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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 한 분 떠나가지만…피해자들의 기억, 기록할 이유

입력 2017-12-27 21:51 수정 2017-12-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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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는 오늘(27일)도 열렸습니다. 1315번째 수요일이었습니다. 오늘은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 2015 한일 합의는 폐기돼야 마땅하다는 게 드러났고요. 기다림에 대한 답을 한국 정부가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가 결단을 내려도 일본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피해자들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일본 정부가 버티는 사이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기억할 겁니다.

남아 계신 할머니 서른두 분 가운데 열두 분을 채승기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일본 군인에게 배운 노래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끔찍한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수 (89세)/대구 : 넌 죽은 것처럼 눈 뜨지 말아라… 담요 사이로 보니까 막 군인들이 언니한테 달려들어요.]

몸에 남은 상처가 마음을 더욱 들쑤시고,

[이 모 할머니 (89세)/대구 : 불로 지진 데는 이거 봐 얼마나 오래됐어. 불에 지지고…허리 등때기…]

끝내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 모 할머니 (89세)/대구 : (도망치던) 우리 셋을 끈을 갖고 와서 허리를 다 엮어가지고…내가 굴비 엮은 것만 보면 그 생각이 막 나요.]

강렬한 분노만 남은 채 기억은 점점 흐려집니다.

[김복득 (100세)/경남 통영 : 아이고 나쁜 놈들 (할머니 그런 생각 하지 마) 너무 참말로…(그래도 할머니 안 좋았던 거 생각하지 맙시다)]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버거워진 지 오래입니다.

[안점순 (89세)/경기 수원 : 내가 일본 갈 때만 해도 벌써 언제고… 아이고 그때만 해도 눈물이 나서 말을 잘 못 했지. 이제는 눈물도 다 말랐어.]

[길원옥 (90세)/서울 : 조금 괜찮아서 나가려면 아프니까 또 못 나가고. 수요집회는 영락없이 웬만큼 아파서는 나가야 하는데, 우리들 때문에 그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

쓸쓸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곁에 있던 사람도 하나둘 떠납니다.
 
[박필근 (90세)/경북 포항 : (오늘은 뭐하다 오셨어요) 화투 쳤습니다. 밤도 길고 밤에 또 배도 고프고 그러니까 화투를…오늘도 화투 치다 왔네, 심심해서 혼자…]

이제 남은 생존자는 서른두 분, 언제쯤 진정한 사과를 받을지 기약은 없습니다.

[박필근 (90세)/경북 포항 : 그 언제 그 (사과) 하는 겨 일본 놈들이…언제 (글쎄 나도 그게 걱정이야) 몇백 년, 몇백 년…]

[앵커]

할머니들의 말씀과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은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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