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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배제기 "이름 뜻 '임금의 터"…임금은 못될 팔자"

입력 2017-07-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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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배제기 "이름 뜻 '임금의 터"…임금은 못될 팔자"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새로운 얼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동주'가 그랬고 '박열'이 그렇다. 여주인공조차 낯선 인물을 파격 발탁한 만큼 주변 인물들 역시 익숙한 듯 신선하다.

좋은 영화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가치가 빛난다. 6년 전 영화계를 들썩였던 '파수꾼(윤성현 감독)'의 주역들은 이준익 감독의 부름 아래 또 한 번 날개를 펼쳤다. 배제기(32)도'파수꾼'의 수혜를 다시 입은 1인이다.

생애 첫 오디션을 단번에 합격하면서 얻은 기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기를 하지 않았으면 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배우다. 주·조연, 분량은 상관없다.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그저 행복하다.

풍기는 이미지는 거칠지만 싱긋 미소짓는 웃음이 해맑다. 허세가 아닌 진중함으로 똘똘 뭉쳤다. 뭘 맡겨도 잘 해낼 것 같은 믿음직스러움이 돋보인다. '박열'에 이어 '군함도'까지. 배제기의 여름은 이미 뜨겁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③] 배제기 "이름 뜻 '임금의 터"…임금은 못될 팔자"

- 연기는 왜 시작했나.
"우연히 영화 한 편을 봤는데 주연부터 단역까지 굉장히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 '나도 연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들 들었다. 포털사이트에 '영화배우 되는 법'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오디션 공고를 열심히 찾았다."

- 그렇게 만난 영화가 '파수꾼'이었나.
"첫 오디션이었다. 바로 합격했다.(웃음) 사실 '파수꾼'이 연기를 지속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작품이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해보고, 영화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연기를 하게 된 것 아닌가. 첫 작품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 첫 오디션에 합격이면 타고난 것 아닌가?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당시 감독님께서 '정말 잘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오디션장에 가서 대본을 읽었는데 그 날 바로 합격했고, 이후 내 캐릭터 오디션은 다 취소됐다.(웃음) 일찍 캐스팅 돼 촬영까지 2개월을 기다렸다.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긴 하다.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일이다. 하하."

- 그 후에도 오디션을 많이 봤을 것 같지는 않는데.
"맞다.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다. 근데 보면 볼 수록 조금씩 여유는 생기는 것 같다. 떨어져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인터뷰③] 배제기 "이름 뜻 '임금의 터"…임금은 못될 팔자"
-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어마어마하게 반대했다. 특히 부모님이 정말 많이 반대했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하셨다는데 반대는 많이 하셨다.(웃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응원해 주신다. '파수꾼' 개봉 후에 마음이 조금 열린 것 같고, MBC 일일드라마에 출연하고 나서 친척 분들의 전화가 쏟아지니까 그 때 부터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다음 작품 뭐 할거냐. 언제 할거냐'고 물어 보신다. 파급력이 크더라."

- 특별히 흥미로운 장르가 있다면.
"다 좋다. 드라마 영화 상관없다. 매체를 가리고 연기하는건 연기자로서, 또 아직 내 단계에서는 더 더욱 올바르지 못한 것 같다. 요즘은 영화처럼 밀도있게 찍는 드라마도 많고, 드라마처럼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화도 많다. 때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진정성 있게 연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언제나 똑같다. 연기 자체를 차별화 해 생각한 적은 없다."

- 캐릭터도 마찬가지인가.
"다 해보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지 않은 배역은 하나도 없다. 분량은 상관없다. '이걸 하고 싶다. 이걸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직은 없다. 여러 번 말하게 되는데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 뿐이다."

-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나.
"별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다. '나도 저 캐릭터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는 것은 나 역시 2차 소비자로서 나와있는 영화를 감상하고 느끼는 것이니까 이미 연기한 그 배우보다 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당장 내 앞에 떨어진 것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주연이라고 하면 극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내 이름 '제기'의 뜻 자체가 '임금의 터'다. 이미 임금은 못 될 팔자다. 하하. 만년 조연이어도 연기만 계속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지금도 행복하고."
[인터뷰③] 배제기 "이름 뜻 '임금의 터"…임금은 못될 팔자"
- 연기가 아니었으면 과연 뭘 했을까 싶을 정도다. 돌고 돌아 결국 연기를 했을 것 같다.
"다행이다. 하하. 연기를 안 했다면 계속 꿈을 찾고 있지 않았을까. 방황하는 시기가 길었을 수도 있고. 무언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건 연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평소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들 만나 영화도 보고. 조만간 클라이밍도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애주가라 술을 자주 마신다.(웃음) 혼술은 도전해 봤는데 영 별로라. 좋은 습관은 아닌 것 같다. 술을 안 마셔도 생각이 많은데 혼자 마시면….(웃음)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서 술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마시고 싶다. 마시는 호흡 안에서 새로운 안주들이 끊임없이 나오니까 좋다."

- 사모임은 따로 없나.
"연기 스터디를 계획 중이다. '박열'에 함께 출연한 김준한 배우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같이 영화도 보고, 연기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조만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 배우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연출과 상대 배우의 암묵적 동의가 있다면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가장 장로운 존재다. 무언가 가릴 필요가 없다. 시켜만 주시면 뭐든 잘 할 수 있다. 매일 최선을 다 하는 그런 배우로 사는 것이 꿈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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