘기의 핵심은 결국은 그렇게 했을 때 거절했을 경우에 일종의 보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 어찌 보면 권력구조의 문제기도 하겠죠. 탁수정 씨가 제기하는 것도 같은 문제인가요?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그렇죠.]

[앵커]

조금 더 예를 들어서 사례를 들어서 풀어주신다면요?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실제로 시인들, 어른 분들이 하시는 말 중에 시인 하나 묻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앵커]

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시인 하나 묻는 거 일도 아니다. 또 어떤 아이는 그런 찍힌 이후에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도 안 되더라, 이런 말들을 실제로 공공연히 하고 다녀요.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거나. 아니면 또 그런 이야기도 하죠. 술자리에 얼굴 몇 번 비추고 예쁨 받는 애가 한 번이라도 청탁 더 받고 기억에도 남고 그러는 게 당연한 게 아니겠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어른분들도 많고 그게 아무런 저지를 받지 않고 그렇구나, 이렇게 용인되는 분위기니까 할 말 다 했죠.]

[앵커]

문단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라는 그런 비판의 목소리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나왔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러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너무 당연한 얘기죠. 문단에 있는 시인들이 전부 다 성폭력범일 수는 없잖아요.]

[앵커]

그렇죠.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너무 당연한 이야기고. 그런데 어디를 가나 그런 사람들이 꼭 있는 것 같아요. 다 그렇지 않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그런데 이렇게까지 상황이 커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죠. 너무나 일들이, 그 일들이 많았고 그것들에 대해서 참았던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말을 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내가 혹시 방관자는 아니었나,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은 아니었나, 그런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게 훨씬 더 본인들에게 생산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마지막 말씀이 굉장히 날카롭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릴 때 맞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그렇죠.]

[앵커]

그런데 이거는 피해자가 그것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고.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그렇죠.]


[앵커]

그런데 그런 경우가 많습니까, 맞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네, 많습니다. 꼭 문단 내가 아니어도 성폭력 같은 경우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압박하는 용도로 이 명예훼손이 유죄가 되든 무죄가 되든 이 무고가 유죄가 되든 무죄가 되든 일단 걸고 피해자를 압박해서 더 이상의 발언을 할 수 없게 하거나 위축되게 하거나 그런 데에 뭔가 기술처럼 쓰이고 있어요. 그리고 문단 내에서도 실제로 그런 보복성 고소를 당한, 그러니까 맞고소라는 표현보다 보복성 고소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왜냐하면…]

[앵커]

하기는 맞고소라는 건 이쪽에서 고소하고 그쪽에서 고소를 해서 맞고소인데 그렇게 해 볼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쪽에서 먼저 고소해 버리는.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네. 그런 경우도 있고 또 자기가 피해를 당했을 때 징역이나 그런 것들이 좀 올 것 같다, 그러면 더 이상 이 사람이 뭔가 활발하게 더 뭔가를 못하게끔 나도 얘를 겁 줘야지, 너도 검찰조사 한 번 더 받아봐라, 이런 식으로 뭔가 골탕을 먹이거나 이렇게 무서워하게끔 만드는. 그런 용도로 많이 이용이 되고 있어요.]

[앵커]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셨다고 제가 소개를 해 드렸고. 어제 최영미 시인은 출판사의 문제, 동시에 언론계의 문단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동조하는 경우가 있었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그렇죠. 저도 약간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 하기는 좀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최근에 그런 보도들을 보면서도 피해자 찾기 그리고 폭로하는 사람 찾기. 이런 것들에 몰두하고 피해자를 소비하고자 하는 언론들의 모습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피해자들은 그 이후의 삶이 있거든요. 그 이후에도 경제생활을 하고 밥 먹고 잘 자야 하는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지나가면 그때 그만이거든요. 그러니까 가해자들 같은 경우에도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뭔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도 좀 언론이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고. 피해자에 대한 관심보다 그걸 좀 더 줄이고 그건 관심과 지지로써, 응원으로서 해 주시고.]

[앵커]

알겠습니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가해자들의 행보나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더 포커스를 맞춰주셨으면.]

[앵커]

제가 드린 질문은 과도한 언론의 관심, 보도되는 관심보다도 최영미 시인의 얘기는 같은 공범자일 경우가 많다라는 언론의 문단 취재기자들이 그런 경우가 있다라고 굉장히 좀 저로서는 충격적인 그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혹시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셨으니까 그 내용을 하시는가 해서 질문을 드렸는데. 모르시는 사안이라면 물론 답변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아니요. 제가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뭔가 이런 걸 나서는 분들이 어려워하다 보니까 어떤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제가 거절을 할 수 없고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나도 사실은 피해자인데 이렇게 말해 주시는 분을 인터뷰하고 싶다. 나는 그때 나서지 못했지만 이걸 열심히 인터뷰해서 내보내는 거로 나는 내 피해에 대해서 이렇게 어떤 마음의 보상을 받고 싶다, 이런 표현을 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이 계셨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탁수정/문화예술계 '미투' 활동가 : 고맙습니다.]

[앵커]

탁수정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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