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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입력 2018-01-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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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프로야구 중계권 사업은 10년 넘게 대행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업체의 독점 체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KBO의 행정이 상식을 벗어났다고 비난을 받는 이유다. 논란을 방관했다.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케이블 위성TV와 포털사이트를 제외한 뉴미디어 판매 대행 권한은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다. 방송 중계권은 2019년, 뉴미디어 권리는 2018년까지다. 에이클라가 KBO와 처음으로 업무 협약을 한 시점은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더스포츠앤드컬쳐'이라는 업체명이었다. 2004년 10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작은 회사였다. 당시 업계에 몸 담았던 A 관계자는 "대행사 업무를 맡기에는 작은 규모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프로야구는 한 시즌 평균 관중이 200만명 중~후반에 불과할 만큼 인기 하락세였다. 그때 에이클라가 선뜻 나서 KBO 홈페이지 운영·인터넷과 모바일 문자 중계 서비스를 했고, 2006년부터는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해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선보였다. 2008년부턴 본격적으로 중계권 대행사로 나섰다. <그래픽 참조>

[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이해할 수 없는 '옥상옥 구조'

KBO의 행보엔 여러 의구심이 생긴다. 마케팅 업무를 대행하는 자회사(KBOP)가 존재함에도 굳이 에이전시와 계약해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상파 방송국과의 협상에 부담을 갖던 KBOP가 중계 업무를 해줄 업체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했지만 명분이 모호했다.

좀 더 내막을 들여다 보자. 2000년대 중반 당시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따낸 모 회사가 KBL 중계권리 마저 따냈다. 이에 지상파 3사로선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회사가 '콘텐트 주인'인 협회와 리그 연맹 등에 당시로선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해 대행 권리를 따낼 경우 중계권료가 올라갈 것은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를 견제하기 위해 지상파 3사와 스포츠채널 3사가 택한 에이전시는 에이클라 였다. 이 과정서 KBO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음도 여러 취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일단 무엇보다 업체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게 당시 중론이다. 방송 관계자 A는 "프로야구의 중계권 대행사 업무를 맡기에는 회사 규모 자체가 작았다. 자금 조달을 해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돌아봤다. 생소한 업체의 출연과 입지 구축은 이후에도 뒷말을 낳았다. 당시 커미셔너였던 고 신상우 총재의 배경을 등에 엎고, 신 총재의 인척이 에이클라를 밀어준 것으로 업계에선 수 년 넘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방송 관계자 B는 "애초에 에이클라는 처음엔 지상파 3사가 끌어들였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조금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자세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당시 신상우 총재 아들 이야기도 나오고 하는데 이 역시 확인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에이클라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바닥을 쳤던 시점에 KBO에 손을 내밀었다. 가치가 떨어졌을 때 유대 관계를 구축했고 무시할 수 없는 동반자로 성장했다. 이 시점까지는 의리와 도리, 즉 업계 관행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다른 스포츠 마케팅 업체가 IPTV 판매 대행 업무를 나눠서 행사하기도 했다.


[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입찰 없는 대행사 선정...커지는 의혹

그러나 특혜 의혹은 이후에도 없어지지 않았다. 에이클라는 이후 두 번이나 더 중계권 대행사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지상파 3사가 컨소시엄을 구축해 KBO와 중계권 협상을 했다.

에이클라는 이 컨소시엄의 대행사로 나섰다. 당시 수장 유영구 총재는 대행사 공개 입찰을 꾀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모 관계자는 "당시엔 금액보다 중요한 게 방송 횟수 였다. 지상파 3사가 거꾸로 KBO를 압박하며 모 사에 중계권 대행을 줄 경우 중계를 보이코트 하겠다는 이야기를 암암리에 하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시계를 더 돌려보자. 2011년 프로야구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을까.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성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등 야구 콘텐트가 상종가를 치던 시기의 여파가 지속됐다. 방송 노출을 변수로 방송사와 힘겨루기를 했다면 주도권을 쥔 쪽은 오히려 KBO다. 결국 에이클라는 방송3사를 등에 업고 중계 대행 권리를 따내게 됐다. 일간스포츠의 취재 결과 당시 탈락한 경쟁사의 입찰 금액은 무려 100억원이나 더 높았다고 한다. 일반 회사 였다면 KBO의 결정은 배임에 가깝다. 프로야구 회원사인 8개 구단에 이 결정 과정 또한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도 KBO의 입김, 또는 방임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투명하지 않았고. 공개 입찰도 없었다. 제안서를 받긴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였다는 평가다. 에이클라와 체결한 계약 형태와 내용에 대해 명확한 공시도 없었다. '밀실 행정'이라는 의혹이 생기는 게 당연했다. 방송 관계자 B는 "(당시엔) KBO가 반드시 공개 입찰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큰 규모의 계약이고 논란 여지도 있었기 때문에 경쟁 입찰을 하는 게 상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개 입찰은 콘텐트를 쥐고 있는 갑(甲), KBO에 유리하다. 이미 프로 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중계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입찰 업체가 많으면 당연히 금액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흐지부지하게 진행됐다. 의구심을 돋운 건 경쟁사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도 선정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찰이 끝나고 난 뒤 사후 취재를 해보면 역시나 하고 혀를 차게 됐다. 틀림없다"고 입을 모은다. 과정도 의구심이 생긴다. KBO는 입찰 금액을 팩스로 받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봉투에 넣어 제출해 입찰 선정 당일에 개봉한다. 이 관계자는 "밀봉되지 않은 채 팩스머신으로 들어오는 입찰 제안서 내용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보장이 있는가. 내부 관계자가 입찰 금액을 유출해 경쟁사에 통보하면 게임 끝 아닌가"라고 말했다.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가장 최근 계약이던 2015년에도 에이클라는 지상파 컨소시엄의 대행사를 맡았다. 2019년까지다. 이때도 우선 협상 대상 업체였다. 자동문을 통과했다. 업계 관계자 C는 "KBO가 수의 계약 업체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은 셈이다"라고 토로했다.

[단독] 중계권 파행①-중계권 대행사 어쩌다 십년 넘게 한 곳이


지나친 권리 집중...스포츠계 '공룡 기업' 발돋움

현재 중계권을 둘러싼 최대 화두는 뉴미디어 권리다. 방송사와 구단 모두 볼멘소리를 한다. 수익은 물론 새로운 모델 창출까지 가능한 사업을 에이클라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계약은 2014년에 체결됐다. 기간은 5년이다. 이전에도 방송 중계권 계약 1년 전에 체결했다. 업계에선 2012년부터 '방송과 뉴미디어 권한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을 때 논의는 했다. 하지만 KBO는 이때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넘어갔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BO의 종무식이 끝나고 업무가 잠시 중단된 12월 말에 에이클라와 뉴미디어 권리를 계약한 것으로 안다. 아예 들러리도 설 기회도 없었다"고 했다.

에이클라는 매 분기 중계권 계약을 할때마다 스포츠 케이블사들과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중계권료를 높여야 하는 에이클라가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는 게 방송사 입장. 수익 증대를 노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기업 논리다. 문제는 따로 있다. 오래 전부터 공정 경쟁을 배제 한 채 한 곳과 관계를 이어온 KBO의 선택이다. 그것도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이다.

스포츠취재팀(김성원·배영은·배중현·이형석·김희선·안희수·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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